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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 특집 中-1] 모두가 감동을 만든다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 특집 中-1] 모두가 감동을 만든다

임건엽기자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 특집 中-1] 모두가 감동을 만든다



2016 투르 드 코리아에는 국내외 20개 팀 200여 선수가 참가한다. 선수들과 대회 성공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약 800명 정도의 대회관계자들이 활동한다. 이들은 사이클이 아닌 각자의 장비를 들고 선수들과 같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총 1,206km를 동행한다. 선수가 최상의 경기력을 내뿜을 수 있는 환경을 직접 담당하는 미캐닉(자전거 정비사), 요리사, 감독은 물론 원활한 대회 운영을 위한 통역, 마셜(대회 오토바이), 도핑검사관을 포함한 운영진까지 참가 선수와 똑같이 투르 드 코리아를 달린다. 전체 인원중에 80% 인원을 차지하는 이들은 선수들이 대회를 위해 훈련을 하고 코스를 공부할 때 각자의 영역에서 성공적인 대회 마무리를 위해 끝없는 연구와 다수에 걸친 회의를 했다. 2016년 6월 4일 부산 아쿠아 팰리스 호텔에서 다음날 시작될 투르 드 코리아를 위해 마지막 전체 교육 및 회의를 했다. 이날은 선수들 또한 출전선수 확인 및 기자회견이 있으므로 프리 레이스(Pre-Race)라 부른다.


선수들의 안전한 주행과 완주만이 그들의 목표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교육은 미디어 회의였다. 경기부장, 심판장, 미디어 관계자와 오토바이 운전자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 UCI(국제사이클연맹) 심판이자 투르 드 코리아 심판장인 렁 앤디(LEUNG Andy)는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선수들의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만 촬영하도록 요구하였다. 






▲ 미디어 회의 Ⓒ 임건엽



이동욱 경기부장은 좋은 촬영을 부탁하면서 혹시 모를 안전 부주의로 인한 규정과 범칙금을 안내하고, 차량과 오토바이에 탑승하는 관계자들에게 음주에 대한 위험성을 여러 번 강조하였다. 특히나 해외 유명대회에서는 과열된 촬영으로 촬영 오토바이가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여 사고를 야기하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만큼 이동욱 경기부장과 렁 앤디 심판장의 안전에 대한 강조는 여러 번 말해도 전혀 지루할 것이 없는 중요한 내용이었다. 주요 내용으로는 경기 중 선수들 그룹을 추월하는 모든 행위는 심판장의 사전 허락을 맡은 후 추월이 가능하며 골인 지점 10km 이내에서는 선수들 추월 금지, 3km 지점에서는 옆으로 빠져 절대 미디어 오토바이와 팀카가 선수들과 같이 골인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유는 선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골인 지점이 10km 정도가 남았을 때 선수들은 그룹에서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각자의 안장 위에서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몸싸움을 한다. 그리고 한두 명의 선수가 그룹을 벗어나 갑자기 튀어나와가기도 하면서 이 순간 선수들의 속도는 시속 60km를 넘기도 한다. 마치 한 마리의 맹수가 생존을 위해 먹잇감을 전력 질주하여 사냥하듯이 선수들은 골인 지점을 향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 이상의 것을 쏟아내며 앞만 보고 달린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의 작은 실수 하나가 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을 제외하고 모든 미디어 오토바이와 운영 차들은 골인 지점 3km를 남기고 옆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특히나 최근 벨기에서 있었던 투어 오브 벨기에 대회에서 미디어 오토바이 두 대가 선수그룹과 뒤엉켜서 사고가 나 많은 선수가 부상으로 대회를 포기하게 되고 그 날의 스테이지 또한 중립화되어 무효가 되어버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모든 미디어 관계자들과 심판장은 그 사건의 영향 때문인지 쉬는 시간에 서로 웃고 담소를 나누던 그들이지만 회의시간에는 웃음기가 사라진 진지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 인터넷 생중계를 담당하는 사이클TV의 이석준 PD(빨강 티셔츠) Ⓒ 임건엽



미디어 회의가 끝난 후 쉬는 시간에도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휴식 없이 매체별로 모여 소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사이클 종목이 비인기 종목이기도 하고 촬영 환경이 열악하여 그동안 국내에서 사이클 중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국내 사이클 팬들을 위해 사이클 TV의 이석준 PD는 SNS를 이용한 인터넷 생중계 환경을 개발하여 국내 동호인 대회는 물론 프로 대회까지 중계를 해주고 있다. 덕분에 경기 시간을 놓쳐서 보지 못하더라도 녹화방송을 손쉽게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며, 수많은 사람이 짬을 내어 인터넷 생중계를 관람하고 그 장면을 재생산하여 각자의 SNS 공간으로 이동되기도 한다. 특히 이번 투르 드 코리아에서는 이석준 PD가 야심 차게 준비한 방송 촬영 장비와 기법으로 선두에 있는 선수와 후미에 있는 선수 모두 볼 수 있게 되었다. 홀로 시작한 사이클 방송의 특성상 많은 장비를 혼자 다룰 수 없으므로 이날 이석준 PD는 쉬는 시간에도 촬영을 도와줄 직원들에게 촬영 방법 및 영상기기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며 바쁘게 보냈다.


