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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운동은 시간낭비가 아닌 자기개발이다’





‘운동은 시간낭비가 아닌 자기개발이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고려대학교 미식축구부-

 

 


 

최근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기 위해 여러 체육단체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평일에 진행되던 리그를 주말리그로 바꾸고 자라나는 유망주들에게 일정시간 수업시간을 이수하도록 요구하는 등 많은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여전히 대다수의 체육 특기자 중에서 소수만이 프로에 진출하거나 취업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엘리트체육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반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특히 입학 시즌이 시작되면 언론사에서는 너도나도 취업준비를 걱정하는 대학교 신입생들을 취재해 언론에 노출시키기 바쁘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면 특기생도 아닌 일반 학생들에게 운동이란 사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려대학교 미식축구부 선수들은 훈련에 열중하느라 정신이 없다. 방학기간 중 합숙훈련은 기본이며 바쁜 시간을 쪼개 주 3일은 운동장에 모여 훈련에 매진한다. 과연 이들은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고려대학교 미식축구부 김민호(24) 주장과 이들을 지도하는 로렌스 볼비(33· Lawrence Bowlby· 캐나다) 코치의 이야기를 통해 운동은 시간낭비가 아닌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좋은 활동이란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인터뷰는 김민호 주장과 로렌스 볼비 코치 따로따로 진행되었다.)



 - 미식축구를 접하게 된 계기_Korea Tigers 주장 김민호(12 · 독어독문과)



주장 김민호 (왼쪽) / 출처: 고려대학교 미식축구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미국에서 꽤 살다 온 친구 한 명이 있었어요. 그 친구랑 캐치볼을 자주 하곤 했는데 대학교에 입학하면 미식축구를 하겠다고 말하곤 했었는데 실제 대학에 입학하니 미식축구부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2월 달에 연락을 하였고 결국 미식축구부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 미식축구를 하기 위한 초기 비용 그리고 졸업생들의 지원


신발이나 보호대 혹은 헬멧 하나만 하더라도 10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될 정도로 상당히 고가입니다. 모든 장비를 갖추었을 때 80만원까지 하겠네요. 학교나 협회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장비를 갖추는데 있어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려대학교 미식축구부는 62년도에 창단되었고 많은 졸업생을 배출하였습니다. 많은 선배님들의 지원 덕분에 따로 장비를 사거나 회비를 내지 않습니다.


또한 이들은 단순히 회비만 지원받는 것이 아니다. 경기력이 우수한 학생들은 따로 OB선배들이 뛰고 있는 사회인팀에서 함께 훈련을 한다. 또한 현재 봄이 시작되면서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만나 서로 연습경기를 가지고 있다.



- 운동을 늦게 시작한 만큼 선수 하나하나의 기량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선수마다 기량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팀 운동이기 때문에 팀워크로 극복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시스템적으로 맞춤 개인훈련과 전술훈련을 제공합니다. 정신교육도 따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연습이 끝난 후 팀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가지는데 이 시간 동안 전술교육을 하고 문제점을 보완합니다.



- 어떠한 자료를 통해서 교육시키는지 보여 줄 수 있을까요?


팀 전술의 경우 다른 팀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이라 따로 보여드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노출되는 순간 이 전술은 쓸 수가 없거든요. 죄송하지만 전술관련 자료는 보여드릴 수가 없네요.


고려대학교 선수들은 외국인 코치가 제공하는 자료나 정보를 통해 전술을 익히거나 본인들이 직접 구글이나 유투브에서 영어로 된 자료를 번역하고 공부하여 다양한 전술을 익힌다고 한다. 덕분에 현재 고려대학교가 운용할 수 있는 전술은 200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한번 작전으로 쓰인 전술은 매일 경기가 끝나면 다시 세미나를 통해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진다.



- ‘공부, 연애, 학점, 취업준비’ 바쁜 대학생활… 어떻게 시간을 분배하는지?


