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스포츠, 올림픽을 꿈꾸다
지난 2014년 10월, 상암월드컵 경기장에는 4만여명의 유료관중이 자리를 채웠다.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던 것도 아니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열린 것도 아닌데 수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은 이유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라는 게임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롤드컵’ 결승전이 열렸기 때문이다. 결승전 총 순 시청자수는 2700여만명, 순간 최고 시청자수는 1100만여명에 달했고
한달에 걸친 대회기간동안 누적시청자수는 2억8800여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야구나 축구에서도 쉽게 달성할 수 없는 규모로 e스포츠의 인기를 실감시켜 주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5년 12월 기준으로 e스포츠산업 매출규모를 4600억으로 예상하였다. 이미 e스포츠의 근간이 되는 게임산업의 매출은 10조원에 육박하고 게임산업의 콘텐츠 수출액은
한국 컨텐츠 수출 전체의 56프로를 차지하는 30억달러에 이른다. 2000년들어 처음 알려진 e스포츠가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로 문을 열다
국내 e스포츠는 1998년과 1999년 오프라인 중심으로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열리면서 막을 올렸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세계최초로 설립된 게임전문방송 온게임넷에서
프로스타리그가 중계되면서 부터이다.
당시 임요환, 홍진호, 기욤 패트리 등 화려한 실력을 갖춘 스타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2004년 광안리에서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에 10만명의 관중들이 모이면서 e스포츠는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기를 실감한 대기업들은 게임단 창단 또는 스폰서로 e스포츠에 참여하였고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세계최초로 군대(공군)의 게임단 창단까지 이루어냈다.
2010년 e스포츠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스타크래프트는 중계권 논란과 승부조작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되지만 2012년부터 시작된 LoL(League of Legend) 프로리그로 인해 e스포츠는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LoL 외에도 카트라이더, 스타크래프트Ⅱ, 하스스톤 등이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e스포츠 리그를 이어나가고 있고 대중적 인기는 성적으로 귀결되어 한국선수들은 다양한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e스포츠 강국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스포츠가 되고싶은 e스포츠
앞선 2004년,2005년 스타리그 결승전의 10만명이 넘는 관중들이 무료티켓이라는 점과 여름철 바닷가라는 시기가 이점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2014년 롤드컵 결승전 4만 유료관중은
10년동안 e스포츠의 급속한 성장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는데 게임사 중 최초로 e스포츠전용 경기장인 ‘넥슨 아레나’를 설립한 넥슨과 곰tv의 곰tv강남스튜디오는 e스포츠리그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끌어 나가는데 기여하고 있고 4월30일에 개장할 상암 e스타디움은 800석의 좌석, 다양한 부대시설, 초대형 LED화면과 최신음향기기를 설치하여 수준높은 관람환경을 제공한다.
▲ 새롭게 문을 여는 상암e스타디움 출처:OGN공식블로그
이런 인기에 더하여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한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2007년부터 전국적으로 다양한 대회를 주최했고,
2010년부터 각 시도지회 설립 사업을 펼쳐 전국 11개 지회를 갖췄다.
또한 2014년, 2015년에는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전국체육대회에서 동호인 종목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을 인정받아 2015년초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로 승인되었다. 준가맹단체로서 2년간 자격을 유지하면 정가맹단체로 승격신청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국제e스포츠연맹(leSF)은 지난 4월8일 IOC가맹을 위해 공식 절차를 진행하라는 서한을 받았다. 내년이 되어야 1차심사를 받게 되겠지만 국제정식스포츠로의 인정을 받기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e스포츠, “나를 돌아봐”
정식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들도 많이 있다. 먼저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가 된다면 게임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기존의 스포츠들과 달리 ‘게임’은 기업이라는 명확한 주인이 있기 때문에 기업의 정책이나 입김에 따라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또한 기존 스포츠에서 체급을 나누고 실력에 따른 리그를 나누는 것처럼 e스포츠도 기준이 필요한데 다양한 게임마다 기준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2010년 e스포츠의 뿌리를 흔들었던 승부조작도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기본적으로 활동기간이 짧고 최상위권 선수가 아닌 이상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직업의 특성상 승부조작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최근에 발생한 스타크래프트2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한국e스포츠협회는 민사상의 조치를 취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은퇴선수에 대한 지원이나 중계권 논란,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불명확한 태도 등의 과제가 있지만 가장 시급한 과제는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일 것이다.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기 위해 게임중독 같은 부작용에 대해서 적극적인 자세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하고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입증하여야 한다. e스포츠도 바둑과 체스와 같은 마인드스포츠이다.눈에 띄는 격렬한 육체적인 활동은 없지만 그에 못지않은 치열함과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 우리는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브랜든 벡 라이엇게임즈(LoL 제작사) 사장은 “앞으로 죽기 전에 올림픽에 e스포츠가 등장하는 것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e스포츠가 하나의 스포츠로 인식되도록 당면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보면 어쩌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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