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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 승부조작, 무엇이 문제인가?



스포츠 승부조작, 무엇이 문제인가?

조승오기자



“나는 농구를 시작한 이후로 9,000번 이상의 슛을 놓쳤고 거의 300번의 패배를 기록했다. 승패를 결정짓는 슛을 놓친 적도 26번이나 된다. 나는 인생에서 수 없이 반복해서 실패를 거듭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성공한 이유다”


농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마이클 조던의 명언이다. 조던의 명언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를 쉽게 설명해준다. 선수는 승리를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패배도 있고 좌절도 있다.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승부에서 승자의 자리에 오른다. 누구나 우세를 점칠 수 있어도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다. 승자와 패자, 1군과 2군이 확실하게 갈리지만 그 규칙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이것이 스포츠의 매력이다. 스포츠에서 흔히 쓰이는 ‘각본 없는 드라마’,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와 같은 표현은 스포츠의 예측불가능성과 승리를 향한 노력의 가치를 담고 있다.


승부조작은 이러한 스포츠의 가치를 무너뜨린다. 공정한 규칙,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아니라 얕은 속임수와 어설픈 연기로 스포츠의 이름을 훼손시킨다. 우리나라에서는 승부조작을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 코치, 감독, 경기 관계자 등이 경기 결과, 과정 등을 미리 정해두고 승패나 점수를 조작하는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승부조작은 주로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행해지며 불법 스포츠도박과 연계되어 벌어진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사항이다.


승부조작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운동선수들은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얻는다. 브로커들은 대부분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관여하며 승부조작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 선수들에게 접근한다. 우리나라의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21조 8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승부조작 가담 선수에게 제공되는 돈의 규모도 크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금전적 이유에 의해 승부조작에 가담한다. 연봉이 적거나 빚이 있는 선수들이 승부조작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는 이유다. 기존에 알고 있는 사람들의 부탁에 의해서 승부조작이 일어나기도 한다. ‘아는 형님’으로 통하는 지인인 ‘스폰서’가 수년간의 작업을 통해 선수와 친분을 만들고 승부조작 청탁을 하는 범죄 방식이 최근 경찰의 수사에서 밝혀졌다. ‘아는 형님’은 유명선수와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운동선수들에게 선물 및 향응을 제공하면서 환심을 산다. 오랜 시간 지속된 관계에 이은 청탁이기 때문에 의리에 약한 운동선수들은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승부조작에 가담한다. 아는 사람의 부탁, 사람관계에 약한 운동선수들의 특징을 노린 범죄다.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승부조작의 시도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4대 프로스포츠에서 모두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으며 스포츠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가치를 훼손하고 리그의 근간을 흔든다. 우리나라의 4대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축구, 프로배구에서 일어난 승부조작 사건들을 되짚어 보자.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2012년과 2016년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2012년, LG트윈스의 박현준, 김성현이 불법 온라인도박 운영자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져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를 받았다. KBO에서는 두 선수를 영구 제명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2016년, 또 다른 승부조작 사건이 밝혀졌다. NC 다이노스의 이태양과 상무 야구단의 문우람이 브로커의 청탁을 받고 프로야구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이태양은 승부 조작 혐의를 인정했고 법원은 1심 공판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000만원,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함께 승부 조작을 한 혐의를 받는 문우람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터지자 KBO는 올해 7월 22일, 부정행위를 저지른 프로 야구 관계자들에게 자진 신고의 기회를 줬다. KIA 타이거스의 유창식이 한화 시절 승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자수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유창식을 포함해 전, 현직 프로 야구 선수와 브로커, 구단 관계자 등 모두 21명을 검거했다고 밝히며 승부조작 사건 수사를 정리했다.




→ 승부조작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 보도 / 출처 : MBC PD수첩 캡처자료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대한민국 농구의 전설로 여겨지던 강동희 감독이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이 있었다. 2013년 3월 5일,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남자 프로농구의 승부조작 혐의를 발견하여 수사가 시작됐으며 강동희 감독이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뒤 에이스급 선수들을 게임에 고의로 출장시키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경기에서 패배한 것이 사실로 들어났다. 강동희 감독은 재판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되면서 그는 명예를 잃음과 동시에 농구계에서 영구 제명 조치됐다.


국내 프로축구에서도 2011년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최종 수사결과 51명의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했고 이들을 영구 제명한 큰 사건이었다. 태극마크를 달았던 최성국 선수를 비롯해 김동현, 박상욱, 이중원, 이명철 등 유명한 선수들이 포함됐다. 2011년 5월에는 전북에서 뛰었던 정종관이 승부 가담 사실을 인정하며 관련하여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에 대해 영구 제명 처벌을 내렸다. 선수 생활은 물론 K리그 관련 모든 직무 종사를 금지했다. 승부조작 사실을 자진 신고한 25명은 가담 정도에 따라 A, B, C의 세 등급으로 나뉘어졌으며 A등급 6명은 5년 보호관찰에 사회봉사 500시간, B등급 13명은 3년 보호관찰에 사회봉사 300시간, C등급 6명은 2년 보호관찰에 사회봉사 200시간이 선고됐다. 2015년 12월에는 경남FC가 심판을 매수해 승부조작을 시도한 것이 밝혀져 승점 10점 삭감과 7000만 원의 제재금이 부과됐다. 올해 5월에는 2013년 전북 현대의 팀 스카우트가 심판들에게 수백만 원을 건넨 사실이 알려져 9월 유죄 판결과 함께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승점 9점 감점 조치가 있었다.


국내 프로배구에서도 일부 선수들이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사건이 있었다. 2012년 2월 8일, 대구지방검찰청은 2009-2010년 V리그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소속 전·현직 선수 3명과 브로커 1명을 구속했다. 이 선수들은 김상기, 박준범, 임시형, 최귀동으로 밝혀졌는데 한국배구연맹은 이들에 대해 영구 제명 조치를 내렸고 자진 신고한 홍정표에 대해서는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여자부에서도 승부조작 사실이 밝혀져 흥국생명의 전민정과 전유리를 포함하여 최일규, 김영석, 송문섭, 강동진, 신요한, 염순호, 정평호, 김동근, 양성만에게도 영구 제명 조치가 있었다.


스포츠에서 윤리의식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팬들은 공정한 규칙에 의한 승부와 최선을 다하는 선수의 노력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와 드라마틱한 변수가 없어진다면 스포츠의 미래도 함께 사라진다. 승패가 이미 정해져 있다면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땀’의 가치가 훼손되며 스포츠에서의 ‘페어플레이’의 의미조차 사라진다. 시간을 내서 경기장을 찾고, 중계를 보며,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목이 아프게 팀을 응원할 필요가 없다. 승부가 조작된다면 스포츠에서 팬들이 느낄 감동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승부조작을 막고 건전한 스포츠 바른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운동선수를 포함한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리그, 구단, 학교에서의 사전 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스포츠 조직들은 경기력 강화에만 초점을 두었고 스포츠 윤리나 도덕에 대해서는 소홀한 했던 것이 사실이다. 선수들의 도덕성 부족과 승부조작 예방 교육의 미비는 승부조작을 불러오는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운동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합숙을 진행하여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승부조작의 심각성을 모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어린 학생 선수시기부터 협회와 리그, 지도자는 스포츠 윤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가치를 부정하고 팬들을 배신하는 중대한 범죄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승부조작 없는 깨끗한 스포츠문화를 만들어 나가자.



7기 스포츠둥지기자단 조승오

jsohard06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