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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땀과 눈물에서 강인한 여성성이 나온다








글/조승윤



 


초청선수, 주말골퍼, 컷탈락...


 미셸 위는 200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인 소니오픈을 시작으로 4년간 ‘성대결’을 펼쳤다. 드라이브 비거리 300야드에 육박할 만큼 남성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비거리가 성대결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성별을 뛰어넘는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도전이 계속될수록 그녀를 향한 시선은 차갑게 변했다.


 성대결은 강인한 여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스포츠 사건으로 보였다. 그러나 미셸 위가 보여준 성대결은 강인한 여성의 모습이 아닌 하나의 집착으로 전락했다.


 ▲2004년부터 PGA에 도전한 미셸 위 (사진=USGA 공식홈페이지)



 ‘5.06m'. 이 숫자는 ’미녀 새‘ 엘레나 이신바예바가 세운 여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이다. 이신바예바는 세계 신기록을 28번이 갈아치웠으며, 200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01m를 기록하며 여자 장대높이뛰기 선수 최초로 5m 벽을 넘어섰다.


 그녀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기록을 연이어 세웠지만, 남자 기록에 도전한 적은 없다. 오히려 자신의 기록을 더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그녀는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복귀 의사를 전했다. 그녀는 “강한 의지와 열망을 가지고 도전하면 어떤 일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라고 말하며 자신이 세운 기록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장대높이뛰기 성공 후 환호하는 이신바예바 (사진=연합뉴스)
 

 미셸 위의 도전, 이신바예바의 도전. 두 선수 모두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도전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상이하다. 어느 순간부터 ‘성대결’은 뛰어난 여성 스포츠 선수가 도전하는 분야가 되었다. 그러나 여성스포츠의 목적은 남성을 따라잡는 것이 아니다. 


 이신바예바의 높이, 김연아의 스핀, 장미란이 들어올린 역도의 무게는 남자 선수들의 기록보다 낮고 느리고 가볍다. 그러나 그들은 남성 선수들 이상의 감동을 준다. 이 선수들은 모두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했다. 그 한계는 남성들의 기록이나 실력이 아니었다.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었고,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대표적으로 김연아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경기를 하느냐다.” 라고 말하며 과거 국제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정신력을 강조했었다.


▲환호하는 장미란 선수와 김연아 선수 (사진=연합뉴스)


 여성 선수들이 남성선수들과의 함께 훈련하는 경우는 많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기도 하며, 대한민국 여자 스피트 스케이팅 이상화 선수 역시 남자 선수들과 훈련한다. 그러나 이러한 훈련이 남성 선수들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함이 아니다.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여성들의 노력이다.


 미셸 위의 성대결 도전은 아이러니하게 남자대회 성적 부진으로 끝나지 않았다. 자신보다 더 강한 남자 선수들과 경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대회 성적 역시 초라하다. 2008년부터 성대결을 포기하고 여자 대회에 전념했지만 2014년이 되어서야 LPGA 우승컵을 손에 들었다.


 모든 스포츠 선수들에게 도전은 숙명과 같다. 그러나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도전은 남자 선수들을 쫓는 것이 아니다. 남성성을 쫓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흘리는 땀과 눈물에서 비로소 강인한 여성성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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