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 시장 가격 합당한 것인가
조승오기자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뜨겁다. 역대 최대 금액의 계약이 다시 한 번 갱신됐다. 올해 FA 시장에서 최형우가 최초로 100억원의 계약조건으로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2015년 박석민의 96억원을 넘어 한국프로야구 FA 계약 사상 최초로 100억원 시대가 열렸다. 전문가들과 팬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낸다. 이러한 거액의 투자가 과연 합당한가? 국내 프로야구 시장은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
프로야구 FA 제도는 올해가 시행 18년째다. FA 제도란 일정기간 자신이 속한 팀에서 활동한 뒤에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할 수 있는 자유계약 제도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1999년 처음 이 제도가 도입됐으며 당시 이강철과 김동수가 8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2004년 심정수의 60억원 계약이 있었으며, 2011년 이택근이 50억원의 계약을 체결하며 다시 한 번 50억원 금액을 돌파했다. 2013년부터 프로야구 FA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13년 FA 시장은 강민호의 75억, 정근우 70억원 계약을 포함하여 총액 523억 5000만원으로 2012년 시장 규모의 2배를 초과했다. 2014년은 2013년과 비교해서 100억원이 넘는 시장 규모 성장이 있었으며 최정 86억원, 장원준 84억원, 윤성환 80억으로 연이어 계약했다. 2015년에도 2014년과 비교했을 때 100억원 정도의 성장이 있었다. 1999년과 2015년을 비교하면 FA 시장 규모가 2343%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프로야구 FA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역대 프로야구 FA 시장 규모 (1999년 ~ 2015년)
프로야구 FA 시장을 비판커뮤니케이션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비판커뮤니케이션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 즉 모순이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작되는 학문이다. 비판커뮤니케이션에는 여러 가지 이론이 있는데 이 중 정치사회학을 중심으로 프로야구 FA를 살펴보겠다.
먼저, FA 시장의 계약 결과들이 실제 성과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겠다. 2013년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총 131회의 FA 계약이 이루어졌고, 계약을 한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35.4세였다. 야구선수가 보통 40대 이전에 은퇴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운동선수 치고는 전성기가 지난, 많은 나이다. 나이의 약점을 갖고 있음에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을까? 그렇지 않다. 2013년까지의 FA 선수 112명의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FA 계약 이후,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적 상승 비율은 26.8%에 불과했다. FA 계약 이후 대부분의 선수들이 계약 이전보다 더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 FA 계약 이후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적변화 (2013년까지의 FA 선수 112명 기준)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왜 프로야구 FA 시장은 해가 갈수록 가열되고 있을까? 구단에서 거액을 투자하면서 이런 데이터를 몰랐을 리는 만무하다. 매년 FA 시장 규모가 상승하고 최대 계약이 갱신되는 이유에는 선수의 예상성적 외의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정치사회학에서는 국가의 정치제도가 대내적으로 집단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고 대외적으로 집단의 독립을 지속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누가 사회 속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자원을 통제하는가’와 ‘지역사회와 국가에서 정치권력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토대는 무엇인가’같은 질문들은 정치사회학의 핵심질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본가와 노동자가 나뉜다.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자본가는 기득권 세력이다. 자본가로 대표되는 기득권 세력이 사회 대부분의 재산을 갖고 권력을 행사하며 자원을 통제하고 있다. 또한 시장에서 매겨지는 ‘가격’이 의사결정에 있어 토대를 이룬다.
프로야구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 오너 일가는 자본가 집단이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 지위나 재산을 뺏기고 싶지 않을 것이며 그렇기 위해서는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큰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은 변화’를 계속해서 발생시킨다면 ‘큰 변화’를 막을 수 있다. 노력을 통해 좋은 직업을 갖고 많은 소득을 벌어 상류 사회로 진입하는 기회가 이러한 ‘작은 변화’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회적 계층 상승’을 허용하는 열린사회다. 프로야구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은 스포츠 스타들의 대박 계약을 통해서 사회 내에서 ‘사회적 계층 상승’이라는 ‘작은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인지시킬 수 있다.
스포츠스타들은 일반 사람들에게 친근하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스타와 말을 섞거나 식사를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스타를 가깝게 생각하며 일상에서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처럼 거리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이런 스포츠스타가 성공하는 것을 보여준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대기업이 스포츠스타의 노력에 대해 많은 보상을 주고 ‘사회적 계층 상승’을 보여준다면 사회의 ‘큰 변화’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득권 세력은 FA 대박 계약을 통해 일반 사람들에게 ‘사회적 계층 상승’이 끊임없이 가까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게 한다. 이렇게 FA 대박 계약에는 선수 그 자신의 실력만이 아닌 이런 정치사회학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스포츠스타의 성공과 FA 대박 계약은 언론에 의해서 빠르게 확산되며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 형성에 기여한다. 일반 사람들이 ‘노력하면 된다’, ‘노력으로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실 스포츠스타들은 매우 특수한, 특별한 사람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운동 꿈나무들과 경쟁해서 프로의 자리에 왔다. 우리가 심리적으로 느끼는 것처럼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람,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 FA 시장에는 운동선수의 운동능력 그 이상의 가치가 지불되고 있다. 혹시 FA 시장을 통해 프로야구 구단을 소유한 대기업 오너 일가가 ‘사회적 계층 상승’을 일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경기가 어려워지고 실업률이 올라가는 시점에 스포츠스타들의 FA 대박 계약이 계속해서 언론에 노출된다면 ‘아, 나는 힘들지만 남들은 그래도 노력하면 되는구나’와 같은 믿음을 갖게 될 테니......
7기 스포츠둥지기자단 조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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