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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팀이름을 바꿔야하는 이유








글/원준연



 세계 최고의 수준과 크기를 자랑하는 미국 4대 인기 프로스포츠리그에는 총 122개의 팀(MLB 30개, NFL 32개, NBA 30개, NHL 30개)이 있다. 마이너리그 팀까지 합치면 수백 개의 팀이 존재한다. 미국대학 스포츠리그 팀은 345개이다. 프로와 대학리그 팀을 모두 합치면 약 800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의 팀이다.


수많은 팀이 있다는 것은 다양한 팀 로고와 마스코트도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스포츠 팀 로고와 마스코트는 사자, 호랑이, 송골매 등 동물을 소재로 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점은 동물을 로고 및 마스코트로 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확연히 다른 점은 인디언들을 소재로 로고 및 마스코트를 사용하는 팀들이 많다는 것이다.



< 인디언들을 소재로한 스포츠팀 마스코트들 / 출처: Sport Analytics Research Blog >



인디언을 로고 및 마스코트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프로구단은 NFL의 인기구단 워싱턴 레드스킨스, 과거 추신수가 뛰었던 메이저리그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있다. 프로구단 뿐만 아니라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 샴페인, 윌리엄 앤 매리 대학교를 필두로 약 2천개의 대학교 및 고등학교 팀들이 인디언을 마스코트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미국사회에서 인디언들을 소재로 한 마스코트사용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이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소유주였다면 팀의 이름을 바꾸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독일의 스포츠용품 회사 아디다스는 올해 11월 5일 미국 학교에서 아메리칸 원주민을 비하하는 명칭과 마스코트를 추방하는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 레드스킨스 팀명 사용중지를 요청하는 원주민 청년 / 출처: 허핑턴포스트 >


인디언 마스코트 논란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인디언 인권운동가들은 그동안 레드스킨스라는 단어가 아메리칸 원주민들을 모욕하는 용어라며 사용 금지를 요구해왔다. 사회적 무관심을 받았던 문제가 최근에야 이슈가 된 것은 원주민들이 팀명을 변경할 것을 요청했지만 워싱턴 레드스킨스팀이 이를 거부하면서 불거지게 되었다.


‘레드스킨스’라는 팀 이름이 왜 인디언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일까?


NBC뉴스에 의하면 레드스킨스라는 이름은 살해된 인디언들을 칭하는 것으로 인디언을 경멸하는 인종차별적 단어다. 이 단어를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을 연고로 한 NFL 최고 인기 팀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 레드스킨스 팀명논란을 풍자하는 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South Park (사우스파크) / 출처: 유투브 >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구단주 댄 스나이더(Dan Snyder)는 팀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팀이름이 팀의 역사와 전통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레드스킨스라는 이름을 불쾌해하지 않는 북미 원주민들을 샅샅이 찾아 팀명을 지키는 데 필요한 정당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마스코트와 팀 이름에 관한 보고서의 저자 에릭 스테그만(Erik Stegman)는 댄 스나이더의 이러한 노력이 팀명 논란의 요점에서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한다.


“레드스킨스의 구단주는 이 논란을 잘못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레드스킨스라는 팀명을 지지하는 인디언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만약 당신의 아이들이 특정 인종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낮은 자존감으로 살아가는 것을 목격하면 어떻겠습니까. 레드스킨스 팀명논란의 쟁점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최근 인디언 팀 로고 및 마스코트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은 연구의 주제로 활발히 다루어지고 있다.



< 레드스킨스 팀명 논란에 관한 에릭 스테그만과 빅토리아 필립스의 연구서적인 Missing the Point

 출처: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


 에릭 스테그만과 워싱턴 대학교의 법학과 교수인 빅토리아 필립스(Victoria Phillips)가 집필한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레드스킨스’라는 팀 이름이 원주민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교육환경을 만들뿐만 아니라 원주민 청소년들과 젊은 성인들의 자존감과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실제로 원주민들은 미국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다. 15세에서 34세까지의 원주민 성인들의 자살율이 전국 평균보다 약 2.5배 높으며, 원주민 지역사회는 전국적으로 가장 심한 빈곤, 허약한 건강상태, 그리고 가장 낮은 교육수준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빅토리아 필립스 교수는 “인디언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불리한 곳에서 시작합니다. 인디언 학생들은 매일 학교에 가서 그들의 문화가 부정적인 방식으로 묘사되어있는 스포츠 팀의 로고와 마스코트를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주민들이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죠”라고 말한다.


< 레드스킨스 팀명 및 로고사용에 반대하는 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 출처: AFP >


최근 인디언 로고와 마스코트를 없애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버지니아 연방지법은 지난 7월 미국 프로 풋볼리그(NFL) 워싱턴 레드스킨스 구단의 6가지 상표 등록을 취소한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특허청 산하 상표심사항소위원회는 지난해 레드스킨스가 인디언을 비하하는 용어로 규정하고 레드스킨스 구단의 상표 등록을 취소했다. 전미대학체육협회(NCAA)도 2005년 아메리칸 원주민 로고와 명칭을 사용하는 학교들이 이를 변경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일선 고교에서 아메리칸 원주민 명칭과 마스코트 사용을 금지하는 주들도 잇따르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달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학교에서 '레드스킨스'라는 팀 이름과 마스코트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오리건 주 교육위원회는 2012년 아메리칸 원주민을 비하하는 명칭을 사용하면 예산지원을 삭감하겠다고 했다.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팬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자신을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팬이라고 밝힌 허핑턴 포스트의 기자 에밀리 히스(Emily C. Heath)는 워싱턴 레드스킨스 팀명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칼럼을 개재했다.


‘제가 어렸을 때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최고의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워싱턴 토박이였고, 레드스킨스팀의 팬이었죠. 우리 집 대대로 레드스킨스팀을 응원했습니다. 비록 팀이 번번이 플레이오프진출에 실패했지만 팀에 대한 충성심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골수팬입니다. 저는 이 팀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는 워싱턴 팀이 이름을 바꾸었으면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팀의 이름이 인디언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저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레드스킨스 팀의 간부들은 팀 이름이 특정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팀명을 바꾸는 것이 팀의 전통과 역사가 없어질 위험에 처하게 할지라도 인종차별적인 단어를 팀 이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워싱턴의 정신을 보여주는 좋은 이름들이 많습니다. 굳이 레드스킨스여야 할까요? 아마도 군사 간부들과 정부 관료들로 가득한 이 도시에서 그들을 칭송하는 이름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요?’


워싱턴 레드스킨스 팀명논란과 같이 스포츠팀 이름 및 마스코트는 사회적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워싱턴 팀의 구단주는 팀 로고 및 마스코트가 가져오는 막대한 영향력을 정확히 인지하여 팀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없는 팀 로고 및 마스코트를 찾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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