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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소리와 믿음으로 하는 어둠 속 슛팅! 5인제 축구

 

 

글/ 엄윤진

 

 

    ▲몸을 사리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

 

 눈을 가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달리기를 한다고 생각을 해보자. 과연

제대로 달릴 수 있을까?  아마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한 채 뛰다가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넘어지고 말 것이다. 하물며 앞을 못 보는 상황에서 공을 찬다는 것은 더 더욱 실현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시각 장애인 선수들이 이렇게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대한민국을 빛내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시각장애 축구는 어떻게 가능할까?
  5인제 축구의 경기방식은 선수들이 머리보호대와 아이패치를 착용하고 골키퍼를 제외한 4명의 선수들이 눈을 가리고 경기를 하게 되는 방식이다.
  필자가 시각장애 축구를 처음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어떻게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을 향해 달려가고 슛과 패스가 가능한 것인가’였다. 이에 대한 해답은 축구공에 있다. 공 안에는 특수 제작된 방울이 들어있어 공이 굴러갈 때마다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선수들은 이 소리에 의존하여 공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5인제 축구에서 사용되는 공인구

 

 그러면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공의 위치는 공 안의 방울소리로 파악할 수 있지만 슛을 해야하는 골대의 위치는 어떻게 파악해야 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골대 뒤에 서있는 코치이다. 각 팀의 코치들은 상대편 골대 뒤에서 공격하는 선수들을 향해 팀마다 정한 사인과 신호를 보내며 골대의 위치를 알려준다. 선수들은 이를 듣고 자신이 갖고 있는 볼을 컨트롤 하여 골대로 슛을 할 수 있는 

이다.

 

▲프리킥 상황에서 막대기로 골대의 위치를 키커에게 알려주는 코치

 

 

5인제 축구,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팀워크  

 

                                   ▲골키퍼가 맨 앞에 서서 선수들을 이동시키고 있는 모습

 


  필자가 5인제 시각장애 축구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5인제 축구가 열리는 선학하키경기장에서였다.
  5인제 축구에서 골키퍼는 비장애인이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골키퍼는 장애인 선수들의 눈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경기에서 뿐만 아니라 평상시 이동할 때에도 골키퍼의 역할은 막중하다. 버스에서 내리는 것부터 경기장에 이동하는 것까지 모든 상황에서 장애인 선수들은 골키퍼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팔짱을 껴 이동을 하면서 장애인 선수들의 눈이 되고 동반자 역할을 한다. 스킨십의 효과 때문일까? 국적을 불문하고 5인제 축구에 참여하는 팀의 선수들은 단순한 동료를 넘어서 가족처럼 의지하고, 남다른 팀워크와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경기장 안에서 골키퍼의 역할은 수문장이자 사령관으로 바뀐다. 프리킥 및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벽의

위치를 조정하고,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공격과 수비를 조율한다. 공격의 상황에서는 가이드 코치가 소리를 지르며 슈팅해야할 타이밍에 슛을 외치며 공격을 유도하고, 수비 상황에서는 골키퍼에게 의지한 채 수비를 한다. 장애인 선수들은 절대로 자기 마음대로 플레이 하는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선수들 간의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상대팀 공격을 수비하고 있는 모습

 

 알아두어야 할 관중 매너 – <소리 없는 아우성>
 이렇게 소리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 5인제 시각장애 축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관중매너가 있다. 응원을 한다고 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또는 관중들끼리 잡담을 하거나 핸드폰 벨소리가 나는 등의 소음을 내는 것은 경기진행의 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현장에 있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경기를 보러온 관중들이 경기에 대한 기본 에티켓을 숙지하지 못한 채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고, 소음을 일으키는 일이 빈번해 선수들이 소리를 듣기 힘들었었다. 시각장애 경기에서 만큼은 마음으로 응원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의 매너가 필요하다.


  시각장애 축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이지 않은 채 축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말한다.
 시각장애 선수들은 말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모두에게 감동과 힘이 되는 말을 5인제 축구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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