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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운동선수 부모, ‘방해자’가 아닌 ‘조력자’가 돼야하는 이유

#운동선수 부모, ‘방해자’가 아닌 ‘조력자’가 돼야하는 이유

#한광진










1985년 6월 30일 미국 볼티모어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키 59cm에 몸무게 4.5kg인 초우량아였다. 이 아이는 일곱 살 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는 이혼을 했다. 어머니는 치료를 위해 아이에게 수영을 배우게 했다. 무릎까지 오는 긴 팔에, 짧은 다리, 커다란 귀를 본 친구들은 그를 ‘괴물’이라고 놀렸다. 놀림 받던 이 아이는 수영계의 최고 스타가 됐다. 올림픽 통산 22개의 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8관왕을 한 수영계의 전설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31)가 그다. 치료를 위해 수영을 가르치고자 했던 어머니의 선택이 역대 최고의 수영선수를 탄생시킨 것이다. 펠프스는 오는 리우 올림픽 출전, 다섯 번 연속으로 올림픽에 나선다.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들 뒤에도 자식 뒷바라지에 헌신적인 부모들이 있었다. 골프 선수 박세리(40)와 축구 선수 박지성(37)은 아버지, 피겨요정 김연아(27) 선수는 어머니라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었다. 부모들의 열정적인 지지로 이 선수들은 각 분야의 최고 선수가 됐다.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 박미희씨는 운동선수를 꿈꾸는 자식을 가진 많은 어머니들의 롤 모델이다. 전용 피겨링크장 하나 없는 열악한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계에서 세계 최고의 피겨 선수를 탄생시켰다. 박미희씨는 김연아 선수의 관심과 재능을 보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녀를 성장시켰다. 가정 형편의 어려움, 빙상 연맹의 열악한 지원속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로 딸을 최고의 선수로 만들었다. 이처럼 부모는 자식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영화 '4등' 포스터


“야 4등, 웃음이 나와? 너 엄마 싫지? 네가 진짜 싫어하는 엄마가 뒤에 쫓아온다고 생각하고 수영하란 말이야 그럼 초가 줄꺼라고.”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4등’에 나오는 대사이다. 주인공인 준호는 빛과 수영을 좋아하는 초등학생이다. 준호는 수영을 취미로 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 ‘영훈’과 메달을 무조건 따게 하려는 어머니 ‘정애’ 그리고 동생과 산다. 정애는 가족과 자식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모성애가 강한 어머니다. 어머니는 준호가 1등, 즉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 준호의 행복이자 자신의 행복일 것이라고 착각한다. 초등학생 준호에게 행복이란 수영, 아이스크림, 게임, 핫도그와 같은 사소한 것들이다. 어머니 정애와 준호는 ‘1등주의’의 경쟁사회 속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표현한 인물들이다.

아이들은 각기 다른 성장력, 습득력, 재능, 관심을 갖고 있다. 부모는 자식의 기준에 맞추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펠프스,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처럼 자식을 최고의 선수로 키운 부모도 있겠지만 끝없는 지원에도 실패를 경험하는 부모들이 더 많을 것이다. 영화 4등의 ‘정애’라는 인물은 본인들의 열정과 의지를 자식에게 투영시키려 하는 부모들의 이기심을 표현한 캐릭터다. 부모는 자식의 길을 부모가 정해서 걷게 하는 방해자가 아닌 자식의 재능과 관심을 지원해주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부모는 자신이 ‘김연아의 어머니’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그전에 우선, 한 어린아이가 김연아가 되고 싶어 하는지부터 아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영화 중간, 정애도 준호도 아닌 준호의 동생이 자기 전에 이 시를 읽는다. ‘정애’와 ‘준호’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쉬킨(1799~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