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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가비지 타임(Garbage time)과 탱킹(Tanking)은 악습인가?





글/이준희



▲KBL 김영기 총재가 승부조작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조이뉴스24)



  최근 프로농구가 승부조작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KBL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6월 29일, 김영기 KBL총재는 “앞으로 프로농구에서 일어나는 불성실한 경기에 대해서는 연맹차원에서 묵과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김영기 총재가 언급하는 ‘불성실한 경기’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가비지 타임(Garbage time)과 탱킹(Tanking)을 지목할 수 있다.


# 가비지 타임(Garbage time)


 KBL은 프로농구 승부조작의 원흉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비지 타임’에 대해서는 현재처럼 방치하지 않겠다며, 대책을 세울 것임을 밝혔다. 가비지 타임이란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주전이 아닌 후보 선수를 투입하여 경기를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한다.


 가비지 타임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불법스포츠도박에서 행해지는 ‘스코어’ 맞추기 게임을 실행하기에 매우 적합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승부가 정해진 이상, 양 팀 모두는 가비지 타임에 수비보단 공격에 집중해 스코어를 쌓는 경향을 보인다.


▲NBA에서는 공식적으로 ‘탱킹’을 선언하는 팀이 나오기도 한다.

(출처:IMGUR)



# 탱킹(Tanking)


미국프로농구 NBA에서는 ‘탱킹’이라고 불리는, 가비지 타임과 유사한 용어가 존재한다. 탱킹은 시즌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성적이 나오지 않는 팀들이 다음 시즌 드래프트 상위픽을 획득하기 위해 성적을 포기하고 일부러 하위권으로 처지는 것을 말한다. KBL에서 현재 가비지 타임과 관련해 논란이 발생하는 것처럼, NBA에서도 탱킹과 관련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저 논의 수준이지 아직 탱킹을 규제하자는 구체적인 정책이 나온 것은 아니다. NBA에서는 공식적으로 언론에 탱킹을 선언하는 팀이 있을 정도로 그 분위기가 우리에 비해 유연한 편이다.


 물론 KBL에서도 탱킹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2년 전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경희대 3인방이 드래프트에 참가한 시즌을 들 수 있다. 당시에는 많은 팀들이 드래프트 상위픽을 획득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경기를 포기한다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탱킹 논란에 대한 KBL의 대처는 NBA와 차이를 보였다. KBL은 순위에 따라 상위픽 우선권을 주는 드래프트 기존 규정(7~10위 23.5%, 3~6위 1.5%)을 고치고 팀 간 확률 격차를 최소화하는 새로운 규정(7~10위 15%, 3~6위 10%)을 선보였다.


# 가비지 타임과 탱킹의 순기능
 이처럼 부작용과 논란만 가득한 ‘가비지 타임’과 ‘탱킹’은 프로농구에서 규제를 받아야만 할 불필요한,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존재인 것인가?


부작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그렇지 가비지 타임은 순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 감독들에겐 주전 멤버의 체력을 비축하고, 벤치 멤버의 기량을 체크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이다. 무엇보다 벤치 멤버들에게 그 시간은 본인의 능력을 선보일 수 있는 ‘골든 타임’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가비지 타임을 KBL이 직접 규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이다.


프로농구에서 매 경기가 시소게임일 수는 없다. 승부가 일찍 기울어지는 경기도 반드시 나오기 마련인데, 몇 몇 부작용을 이유로 가비지 타임을 규제한다면 주전 멤버가 매 경기 풀 타임을 뛰게 되는, 리그 전체로 보았을 때 오히려 경기 수준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지도 모른다.


▲벤치멤버에게 ‘가비치 타임’은 자신의 기량 어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출처:AP통신)



 탱킹 역시 리그 전체의 전력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한 구단에게는 무엇보다 전력 강화를 위해 중요한 수단이 바로 드래프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드래프트 마저 하위권 팀들에게 유리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기존의 강 팀이 계속해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불균형한, 김빠진 리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비교적 전력이 평준화 되어있는 KBL은 선수 한 두 명의 영향력이 시즌 성적을 좌우한다. 지난 시즌 꼴찌 팀이 다음 시즌 우승권을 노릴 수 있는 리그가 바로 KBL이다. 그 바탕에는 드래프트를 통한 전력 보강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탱킹과 관련한 논란이 나올 때마다 제도를 변경해 하위권 팀들에게 드래프트 상위픽의 유리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공평한 전력 균형을 유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프로스포츠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성적을 거두어 최종적으로는 챔피언 트로피를 팬들에게 안겨 주는 것이다. 프로스포츠에서 우승을 차지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그리고 행운까지 따라줬을 때 비로소 찾아오는 값진 결과물이 우승이다. 군사 전략 중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라는 말이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가비지 타임’과 ‘탱킹’도 승리를 위해,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우승 트로피를 획득하기 위한 1보 후퇴의 과정으로 바라봐주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가비지 타임’ 그리고 ‘탱킹’을 규제의 대상보다는 프로농구의 재미를 더해주는 플러스 요소로 바라볼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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