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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당신은 진정한 광주 U대회의 금메달리스트입니다” -감비아 수영선수 팝 종가

 

 

 

 

글/원준연

 

 

 

 

"28.69초"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50m 남자 자유형 예선에서 감비아의 팝 종가(18)가 획득한 기록이다. 총 80명의 참가선수 중 78위로 이번 예선 최고기록인 21초에 7초나 뒤 떨이진 기록이다. 하지만 팝 종가는 꼴찌나 다름없는 기록으로 예선 탈락한 것에 상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이전 기록을 3초나 앞당겼기 때문에 그는 금메달리스트같은 환한 미소를 짓는다.

 

 이름마저 생소한 아프리카 중부 소국 감비아의 유일한 국가대표 선수로 2015 광주 U대회에 참가한 수영선수 팝 종가에게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의 공식 수영 경기장인 남부대학교 수영경기장의 시설은 낯설기만 하다. 자신의 나라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최신식 시설에 연방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남부대학교의 수영시설은 엄청납니다. 이번 대회의 결과에 상관없이 넓은 훈련장, 최신식의 시설, 많은 관중 앞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감비아에는 국제대회용 50m 풀이 전무하다. 50m 자유형을 훈련하기 위해서는 감비아에서 가장 큰 강인 감비아 강에서 50m 부표를 띄어 놓고 훈련을 한다. 중요한 국제대회 전에는 이웃국가인 세네갈로 이동하여 국제대회 규격을 갖춘 수영장에서 훈련을 하는데 이마저도 비용문제로 3일 동안의 짧은 기간밖에 하지 못한다.

 

< 이번 광주 U대회를 앞두고 감비아 강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팝 종가(오른쪽) >

 

국제규격의 반 크기인 25m 수영장조차도 고급 호텔수영장 시설이거나 외국인학교시설의 일부이다. 이마저도 호텔이나 학교에 일일이 허락을 구해야하기 때문에 훈련스케줄을 짜는 것이 쉽지 않다.

 

< 감비아 호텔 풀장에서 훈련 중인 아르팡 조브 코치 (중앙), 팝 종가(오른쪽) >


“훈련시설의 부족으로 U대회 전 2주 동안은 훈련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대회준비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시기를 열악한 환경 때문에 놓쳐버린 것이죠.” 감비아의 코치 아르팡 조브가 아쉬워했다. “경기를 앞두고 2, 3일 동안 가볍게 몸을 풀고 이 경기장에 적응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사실 중요한 시기를 놓쳤으니 큰 기록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죠. 하지만 U대회 같이 국제무대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팝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경기를 앞둔 훈련도 팝 종가에게는 쉽지 않았다. 감비아, 카사블랑카(모로코), 이스탄불(터키), 인천으로 이어지는 이틀 동안의 긴 이동시간으로 인한 피로, 시차적응문제, 오랜 훈련공백문제 등 악재가 잇달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훈련장의 물이 팝 종가에게는 차가워서 경기를 앞두고 감기에 걸려 컨디션조절에 실패했다.

 

개인적인 컨디션 조절 문제뿐만 아니라 외부적 지원도 매우 부족했다. 개인 마사지 트레이너를 동반한 다른 국가의 선수들과 달리 팝 종가는 훈련 후 스스로 근육피로를 풀기위해 스트레칭을 추가적으로 많이 해주어야만 했다. 또한, 스톱워치가 없어서 핸드폰 스톱워치를 사용해야만 했고, 첨단 카메라로 선수들의 동작을 분석하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감비아 선수단은 스마트 폰으로 팝 종가의 수영 동작을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팝 종가는 수영에 대한 열정으로 이겨낸다고 했다. “저는 수영하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열악한 환경도 제가 수영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수영을 할 수 있으니 너무 행복합니다.” 비록 이번 대회에 참가한 80명의 선수 중 기록은 꼴찌나 다름이 없었지만 열정만큼은 금메달이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대회기간 중 항상 웃음과 열정을 잃지 않았던 아르팡 조브 코치 (왼쪽), 팝 종가(오른쪽) >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U대회 기간 중 악재만 거듭하던 팝 종가에게도 기회는 찾아왔다. 광주 U대회의 공식 파트너인 SK C&C에서 대회 동안 어려움을 딛고 감동을 선사한 주인공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행사가 있었다. 신기록, 메달 등 결과보다는 가난, 재해, 병마 등 역경과 시련을 극복한 선수 10명이 수상자로 선정이 되었는데  그중 한명으로 선정된 것이다.

 

 

< SK 행복장학금을 수상한 감비아 선수단 >


“이렇게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합니다. 저희들에게 이러한 기회를 주신 광주 U대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비록 저희가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지만 이러한 기회가 있어서 훈련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이 장학금은 팝 종가의 대학등록금으로 쓰일 것입니다.”

 

감비아 코치 요로 니제르는 감격에 찬 수상소감을 밝혔다.

 

팝 종가는 자신의 꿈을 밝혔다. “이제 저는 18살입니다. 아직 어린나이죠. 저는 제 속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기록을 향상시켜 나가다 보면 제 꿈인 올림픽 무대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꿈은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따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해낼 것이라 믿습니다. 꼭 지켜봐주세요.”

 

 그의 꿈을 향한 도전은 이제 시작에 불구하다. 팝 종가는 광주 U대회를 마친 뒤 곧바로 러시아로 이동하여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FINA World Championship(피나 수영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 중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감비아의 수영선수 팝 종가.  희망을 헤엄치는 그의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