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운영으로 주목받는 ‘대학농구 TV’
#황민석기자
90년대는 대학농구의 최전성기였다. 이상민(현 삼성 썬더스 감독), 우지원(현 해설위원), 서장훈(현 방송인) 등을 필두로 뛰어난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선수들의 모습이 TV 등 미디어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농구대잔치 관중수가 94년 29만명, 95년 40만명이었던 것을 보면 그때 당시 농구의 힘을 알 수 있다. NBA의 ‘마이클 조던’과 만화영화 ‘슬램덩크’, 드라마 ‘마지막 승부’ 등 세계적 선수와 미디어 콘텐츠가 당시 대중의 마음에 농구를 심었고 대학농구에서 폭발했다.
그러다 사그라들었다. 1996-97 시즌을 끝으로 농구대잔치는 대학팀과 상무만이 참가하는 아마추어 대회로 전락했고, 프로팀들과 공식무대에서 맞붙을 기회는 더 이상 없었다. 프로 체제의 출범은 곧바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대학 농구의 침체 현상으로 이어졌다. 농구협회에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농구대잔치를 다시 개최하고, 대학농구서포터즈 같은 활동으로 프로농구와 대학농구의 부흥을 이끌려는 노력 중이지만 아직은 잠잠하다.
여기에 대학생들이 나섰다. 농구계의 농구 부흥의 길에서 한 걸음 옆으로 비켜 참신함으로 승부했다. 대학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경기 영상을 제작하며 보기 쉽고 재밌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대학농구를 위해 인터뷰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대학농구 TV’는 최근 대학스포츠 최고의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SNS 팔로워 수 11,000여명, 화제의 ‘매너 손’ 영상, 대학스포츠 최고의 이슈 메이커
대학농구 TV(이하 대농TV)는 SPOTV 스포츠 캐스터가 된 박찬웅(경희대 스포츠지도학 09)과 유기웅(경희대 체육학 09), 한수지(경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11)가 기획하고, 송재원(경희대 디지털콘텐츠 11), 이현용(동국대 멀티미디어공학 11)의 가세로 탄생했다.
대농TV는 현재 11,000여명의 팔로워를 가지며 웬만한 페이스북 스타와 비슷한 수의 팬덤을 형성했다. 이는 페이스북을 강타한 화제의 영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고려대학교 문성곤 선수의 ‘매너 손’ 영상이다. 코트 위에서 문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리포터에게 농구공이 날아왔다. 이때 문 선수는 무심하게 공을 쳐낸다. 이 영상은 페이스북 조회70만뷰, 170만, 공유1500건 이상을 기록하며 대학농구TV 최고의 영상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아시아 퍼시픽 네이버 영상 재생수 22,165, 페이스북 1만뷰로 전체적으로 높은 영상 재생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파급효과가 높은 영상을 더 만들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임정빈 MC는 “우리의 목표는 대학농구리그의 부흥이지 이슈 영상 제작이 아니에요. 이런 영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생각은 없어요”라며 이슈 영상보다는 독자적인 콘텐츠를 추구하는 이유를 밝혔다.
네이버와 계약 대학생의 신선함
농구협회에서도 연락
SNS로 그치지 않았다. 네이버 스포츠 농구 뉴스에 접속하면 ‘대학농구TV’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프로농구협회, 대학농구리그협회의 산물이 아니라, 순수 대학생들의 머리와 힘으로 만들어진 대농TV가 국내 최고의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고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는 것이다. 큰 조직의 산물이라면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대학생의 산물인 대농TV가 어떻게 네이버에 영상을 업로드 하는 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네이버에서 TV캐스트에 업로드 하자는 제의가 왔었어요. 이상하게 잘 굴러가요. 저희가 따로 연락을 한 건 아니고 네이버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팀장분이 대학 때 하지 못했던 것을 대농TV가 한다며 기특해하고 신선하다며 좋게 봐주셨어요 ”
뿐만 아니라 농구협회에서도 장소나, 선수들 섭외를 도와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렇게 농구계와 연계되고 있으며 활용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용돈으로 운영하던 대농TV, 이제 지원금 받는다
페이스북 스타(팔로워 수가 높고 게시물 좋아요 수가 많은 사람)들은 팔로워와 좋아요 수가 높으면 수입이 생긴다. 인플루언스 마케팅(Influence Marketing)으로 기업들이 인지도 높은 일반인 혹은 집단을 활용해 광고하는 방식이다. 페이스북 스타들의 게시물에서 잦은 광고를 볼 수 있는 것도 인플루언스 마케팅 때문이다. 또 궁금했다. 이정도면 스폰서십 제의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팬덤이라고. 그래서 수익구조를 물었다.
