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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클럽, 근로계약서 미작성 관행 없어져야 한다

#스포츠클럽, 근로계약서 미작성 관행 없어져야 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20대의 찬란함을 꽃 피우기보다는 근로자를 위한 법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전태일 열사의 마지막 외침이다. 이 외침은 근로기준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기업과 정부에 대한 반항이었다. 그 후 46년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하다. 심지어 ‘열정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그의 죽음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열정페이 역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미용사, 모델, 기업 인턴, 그리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잦은 언론 노출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줄고 있는 분야도 있다. 하지만 언론 노출 빈도가 적은 스포츠클럽은 여전히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많다. 스포츠클럽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관행에서부터 시작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클럽의 열악한 근로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 소재 스포츠클럽 강사 A군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포츠클럽에서 일 한 경험이 있는지?

▲(A군) 네. 두 곳에서 강사로 근무했고 현재는 경기도 소재 스포츠클럽에서 유아체육 강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클럽에서 근무 중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경험한적 있는지?

▲(A군) 근로계약서 작성은 의무이기 때문에 작성하지 않는다면 위반입니다. 제가 겪은 첫 위반 사례죠. 그리고 이것을 작성하지 않아 위반이지만 보호 받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일단 근로계약서를 왜 작성하지 않았는지?

▲(A군) 사장님과 첫 만남에서 “너를 위해 계약서 안 쓰는 거야.”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왜 저를 위해서 안 쓰는지 이해를 못했지만 일자리가 필요했던 저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할 수 없었어요. 결국 이것이 저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본인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지?

▲(A군) 구두 계약만 했어요. 계약 당시 월급 액수, 근무 시간, 셔틀 운행만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가르칠 팀을 배정받자 부수적인 것들을 요구했어요. 대표적으로 회원 관리가 있죠. 물론 제가 맡은 시간에는 관리를 하는 것이 맞죠. 하지만 그 외 시간에도 회원들 관리를 요구해요. 학교 수업을 듣고 있는 도중에도 클럽회원들에게 월 회비 독촉 문자를 보내야하고, 대회 공지, 그리고 커뮤니티에 게시할 사진과 동영상 편집 및 게시 작업도 하고 있어요. 물론 직업의식을 가지고 한다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는 것들이에요. 하지만 전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시간 강사거든요. 정해진 시간만큼만 근무하고 그 외 시간을 근무하면 수당을 받아야합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가 없어 시간외 수당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사례가 있는지?

▲(A군) 많아요. 클럽 자체적으로 5주차 수업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회원들은 4주 회비만 내면 되는 것이죠. 수업 무료 제공은 클럽의 마케팅이지만 저는 시간 강사거든요. 그렇다면 일 한 시간만큼 급여를 받아하죠. 하지만 근무한 시간만큼 돈을 받지 못합니다. 다른 사례는 유아들을 데리고 K리그 클래식 경기를 관람하러 가는 행사를 진행했어요. 거의 10시간을 근무했죠. 이것 역시 못 받았습니다.

 

 

-부당한 처우에 대응하셨는지?

▲(A군) 아니요. 사실상 대응하기 힘들어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근로계약서 미작성입니다. 두 번째는 체육 분야에 종사하는 다른 분들도 느끼실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매여있어요. 체육의 특성상 한 다리 건너면 알 수 있거든요. 그걸 아는데 대응하기가 쉽지 않죠. 그만두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이것도 쓴 소리 들을 각오를 해야 하죠. 며칠 전 관둬야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장난하냐?”라고 하시더군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A군) 지금이라도 좋으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싶어요. 근무 범위를 정하고 월급 날짜도 정하고 시간외 수당에 대한 것도 작성하고 싶어요. 이를 작성하지 않은 제 잘못도 있지만 사실 구직자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고용주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고용주님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근로계약서 꼭 작성해서 근로조건에 맞는 근무를 시켜주세요.

 

 

 

사회적 관행인 ‘근로계약서 미작성’ 없어져야

 

조사를 하다 보니 지인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다. “두 달 근무했는데 15만원 받았어요.”, “한 달에 10만원 받았어요.”, “시간 당 5000원 받았어요.”. 하지만 이들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람은 없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런 것 까지 필요해?”라는 고용주들의 반응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고용주들은 이런 반응을 보일까?

 

 

고용주들의 미지근한 반응 이유를 알기 위해 고용 전문 ‘ㅎ’ 기관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ㅎ’ 기관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원인을 3가지 사회적 관행으로 설명했다. 첫째 낮은 인식수준이다.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화는 시행 된지 4년 밖에 안 됐다. 이에 고용주들의 인식 수준이 낮아 근로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는다. 둘째, 사회보험 부담금 면제 수단이다. 계약 후 4대 보험 비용을 지원해줘야 하는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이를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 셋째 처벌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다. 법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위반을 판단할 기준이 없어져 처벌에 난항을 겪는다.

 

 

한편 ‘ㅎ’기관은 A군의 인터뷰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근로계약서 작성 시 근로조건으로 명시하지 않았던 사실이라면 위반이라고 말 할 수 있지만, 구두계약 상태에서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섣불리 말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즉,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사회적인 관행으로 유지된다면 근로자들은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 제정이 아니라 준수를 외쳤다. 그 후 46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 고용주들 사이의 관행 때문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근무를 시작하는 구두계약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 고용주들이 스스로 기존 관행을 깨부수고 근로계약서를 철저히 작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