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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Boom Up!! 다시 탁구붐이 일다.

                                                                                                 글 / 김종우 (선유중학교 체육교사)



오래전 탁구 BOOM이 있었다.

88년, 허름한 건물의 지하 탁구장.
거울 속 득의양양한 모습의 내 손에는 탁구채가 들려져 있었다.
옆집 형이랑 버려진 식탁 위에 벽돌을 세워놓고 손으로 탁구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몇날
며칠 엄마의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조르고 졸라 얻어낸 한 달간의 탁구레슨. 탁구장은 내 또래의
아이들로 넘쳐났고,

벽에는 유남규와 현정화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었다.
한마디로 붐이었다. 그때 나의 꿈은 탁구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었다.
결국 한 달을 못 채우고 그만둔 것 같기는 한데,

그 후에도 친구들과 시간 당 얼마씩 내고 탁구를 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탁구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갈 즈음,
사람들도 더 이상 88올림픽의 영광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OB베어스 어린이 야구단에 등록했다.

2009년 선유 중, 탁구 붐이 일었다!

 “탁! 딱! 탁! 딱! 공이 탁구대에 튕기는 소리가 좋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 쉬는 시간, 점심시간, 수업이 끝나고 탁구장이 학생들로 붐빈다. 신기하고 놀랍다.”
“탁구를 칠 기회가 좀 더 많기를 바란다. 체육시간이 너무 기다려진다.”
“탁구가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지 몰랐다. 참 신나고 즐겁다.”
                          -2009년, 2학기 학생 수업소감문 중에서-

“ 선생님, 붐이네 붐이야, 88올림픽이후 이런 모습 처음인걸.”
                          - 탁구에 열광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선배교사의 한마디-


탁구 붐은 어떻게 일었나?

동료 선생님의 말마따나 탁구대 마다 학생들이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점심시간, 소강당은 말 그대로 탁구를 치려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다.
운동장에서 축구나 농구를 하던 녀석들의 손에도 라켓이 들려져 있고,
구경만 하던 여학생들도 자기들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소리를 높인다.
마치 88년의 탁구붐이 재현된 듯하다. 아직 올림픽은 멀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① 6대의 탁구대를 마련하다.
2009년 2월, 낡은 탁구대 2대가 교실2개를 이어 만든 소강당(?)에 방치되어 있었다. 평상시 고이
접혀진 채로 강당의 한 구석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끄러워하던 것들이다. 새로 오신 체육부장님이
삐그덕 신음을 내는 탁구대를 확인하면서 한 숨을 내쉰 뒤 무언가를 결심하신 듯 해맑은(?) 표정으로
교장실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며칠 뒤 2대의 탁구대가 배달되었다.

나머지 2대 중 1대는 통합교육 교실에 있던 것을 빌렸고,
마지막 1대는 올해 교구 구입예산으로 구입완료.
순식간에 6대의 탁구대가 마련되었다.
“얘들아 탁구 칠 곳이 없니? 치고 싶은 사람 누구든! 언제든지! 와서 쳐라~” 
야호~

② 탁구, 체육시간에 가르치다.
탁구대도 마련했는데 그냥 넘어가면 섭섭하다.
1, 3학년 수업내용으로 탁구를 선정하였다.
3학년은 게임위주로 진행하여 경기방법과 경기전술, 경기예절을 배울 수 있도록 하였고 1학년은
주고받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기초기술 습득을 목표로 수업을 운영하였다. 가급적 개인 라켓을
구입하도록 권장했으며,

20개의 라켓과 100개가 넘는 연습용 탁구공을 준비하여 수업에 활용하였다.
학생들의 탁구에 대한 사전경험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놀라웠는데 

이는 탁구가 재미없어서 라기 보다는 칠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그 많던 탁구장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방과 후 탁구대회 경기 장면>


③ 학교장배 탁구대회를 개최하다.

올해 우리학교에서는 체육시간에 배운 종목은 항상 방과 후에 대회를 개최한다.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배드민턴, 소프트볼, 육상, 사격, 그리고 탁구. 탁구대회는 1학기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
되었는데
개인전은 희망하는 모든 학생이 참가 가능하며, 단체전은 반별로 남녀 각5명씩 대표를
선발하여 치른다. 우승자와 우승학급에게는 매점이용권이 주어진다. 학생들 호응이 좋아 내년에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탁구 왕중왕전을 계획하고 있다.

                      

④ 탁구 특기적성 교육을 실시하다.
새로 오신 체육부장님은 다년간의 탁구 특기적성 지도 노하우를 갖고 계신다. 한마디로 탁구
고수이신데, 탁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학생들이 남녀불문하고 40명이 넘게 수강하고 있다.

연습은 오전과 점심시간에 실시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연습요일과 시간을 선택한다. 매일 이른
아침 빠지지 않고 연습에 열중하는 수강생들에게서

광(?)적인 모습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란다.
이제는 실력이 꽤 늘어 마니아를 넘어 탁구 고수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게 바로 평생스포츠의 기틀 마련이 아니겠는가!   
              

                                                  <이른 아침, 탁구특기적성 교육 장면>


탁구 붐의 진정한 이유
①체육시설 개선, ②체육수업 내실화, ③자율체육활동 활성화, ④평생체육으로의 발전으로
나름 네 박자가 맞아 떨어져 탁구붐이 일어났지만,

사실 진정한 이유는 탁구 자체의 매력 때문이다.
마땅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시간도, 장소도 없는 우리 학생들에게 탁구는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 환상의 파트너라 불리 우는 친구와의 우정을 더욱 키워준 운동
 - 운동 못하는 내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운동 
 - 치면 칠수록 실력이 늘어나 노력하는 재미를 알게 해 준 운동
 - 키가 작은 내가 몸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운동
 - 스매시를 받아 넘길 때의 짜릿함을 알게 해 준 운동
 - 내가 개발한 덩크 스매시를 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팍팍 날아가는 운동
 - 간단하고 배우기 쉬워 즐거운 운동
 - 다이어트에 효과 만점인 운동


탁구로 인해 학생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탁구를 즐기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면
나 자신도 행복해진다. 

네트형 경쟁활동으로 무엇을 가르칠지 고민하는 선생님들께
학생과 교사 모두 행복해지는 탁구수업을 강추! 한다.  
 

 탁구수업에 대한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
▶무엇보다 탁구대 확보가 필수!
 한 번에 구입이 어렵다면 매년 하나씩 구입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지금 하고픈데 탁구대가 부족하다
그럼 릴레이 탁구를 추천한다. 
팀을 구성해 리더가 공을 받아주고 팀원들이 반대편에서
릴레이로 번갈아가며 공을 쳐 넘긴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리더 역할을 해주면 좋다.  
▶탁구대를 놓을 공간이 없다?
 길거리탁구를 아시는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운동장 한 구석에서도 탁구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처음 라켓을 잡은 아이들을 지도하기 어렵다.
탁구의 매력은 배우기 쉽고 성취감을 얻기 좋은 운동이라는 것.
일단 흥미유발이 필요함으로 무조건 랠리를 오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한 친구와의 랠리 속에 우정의 꽃은 피고, 실력은 늘어간다.
하수는 높게! 고수는 낮게! 주고받기
하수는 하수끼리, 고수는 고수끼리 주고받기
고수가 하수와 함께 주고받기 등 다양하게 실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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