처음에는 시간을 분배하여 운동과 공부를 같이 병행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지만 하다 보니 그 둘을 적절하게 시간 분배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제쳐두고 운동에 전념하라고 강요하진 않습니다. 일반학생이다 보니 공부가 우선이기에 학업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학업을 병행합니다. 예를 들어 훈련이나 경기가 없는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인턴을 하거나 다른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3, 4학년의 경우 무조건적인 연습 참여를 유도하지 않고 취업배려를 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길을 밟아온 선배들 모두 취직이 잘 되었습니다.

 

김민호 주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 곧바로 이들을 지도하는 로렌스 볼비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 친한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했다는데.



▲ 로렌스 볼비 헤드코치 (왼쪽)



대학교 때까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간 운동을 접고 한국에 머물다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그 친구들이 사회인 미식축구를 같이하자고 제안하더군요. 결국 2009년 사회인 미식축구팀 서울 바이킹즈에 들어가 다시 미식축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팀을 옮겨 미식축구를 계속 해오던 중 같이 선수로 뛰던 친한 친구 한 명이 고려대학교 미식축구부 코치직을 소개하였습니다. 그 친구는 고려대학교 졸업생인데 코치가 한 명 필요했었나 봅니다. 저는 흔쾌히 그 제안을 수락했어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고려대 학생들을 지도하기 시작하였고 13년 헤드코치(Head Coach)가 은퇴한 후 내가 지금까지 그 자리를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학생들이 잔디가 아닌 흙구장에서 연습을 한다. 부상이 우려가 되는데


학교 노란색 기둥이 박혀있는 잔디구장이 있지만 그것은 럭비선수들을 위한 시설이기에 학교 옆에 위치한 개운산운동장에서 훈련을 합니다. 사실 흙으로 된 구장이기에 부상이 염려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테이핑을 확실하게 시키고 전술 훈련이 없을 때에는 강도 높은 웨이트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근육이 있어야 덜 다치니까요.



- 한국에서 비주류 종목인 미식축구를 가르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없나요?


미식축구가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종목이기 때문에 오는 거부감은 분명히 있습니다. 신입생들이 들어오더라도 중간에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자발적인 경우도 있지만 부모님의 영향으로 인하여 미식축구부를 떠나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들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요. 아이들은 한번 다치고 그걸 딛고 일어나야 성숙해 질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지 못하는 부분은 많이 아쉽습니다. 사실 올해 같은 경우도 16명의 신입부원이 들어왔는데 현재 5명만 남아있습니다. 군대를 갔다 오면 더 줄어들 수 있겠네요.


“저는 미식축구가 정말 사람들에게 좋은 스포츠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미식축구는 아이들을 신체적으로 성숙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 줍니다. 선수 한명 한명 주어진 포지션과 역할이 있기에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여기서 조금 발전해 나아간다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리더쉽과 팀워크 그리고 협동심을 배우게 됩니다.”


볼비 코치는 돈 한 푼 받지 않고 무보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비록 금전적인 보상은 없지만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이 성장하는걸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자신과 함께 2012년 미식축구부에 들어온 김민호 선수를 언급하며 처음에는 신입생이었던 그가 어느새 이렇게 성장한 것을 보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 들어가면 자신만의 포지션이 주어지고 이를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미식축구를 통해서 배운 경험과 정신적 성숙함은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 제가 여기서 미식축구를 가르치는 동안 졸업생 모두가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이름을 대면 모두가 알만한 대기업에 취업을 하였고 이들 중 일부는 사회인리그에서 계속 미식축구선수로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볼비 코치와 함께 세미나실을 방문했을 때 땀 냄새가 역하게 났다. 미식축구부 학생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쉬는 시간 없이 곧바로 피드백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하나 피곤한 기색 없이 세미나를 주도하는 김민호 주장에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미식축구에 열정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다.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서 운동이라는 것이 단순히 시간낭비가 아닌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하나의 활동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