“그런 광고 제의는 안 들어왔고, 가끔씩 홍보물 올려달라는 것과 소소한 협찬들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 대농TV 식구들 용돈으로 운영해왔어요. ‘런닝맨(대농TV 영상 콘텐츠)’ 진행 할 때 필요한 기자재들은 사비로 대여하고, 영상 제작 및 편집에 필요한 장비와 능력들은 대농tv 멤버들의 개인 장비와 편집 능력으로 상쇄시키고 있어요. 근데 이제는 네이버랑 계약을 하면서 아마도 재정 지원도 있을 것 같아요. 7월15일에 네이버와 정식 계약을 하는데 지원금 이야기도 나왔어요. 이제는 마이크 구매 비용 정도는 나오겠죠?”
선수섭외와 이벤트 참여
대농TV와 인터뷰한 선수들은 프로팀에서 탐내는 루키 선수들이 많다. 이런 예비 스타들의 인터뷰 섭외는 어떻게 진행될까? 또한 7월5일에 끝난 아시아 퍼시픽 농구에도 참가해 선수들을 인터뷰했다. 행사에는 어떻게 참여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대농TV를 창시하고 이제는 SPOTV캐스터가 되어 있는 박찬웅의 도움이 크다. 졸업 후에도 여전히 안 보이는 곳에서 대농TV를 돕고 있다.
“찬웅이 오빠 힘이 커요. 아무래도 대학까지 엘리트 농구 선수로 활약해서 아는 분이 많아요. 09학번 근처는 오빠 친분으로 섭외를 했었어요. 그리고 요즘 뜨는 루키분들은 페이스북 메시지로 접촉해요. 신기하게 좋아해주셔서 섭외는 많이 어렵지는 않아요. 그리고 이번 아시아 퍼시픽 챌린지 행사 참여는 KBL관계자 도움으로 대학농구 연맹과 연락이 해 촬영 가능 했었어요”
허술한데 이상하게 잘 돌아가요
대농TV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기 위해 회장과 인터뷰를 하려고 시도했다. 당연히 회장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구조로 돼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이것은 한참 엇나간 생각이었다. 이곳엔 회장은 없다. 물론 PD, 촬영 대장, 총무 같은 담당은 있지만 모두가 수평적 위치에서 일 한다.
“새로 들어온 신입들이 수평적인 구조에서 기획하고 의견을 낼 수 있게 매번 ‘돌려돌려 돌림판’ 같은 것을 이용하여 프로젝트 진행담당을 선정해요. 기존 멤버가 멘토로 도와주며 진행하죠. 수직적 구조에서는 운영이 안돼요. 초기에 1학년 친구들 데리고 와서 이것 저것 시켰는데 ‘스트레스를 받는다. 재밌어서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힘들다, 일이 많다’라면서 그만두더라고요. 그런 게 있으면 운영이 안 돼요. 그런 문화 버리고 친구처럼 일하니까 힘들어도 여기저기서 웃음소리도 들리고 능률이 높아지는 게 보였어요. 농구도 그렇잖아요. 편파판정이 있으면 경기가 재미없고 무의미해져요. 농구를 콘텐츠로 운영하는 우리도 편파는 없습니다. 모두가 동일한 위치에 있어요”라며 수평적 구조를 추구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한 “돈과 인기 보다는 팬들의 성원에 보람을 두고 있어요. 사그라든 대학농구에 활력소가 되는 건 저희가 아니라 팬분들이에요. 다만 저희는 팬들이 대학농구에 ‘덕질’을 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 뿐이죠. 팬들에게 좋은 콘텐츠로 대학농구 부흥을 이끄는 불쏘시개가 되고 싶어요”라며 대농TV의 목표를 말했다.
*덕질 :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이르는 신조어.
이것이 이들의 철학이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이전에도 대농TV 모든 인원이 모여 어떤 말을 할지 고민했다. 모두가 평등한 위치에 있어, 어느 한명이 대농TV를 대표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인터뷰에서 ‘되게 허술한데 잘 돌아가서 웃겨요’라는 말을 자주했다. 하지만 이들이 잘 돌아가는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인정(仁政, 어진 정치)을 베풀면 번영하고, 인정을 펴지 않으면 치욕을 당한다는 맹자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돈과 인기 보단 자신들의 지조를 지키려는 대학생들의 때 묻지 않은 운영 철학이 허술하지만 잘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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