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욕 보다는 농구 열정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KBS 학교체육 대기획 ‘우리들의 공교시’
#엄세훈기자
최근 KBS 방송 ‘우리들의 공교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KBS가 주관하는 학교체육 대기획으로 총20부작으로 구성됐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과 농구 마니아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좌충우돌 성장기다. 학교스포츠클럽 지역 예선을 거쳐 서울시 대회와 11월 전국대회까지,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고교생들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고민을 담아낸 것은 보기 좋았다. 하지만 구성과 내용 등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문제점이 노출돼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싶다.
여자는 왜 꼭 매니저를 해야 할까?
(이미지출처 : KBS 학교체육 대기획 ‘우리들의 공교시’)
등촌고 농구부 매니저는 여자 학생 2명이 한다. 매니저의 역할은 선수들에게 경기일정 통보와 경기날 기록지를 작성하는 것이다. 방송에서 남자 선수들이 농구 훈련을 하는 동안 여자 매니저들은 앉아서 지켜만 본다. 여자 매니저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왜 여자는 농구를 하지 않고 구경만 해야 되는 것인가? 경기를 안뛰는 남자 학생들이 매니저를 하면 안될까? 상대적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여성이 약한 존재라는 사회 저변 인식이 숨어있는 것 같다. 성차별주의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편견은 여성의 품위가 떨어지는 이미지를 나타낸다. 물론 등촌고에 여자농구부도 있지만 무조건 ‘여자’가 매니저를 해야 된다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여성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미디어나 스포츠 구성원들의 성(Gender) 감수성이 성숙해져야 한다.
일방통행식 지도방법은 필요조건인가?
서장훈은 어떤 선수인가? 농구대잔치 시절 농구팬이라면 ‘서장훈’을 모르면 간첩이다. ‘국보센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우리나라 농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다. 프로최초 1만득점을 달성했다. 프로농구연맹(KBL)에서 불멸의 기록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서장훈의 통산득점이다. 서장훈은 정규리그 통산 1만3231점으로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 뿐이랴. 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상, 정규리그 MVP, 리바운드상 등 상은 모조리 휩쓸었다. 경기 외적으로 서장훈은 자신의 득점이나 리바운드 기록이 잘못 기록되면 직접 기록원에 찾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출처 : KBS 학교체육 대기획 ‘우리들의 공교시’)
서장훈은 오른쪽 무릎은 뼈랑 뼈 사이의 연골이 다 닳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다 일어나는 것도 불편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화면에서 몇몇 앉아서 지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픈 것은 이해를 하지만 지도자, 선생님이 학생들을 지도할 때 앉을 일이 없다. 운동할 때 선생님이 앉아서 지도하면 학생들도 앉고 싶어한다. 그런데서 선생님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나오는 것이다. 서장훈은 앉아 있고 학생들은 서 있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
(출처 : KBS 학교체육 대기획 ‘우리들의 공교시’)
가장 심기가 불편했던 부분은 6월 12일에 방송된 제7화 ‘스승의 은혜’ 편이다. 서장훈 감독은 다른 것은 가르치지 않고 항상 리바운드만 열심히 잡으라고 강조한다. 선수들이 3점슛이나 외곽슛을 쏘면 곧바로 불호령이 떨어진다. 윽박지르자 학생들의 얼굴은 꽁꽁 얼어 있다. 리바운드를 잡을 때 자기 마음에 차지 않으면 어김없이 일명 ‘4계절뛰기’를 시킨다. 물론 서장훈이 대충 즐기는 쇼맨십 농구보다 승리를 열망하고 이뤘을때의 희열을 학생들에게 전해주려는게 느껴진다. 하지만 너무 자기 주관에 얽매인 농구를 하는 것은 아닌가?
더구나 학생들은 엘리트 선수가 아닌 동아리 농구인데 강압적이고 억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아닌가 싶다. 등촌고 학생들은 농구를 막 시작한 얘들도 몇 명 있다. 리바운드만 잡으라 하고 멀리서 던지지 말라고 플레이를 가둬두면 학생들이 농구를 재밌어 할까? 가장 중요한건 아이들이 농구하는 것을 재밌어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즐기는 농구가 아닌 어떻게 하면 혼나지 않을까 서장훈 감독의 ‘눈치’만 보는 농구를 하는 모습이 심히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그런 순간 창의력과 사고력이 있는 농구는 제로가 되고 앵무새처럼 감독 말을 받아쓰는 농구가 된다. 칭찬보다는 꾸중을 자주 하고 시합에 못 나간다는 으름장을 놓으니 학생들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출처 : KBS 학교체육 대기획 ‘우리들의 공교시’)
김승현 코치의 지도력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김 코치는 제4화 ‘우리는 팀이다’에서 학생들이 레이업을 못하자 집중력이 떨어졌냐고 ‘4계절 뛰기’로 계속 혼을 냈다. 엘리트도 아닌 학생들에게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알려줘야 한다. 편집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왼손레이업을 무릎을 90도로 올리고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공을 올려야 되는 말은 하지 않았다. 무턱대고 골이 안 들어가자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혼을 냈는데 이러한 모습은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인성 함양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기를
방송을 보면 방송시간이 25분 정도로 짧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농구연습하는 장면과 농구경기를 하는 장면만 나온다. 서장훈 감독은 2,3화 인터뷰에서 “목표는 전국대회 우승시키는게 아닙니다” “취미 활동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길”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지금 방송으로 봐서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서장훈은 엘리트농구 기준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농구실력을 늘리는 모습을 담는 것도 좋지만 ‘농구’를 통해서 친구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는 배려심을 나타냈으면한다. 경기 중 팀원이 상대팀에게 억울한 일을 당한 걸 보고 화를 내는 모습, 힘들고 어렵고 고민하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담았으면 좋겠다. 성적이 잘 나오거나 친구가 골을 넣었을 때 함께 환하게 웃으며 기뻐해주고, 농구라는 스포츠에 1분 1초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힘들고 어려운 친구를 보면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배양되는 모습을 보고싶다. 체육교육은 단순히 신체의 발달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정서적, 사회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차원의 덕목을 함양시킬 수 있다. 학교 스포츠는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을 습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인성적 행동 요인을 신체 활동에 적용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시킬 수 있다.
(출처 : KBS 학교체육 대기획 ‘우리들의 공교시’)
‘우리들의 공교시’ 방송은 앞으로 8회가 남아있다. 학생들의 농구열정은 실로 대단하다. 자신을 ‘농구에 미친 바보’라고 표현하는 학생부터 농구화 사려고 아르바이트 시작했다는 학생도 있다. 고1때 농구가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던 필자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열혈 시청자’로서 방송을 보면 학생들보다도 서장훈 감독과 김승현 코치의 분량이 너무 많다. ‘우리들의 공교시’ 방송팀에서는 서장훈, 김승현 감독의 분량보다도 이러한 학생들의 농구열정을 적극적으로 비쳐줬으면 좋겠다. 더불어 부디 서장훈 감독의 “취미 활동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길”이라는 말이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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