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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오히려 ‘독’이 되는 운동중독, 어떻게 해야 할까?


                                                                                글 / 홍준희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


‘쿵.. 쿵.. 쿵.. 쿵..’

휘트니스 센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의 템포소리이다. 보통 심장이 빨리 뛸 때의
빠르기와 같은 박자다. 센터의 회원들은 이 신나는 음악에 집중하며 운동을 한다. 특히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을 하는 회원들은 음악에 몸을 맡긴 듯 박자에 발을 맞추어 가며 달리고 있다.
그중에는 꽤 익숙한 동작으로 몇 시간이고 지칠 줄도 모르고 달리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어떤 이들은 장시간의 달리기로 인해 느껴지는 신체적인 고통을 음악에 집중하여 잊으려고
하면서까지 달리기 운동을 계속하기를 고집한다. 이렇게 자신이 목표한 운동량을 다 채우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고 나서야 러닝머신의 속도를 늦추고 내려온다. 휘트니스 센터에 가면
이런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다.

‘저렇게 지나칠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과연 몸에 정말 좋을까?’ 하는 것이다.

운동심리학에서는 과도하게 운동에 집착하는 것을 ‘운동중독’이라고 한다. 이는 지나치게 운동을
고수하고 운동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서,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의존, 내성, 금단증상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의존이라는 것은 운동을 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을 말하는데,
이 때문에 운동을 하기 위해 중요한 일을 미루거나 약속을 어기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내성은
이전에 했던 운동량에 신체가 점점 적응하여 더 이상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것으로, 이 효과를
얻기 위해 점차적으로 운동의 시간과 강도를 늘려가는 것을 말한다. 금단증상은 운동을 강제적으로
그만두게 될 경우 죄의식, 좌절, 불안감, 우울 등의 심리적 증상을 호소하며 안절부절 못하게 되는
현상인데, 이는 운동을 다시 할 경우 말끔히 사라지게 된다.

이런 운동중독이 개인의 삶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아직 논란의 여지로 남아있다. 분명한
것은 운동중독은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과도한 운동으로 인하여
운동 상해를 입은 후 휴식이 필요함에도 계속 운동을 하는 경우나, 운동이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어 상대적으로 가정․직장․사회생활은 터부시 하며, 극심한 경우 이혼이나 해고를 당하는 일로
번져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경우도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운동으로 인해 개인의 신체와 삶이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여전히 긍정적인 것’이라고 하는 인식이다.
개인의 이런 인식에는 ‘운동=건강=삶의 질 향상’이라는
운동만능주의가 내재해 있을 수 있다. 물론 운동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만으로는 자칫 운동 습관이 과도하게 형성될 수 있으며
오히려 독이 되는 운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운동참여자의 올바른 인식과 건강한 운동습관의 형성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를 개인적 측면과 지도자의 측면, 그리고 사회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우선 개인적으로 운동참여자는 운동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상식을 갖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무조건 많이 하는 게 좋다’라고 생각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운동을 행하기보다는,
어느 정도로 운동해야 정말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운동을 할 수 있는지 알고 행하는 것이다.
전문 교육을 받은 운동지도자나 카운슬러와 같은 전문가의 조언은 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지도자 측면에서 보면, 운동현장에서 참여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지도자이다. 운동지도자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운동지도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올바른 운동습관의 형성을 위해 도움을 주어야 하는 지도자들이 오히려 ‘무조건 많이 하는
것이 좋다.’ 라는 식의 오류를 범하는 일을 현장에서는 의외로 많이 접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많은
지도자들이 운동의 신체적인 효과 근육량 늘리기, 체지방 감량하기 등)만 고려하여 초보 운동
참여자에게 처음부터 힘들고 많은 량의 운동을 권유하고 있다. 지도자들은 운동참여자의 신체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운동습관을 잘 형성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측면이다. 이제껏 대중매체들은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고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왔다. 그 결과 운동은 ‘만병 통치약’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운동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도 갖는다.
대중매체들은 이런 점을 함께 알려 운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형성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안하느니만 못하다.’라는 말이다. 
운동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운동이 우리 삶에 ‘독’이 아닌 ‘약’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건강
상태나 운동 수준을 고려하여, 적합한 운동 유형과 수준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와 상담하여
올바른 운동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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