잠깐의 휴식시간이 끝나고 이어서 점심시간 전 마지막 회의인 운전자 회의가 있었다. 참석자는 경기부장, 심판장, 심판, 모든 운전자, 경찰대표, 마샬 대표였다. 각 스테이지 마다 선수의 수만큼 오토바이와 차량이 같이 이동한다. 선수들의 안전을 위한 경찰차와 오토바이, 미디어 촬영 자동차, 선수의 안전을 위해 선두와 후미에 있는 마샬 오토바이, 중립지원 서비스 차, 팀 선수들을 위한 팀카 등등 다수의 바퀴가 달린 것들이 도로 위를 달린다.


팀카는 200km 가까운 거리를 달리는 선수들에게 언제 자전거에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여분의 자전거 프레임과 휠셋, 물, 행동식을 가지고 다니며 도로 위의 선수들을 지원한다. 단, 선수가 팀카를 잡고 잠깐이라도 주행을 하거나 팀카 뒤에서 바람을 피하면서 달리는 행위는 바로 제재 사항으로 그 정도에 따라 실격처리가 되기도 한다. 도로 위의 수많은 오토바이는 선두와 후미에서 경기의 흐름에 방해되는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제거하며 선수들의 안전한 경기를 위한 마샬 오토바이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그 외에는 선두에서 후미그룹과의 차이를 선수들에게 보드에 직접 작성하여 보여주는 안내 오토바이, 촬영 오토바이가 있다. 매일 200km 넘는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 선수들도 오토바이 위에서 선수들을 찍어주는 촬영 오토바이들이 가장 위험하고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자주 한다. 앞에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운전자와 뒤에는 촬영을 담당하는 촬영기자로 이루어진 촬영 오토바이는 대회의 생동감을 전달하기 위해 다소 위험해 보일 수 있는 자세로 촬영에 임하기도 한다. 때로는 과도한 촬영 욕심으로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어 레이스 중간에 선수들이 촬영 오토바이에 대해 항의를 하기도 하지만 선수들의 모습을 사이클 팬들에게 전달해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한편으로는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 경주차량행렬 Ⓒ 투르 드 코리아



오전 일정이 끝나고 오후에는 심판 및 경기 운영진 회의가 있었다.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렁 앤디 심판장은 안전을 재차 강조하였다. 모두가 투르 드 코리아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국내외 대회 경험이 있으며, 사전에 배포된 교육 자료를 통한 개인학습과 이틀 동안 치러진 통합교육으로 UCI(국제사이클연맹) 규정을 확실히 준수하기를 심판과 경기 운영진에게 부탁하였다. 추가로 참가 팀 변경이 있었다. 싱가포르팀인 싱하 팀과 일본팀인 유코 팀이 새롭게 합류한 내용도 같이 안내하였다.



 


▲ 심판 및 경기 운영진 회의 Ⓒ 임건엽



이어서 출전선수 확인 시간을 가졌다. 모든 팀 감독은 팀 등급에 맞는 라이선스와 팀 저지를 지참하여 최종 선수명단 및 팀 확인을 하였다. 투르 드 코리아에 참가한 팀 등급은 프로팀(UCI Professional Continental Team)과 컨티넨탈(UCI Continental Team), 국가대표팀(대한민국, 홍콩, 말레이시아)이 참가하였다. 이 중 제일 높은 등급의 팀은 프로팀이다. 월드투어에 초대되어 참가할 수 있는 팀으로 최근에 있었던 지로 디 이탈리아를 완주한 선수도 있는 팀으로, 이런 프로팀이나 서양의 사이클팀은 출전선수 확인 시간에 감독이 직접 출전선수를 확인하는 반면에 국내의 몇몇 팀들은 경기에만 집중해야 할 선수들이 직접 출전선수 확인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 출전선수 확인 Ⓒ 임건엽



경기는 시작되었다

첫 번째 스테이지는 6월 5일에 시작이지만 전날인 4일 프리 레이스에서 이미 경기는 시작된 분위기였다. 각자

가 맡은 임무 속에서 지켜야 할 내용을 다시 한 번 더 숙지하고 선수들이 자전거 위에서 몸 상태를 확인했다. 대회관계자들은 안전시설을 점검하고, 촬영 장비들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프레스를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고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하지 않기 위해 자전거를 점검하는 사람까지 공식적인 일정 이외에 쉬는 시간이나 시작 전에 다들 틈틈이 짬을 내어 각자가 할 일을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선수들은 언제나 멋있어 보인다. 그 선수들 주변과 뒤에는 언제나 그 모습을 전달하는 수많은 사람이 구슬땀을 흘리며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대회에 참여하는 사람 중 선수는 200여 명, 선수들과 동행하는 사람의 수는 800여 명이다. 그 누구도 선수 이외의 사람에게 집중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은 언제나 그들의 일과 사이클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그들이 있기에 20%인 선수가 팬들에게 전달되어 아주 멋진 감동적인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되는 것이다.




▲ 쉬는 시간 없이 선수들의 자전거를 점검하는 미캐닉 Ⓒ 임건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