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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전 테니스 왕자, 공부로 금메달을 꿈꾼다








글/원준연







“제가 인터뷰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처음 인터뷰 제의를 했을 때 김원탁씨는 얼떨떨해 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눈을 반짝이며 촉망받던 테니스 선수에서 영어 프레젠테이션의 고수가 된 자신의 인생 이야기꽃을 피웠다.



김원탁 씨는 유소년 테니스 선수로 활약하던 사진을 꺼내 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저희 가족 전부 테니스 치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테니스장에 따라 다니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 나도 한번 배워보겠다 했던 것이 저의 테니스 선수 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처음 라켓을 잡은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12월 28일. 너무 기뻐서 일기장에 적어 두었거든요.”


 8세에 테니스 선수경력 시작한 김원탁 씨는 촉망받는 테니스 선수로 성장했다. 전국체육대회를 비롯한 각종 대회에서 총 수십 개의 메달과 상장을 휩쓸었고, 많은 대학팀들에게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뛰어난 실력덕분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많은 대학교들과 실업팀들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김원탁씨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건이 있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잘 알고 지내던 야구선수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날 훈련을 마치고 병문안을 갔는데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었더라고요.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마땅한 입상성적이 없어서 대학진학이 어렵게 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했다고 했습니다."


절친한 친구의 자살시도는 김원탁씨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포기하려 할 만큼 힘들고 괴로운 일인가 싶었죠. 하지만 그 당시 친구가 처한 상황을 생각을 곱씹어볼수록 이해가 되었습니다. 평생 운동만 해왔는데 더 이상은 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갑자기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느끼게 되는 막막함이 저도 느껴졌습니다."


그 날 이후 김원탁씨는 대한민국 엘리트선수 복지를 위해 일하기로 결심했다. 우수한 대학팀들의 스카우트 제의를 뒤로한 채 부산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진학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테니스코트 위가 아닌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보냈다. 또한, 우연한 기회로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교를 진학하고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학생들과 교수님들을 많이 봤어요. 그 모습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아 나도 저렇게 영어를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에 영어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평생 테니스만 하다 보니 영어를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았죠. 처음 접했던 영어책이 세종대왕에 관한 책이었는데 유일하게 읽을 수 있었던 단어는 고려(Koryo), 조선(Choseon) 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던 김원탁씨는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비록 공부를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절대 좌절하거나 절망하지는 않았습니다. 공부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왜냐하면,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김원탁씨는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깨달은 바도 역설했다. “테니스와 공부의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두 가지 활동 모두 숙련성 활동, 즉 잘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반복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걸 깨닫고 나서 공부를 꾸준히 하면 잘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더 겸손할 수 있었고, 주위사람의 충고에 귀를 기울 일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태도 덕분에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랍 문화가 ‘한 손에는 쿠란, 한 손에는 칼’로 정의되는 것처럼 김원탁씨의 대학생활은 ‘한 손에는 테니스라켓, 한 손에는 영어책’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의 대학생활은 테니스훈련, 학교공부, 영어공부 세 가지로 구성된 단순한 삶이었다.


영어공부를 꾸준히 하던 도중 김원탁씨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와 UN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에서 주최하는 ‘2013 EPICS 영어 프레젠테이션대회’에 참가했다. “처음에는 ‘그냥 한번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참가했는데, 1차 예선을 통과하고 결승까지 올라가게 되니 우승하고 싶더라고요. 저희 팀에서 제가 발표를 맡았는데 프레젠테이션 전날까지 날을 새면서 끊임없이 연습했습니다.” 김원탁씨의 얼굴에는 그 때의 흥분과 힘겨움이 동시에 스쳐지나갔다.




김원탁씨의 이러한 노력은 대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영어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수상한 대상은 그가 각종 테니스 대회에 나가 수상했던 어느 상보다 특별했다. 테니스 코트 위가 아닌 프레젠테이션 단상 위에서 수상했기 때문이다.



김원탁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더 특별한 금메달을 얻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금메달이 아닌 다른 운동선수들의 금메달이다. 그것도 대회에서의 금메달이 아닌 그들의 인생에서의 금메달이다.





“전역을 하면 유학을 가서 체육행정 분야를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운동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제 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라며 김원탁씨는 자신의 꿈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김원탁씨는 현재 미 2사단 카투사로 군 복무중이다. 1년 6개월 남은 군 생활 동안 그는 군 생활에 충실하면서도 전역 후 자신의 꿈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인생에서의 금메달을 위한 그의 노력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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