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조미혜 (인하대학교 체육과 교수)
‘남녀칠세 부동석’과 '양반 집 여자들은 자기 집 담장 밖을 나갈 때 얼굴을 가리고 다녔던
풍습’을 지니고 살았던 우리나라에서 처음 문호가 개방되고 학교가 세워지면서 과연 학교체육
시간에는 무엇을 했으며, 그 모습은 또한 어땠을까?
갑오개혁을 중심으로 점차 우리나라에도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과거 유교와 서당 중심의
교육에서 현재 모습을 지닌 학교가 세워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주로 기독교 선교사들에
의하여 기독교계통의 사립학교가 세워졌는데 그러한 학교로는 광혜원, 이화학당, 배재학당,
언더우드학당, 정동여학교, 광성 학교 등이 있다. 이 학교들은 우리나라에 신문화를 소개하는
중요한 창구의 역할을 해 왔다.
이 시기의 학교 체육을 살펴보면, 외세의 도전에 대한 민족적 자각으로 말미암아 체육 교과가
무예 기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학교는 어디일까?
바로 원산의 원산학사(1883)라고 한다. 원산학사와 동래의 무예학교(1878)에서는 교육과정
속에 전통적 무예 체육의 일부를 교육과정 속에 편입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체육사학자들은
비록 무예 체육이기는 하나 이것으로 ‘학교체육이 처음 성립되었다’고 말한다고 한다.
▶ 1910년 한성학교와 황성기독청년회(YMCA)의 야구경기 모습 (이길용기념사업회, 1999)
무예로써의 체육은 처음에는 외세의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자질 있는 무사 양성을 위하여
자주 ‘평가와 보상’을 실시하면서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체육
수업시간에 너무 무예 쪽의 기술 발휘에만 치우쳐 수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논란도 있다. 그러나 체육교육과정 내에서 그 의미를 찾아본다면, 전통적 체육으로
자각하고 있는 무예를 학교 교육의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교육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 볼 수 있다.
근대학교에서 무예 체육이 성행한 반면, 선교사들이 세운 기독교 학교에서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하여 근대식 학교 체육이 이루어졌고, 학교 교과목으로는 주로 「체조」와
「유희」가 행하여졌다. 예를 들면, 배재학당(1885)에서는 특별활동 및 과외활동으로
야구, 축구, 정구, 농구와 같은 서양식 스포츠가 행하여졌고, 언더우드학당(1891)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매일 1교시에 체조시간을 30분간 배정한 것을 살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여학교인 이화학당(1886)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체조과목을
설정하고 학생들을 교육시킨다. 다음은 이화학당에서 체조수업을 하고 있는 장면
(곽형기, 1989)인데 이를 살펴보면, 유교 문화에 젖어있던 우리 사회에서 체육이라는
신문화의 수용 과정에 비쳐진 사회적 충격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겠다.
이화학당에서 처음으로 여학생들에게 손을 번쩍 들고 발가랑이를 벌이며 뜀질을
시키는 체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체조는 당시 사회의 윤리 문제로까지 비약하여
큰 말썽이 되었다. 당시 班常이 심한 가문에서는 여자가 걸을 때 발꿈치에서 발끝까지의
길이 이상 발을 떼어서는 상스럽다 하여 엄하게 걸음걸이를 다스렸던 것이다.
그런 판국에 체조 시간에 여학생들이 발가랑이를 번쩍 든다는 것은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래서 학부형들은 하인을 시켜 그들의 딸들을 업어 내오기에 바빴고,
체조하는 딸 때문에 가문 망쳤다고 가족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사회에서는 이화학당
다닌 여학생은 며느리를 삼지 않겠다는 풍조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漢城府에서는
정식으로 이화학당에 공문을 내어 체조를 즉각 중단할 것을 통고까지 했던 것이다.
체조에 얽힌 에피소드는 그 후에 설립된 한성고등여학교(현 경기여고)에서도 일어났다.
“아무리 여학생이라도 과년한 여자에게 발을 벌리라니, 팔을 어쩌라니, 등을 굽히라니,
얼굴을 돌리라니 하여 여자의 신체를 아무렇게나 움직이게 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학교 수업시간에 실시한 체조로 인하여 한 때는 일부 완고한 보수층으로부터
적지 아니하게 지탄을 받기도 하고 빈축도 샀다고 한다. 올림픽에 나간 우리나라
여자 체조 선수들이 멋진 도약을 하고 있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개화기 시절의 학교 체육 풍경이다.
▶ 1930년 진명여고 학생들의 농구 연습 장면(이길용기념사업회,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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