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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배구하는 날은 한국에 한 발 다가서는 날





글/이원주




 필리핀에서 온 마이클(31)은 배구를 통해서 한국을 배우고 있다. 마이클에게 배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땀을 흘리고 건강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네트 넘어 보이는 한국이 궁금하다.


서울 도심 속 또 다른 나라, 이태원 한 초등학교 체육관에 다문화 배구클럽이 운영되고 있었다. 달이 뜬 시간이었음에도 체육관은 찜통과 같았다.  멀리 보이는 네트 사이로 사람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유난히 열정적이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바로 필리핀에서 온 마이클이다. 힘든 훈련에도 밝게 웃으며 살갑게 사람들을 대했다.



왼쪽부터 마이클, 필자, 제프


 마이클은 필리핀에서 ‘체육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고 조카들의 학자금마련을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 와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배구공과 함께라면 자신 있었다. 충남 당진시의 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배구를 하기 위해서 서울까지 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구를 즐겨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배구를 사랑했다. 무엇보다 마이클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구를 즐기면서 한국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필리핀에서 체육 선생님이었던 만큼 함께 땀 흘리고 부딪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이클은 배구가 팀 스포츠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작전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통해야하고 이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다고 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마이클에게 코트 밖에서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힘들지만 코트 안에 들어가면 눈과 몸 그리고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어 편안하다고 한다.  마이클과 코트 안에서 주고받은 눈빛과 미소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무엇인가를 알게 해주었다.


한국에서 마이클이 경험했던 최고의 순간 역시 배구와 함께 했다. 인천에서 열린 다문화배구대회에서 서브에이스 9개를 기록하면서 팀의 우승에 일조한 것이다.


 그는 “ 한국에서 여러 코치님들의 도움과 한국 친구들의 응원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며 “한국에 와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한다. 당시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런 경험을 하면서 누구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한국 친구들과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힘든 연습을 할 때 서로 소리를 지르며 기운을 북돋아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힘들어도 형, 동생들을 서로 챙기면서 파이팅을 외치는 광경은 마이클에게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대회를 치루면서 마이클에게도 형제가 생긴 것 같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그날을 회상했다.


 그러나 마이클에게도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아있다. 배구를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지만 아직 피상적인 관계라고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세련된 다문화 사회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친구들이 자신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것 같다”며 다소 섭섭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아직 자신이 언어가 서툴고 한국에 머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며 밝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배구하는 날은 마이클이 한국에 한 발 다가서는 날이다. 배구를 즐기면서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던 만큼 남은 기간도 배구를 통해 한국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좋은 기억을 만들어 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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