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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오랜 부상을 딛고 일어선 선수가 감동적인 이유

 

 

오랜 부상을 딛고 일어선 선수가 감동적인 이유

한광진기자

 

 

 

 

 

지난 8월 15일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흑장미' 데릭 로즈(Derrick Rose·28)가 한국을 방문했다. 광복절이었던 그날, 로즈는 왼쪽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팬들과의 이벤트 경기에 참여했다. 데릭 로즈는 2010-11시즌 최연소 MVP를 수상한 시카고 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로즈는 폭발적이고 역동적인 플레이로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53)이라는 역대 최고의 선수가 뛰었던 시카고불스였기 때문에 로즈에 대한 관심과 기대치는 컸다. 하지만 그의 몸은 폭발적인 개인 활동력을 버티지 못했다. 로즈는 잦은 부상으로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왔고 심지어 이번 시즌을 마치고 시카고 불스를 떠나 뉴욕 닉스로 트레이드 됐다.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던 선수는 부상이라는 악재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로즈는 멤피스 대학시절부터 인기 스타였다. 농구선수로는 작은 187cm인 키로 코트를 누비며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로즈는 2008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시카고 불스에 지명됐다. 로즈의 고향이 시카고였기 때문에 팬들은 ‘제 2의 마이클 조던’을 기대했다. 하지만 로즈는 첫 시즌부터 잦은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다. 하지만 2011~2012년 최연소 시즌 MVP를 달성하며 유망주에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것도 잠시, 그 후로 로즈는 무릎 부상을 당하며 기량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폭발적인 플레이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리그 하위권 포인트 가드로 전락했다. 팬들의 기억 속에 로즈는 한 시즌 반짝한 ‘유리몸’ 선수이다.

 

국가대표 1선발, '코리안 몬스터',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류현진(29) 선수도 부상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은 한국프로리그(KBO)를 정복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류현진은 2013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에 14승 8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국인 최초로 포스트시즌 승리투수가 되며 국민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류현진은 리그 최고의 투수들이자 다저스의 1,2 선발인 클레이튼 커쇼(Clayton Kershaw∙28), 잭 그레인키(Zackary Greinke∙32)에 이어 3선발로서 다저스의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의 시기를 보내던 류현진은 2015년 시범경기 도중 어깨에 불편함을 느꼈다. 계속되는 통증과 구속 저하로 결국 그해 5월 어깨 관절와순 파열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류현진은 2016년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지금도 재활중이며 2017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길어지는 재활로 인해 다저스 구단 측의 관심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한국에선 몇 년 동안 리그를 지배한 최고의 투수지만 메이저리그 기준에선 2시즌 동안만 준수한 성적을 거둔 외국인 선수에 불과하다.

 

부상은 운동선수에게 치명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경기를 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스타 선수는 엔진이 없는 페라리나 마찬가지다. 고액의 관리비만 드는 고철이다. 결국 운동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관리, 즉 꾸준함이다. 건강한 몸으로 팬들에게 자신의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츠 프로리그는 올림픽과 다르다. 4년 만에 한번, 약 보름간 진행되는 올림픽과 달리 프로리그 시즌은 반년 동안 치러진다. 매 경기 성적을 합산해 평균을 낸 것이 프로리그의 개인 성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즌 최고의 선수는 시즌 내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한 선수다.

 

운동선수는 직업 특성상 부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몸을 극한의 한계까지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잔부상도 당하지 않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상'은 운동선수가 짊어지고 가야할 숙명이자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운동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부상을 극복하는 열정이다. 팬들에게 부상 선수는 '기다림'이다. 부상 선수는 기다림에 보답을 해야 한다. 재활은 외롭고도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지난 10월 한국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전병두(32) 선수는 5년간의 재활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와 한 타자만을 상대했다. 과거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던 선수였지만 전광판에 128km가 찍혔다. 다행히 전병두는 무사히 한 타자를 상대하고 팬들의 함성과 기립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치명적인 부상으로 재활에 실패한 전병두였지만 그의 힘들었던 재활 과정을 팬들 모두가 아는 듯 따뜻한 박수 소리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운동선수는 부상을 당할 수 있고 재활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상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장으로 복귀 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다. 그 진심이 팬들에게 전해진다면 팬들은 결과에 관계없이 박수칠 것이다. 지금도 스포츠팬들은 부상 선수들의 복귀를 기다린다. 데릭 로즈는 뉴욕 닉스로 트레이드 된 후 첫 경기에서 뉴욕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과거의 기량에는 못 미치지만 농구에 대한 로즈의 진지함과 열정은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꽃은 긴 인고의 시간을 품은 뒤에 아름답게 핀다. 꽃잎이 다 시들어버렸던 흑장미는 시간이 흐른 지금 서서히 다시 피고 있다.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된 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 힘든 시기를 극복한 자만이 아름다운 꽃잎을 피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