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미향 (노원고등학교 체육교사)
여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한마디로 축약해서 답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여가는 이렇듯 한마디로 설명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개념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은 잉여 시간, 자유 시간, 휴식, 휴양, 오락, 레크리에이션
정도일 것이다.
여가에 대한 해석과 관점은 여가 참여자의 관점, 시대적 상황, 사회적 분위기 등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Brightbill(1961)은 서로 문화가 다르면 여가의 개념도 다르다고
지적했고, Kelly와 Freysinger(2000)는 여가가 시대, 계급, 직업에 따라 다르게 정의된다고
하였다(이철원, 2002). 많은 여가 학자들이 여가(餘暇)를 해석함에 있어 다양한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여가의 개념이 변천한다는 사실에는 의견의
일치를 나타내고 있다.
여가는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그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한다. 산업 혁명 이후,
자본주의의 위력이 거대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장에서 17-8시간씩 일하도록 만들었으며,
이는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시켰다. 지나치게 많아진 노동 시간으로 겪게 되는 정신적,
신체적 폐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서 여가의 가치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국제 노동 기구는 주당 48시간의 노동 시간을 법제화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여가에 대한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
여가 시간의 증가는 예기치 못한 사회문제를 가져왔다. 도박, 퇴폐 향락 문화 등과 같은
일탈적 여가 소비가 증가되면서 여가 시간의 건전하고 바람직한 소비를 위한 교육이
필요함을 인식하였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레크리에이션 캠페인이다. 즉, 여가 시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만족감을 얻되 법적,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고 보다 가치 지향적
활동을 강조하는 것이 레크리에이션 활동인 것이다.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여가란 어떤 의미일까?
우리나라도 2004년 7월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사회 전반에서 여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주 44시간 근무에서 주 40시간 근무로의 변화는 그저 4시간 적게 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노동관과 여가관을 바꾸 어 놓았다. 여가는 더 이상 그저
남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현대인들의 여가관을 재조명함에 있어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다.
어린 시절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성공은 땀 흘려 열심히 일한 자의 것이며,
젊어서 놀면 패가망신하는 것으로 알고 놀고 싶은 마음에 경계심을 키워왔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인 우리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논다는 것, 쉰다는 것을 죄악시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생존의 논리였는지 모른다.
대중 여가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개미와 베짱이'의 해석은 이렇게 달라진다. 더운 여름 땀
흘리며 일만 열심히 한 개미는 디스크에 걸려 그동안 모아둔 재산을 병치레에 쏟아 부으며
골골하는 반면, 노래하고 춤추는 자신의 끼를 잘 개발한 베짱이는 가수로 성공하며, 부와
명예를 모두 얻게 되었다는 것이 새로운 시각이다. 즉, 내일의 안락함을 담보로 오늘을
희생하는 것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쏟아 부으며 살아갈 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새로운 교훈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가가 요술방망이는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삶에 있어 여가가 왜 필요한지, 주어진 여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는 간혹 여가를 '고급 승용차'에 비유하곤 한다. 안락함, 편리함,
안전함까지 모두 갖춘 고급 승용차라 할지라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애물 단지로 전락할 수 있으며, 무리한 운행은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잘 놀고 잘 쉬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여가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알맞은 여가 스타일을 찾고, 동호회 등 더불어 즐기며,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
당당하게 놀며, 보다 더 잘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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