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원희
첫 대면부터 K리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각 팀 소개부터 지난 경기 ‘MOM’은 누구였는지, 경기력은 어땠는지.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아, 역시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구나!”
대한민국 축구의 원동력인 K리그 팬들이 모였다. 하지만 낯설다. 클래식이 아닌 챌린지 이야기뿐이다. 지난 시즌 챌린지에 합류한 대전부터 충청도팀 충주 험멜 소식까지. K리그 챌린지 팬들이 모여 결성한 ‘K리그 챌린지 지지자 모임’에서 ‘우리의 리그’를 주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 3월 K리그 챌린지 1라운드 수원FC와 대전 시티즌 개막전 경기. 소속팀 대전을 응원하는 이종현(22)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지난해에는 언제나 푸른 물결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지만 이날은 달랐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공동으로 구장을 사용하는 수원FC의 팬 소수만이 빅 버드를 지키고 있었다. 한마디로 관중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이후 그는 욕심이 생겼다. “비록 2부 리그이지만 지역에 축구팀이 있다는 것은 저로서 행복한 일인데, 사람들이 경기장을 안 찾아주니까.. 한명이라도 더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민하다 탄생한 것이 ‘K리그 챌린지 지지자 모임’이다
. “지금 여기 계신 고양, 수원 및 충주 팬 등. 여러 팬들과 함께 운영 중이에요. 저희 모임은 간단해요. 우리의 공간 안에서 정보 교류 및 K리그 챌린지를 더 알리자는 취지. 우리의 열정이 사람들에게 전파되면 저절로 K리그 챌린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사람들이 한 번 더 경기장을 찾게 만들자. 그런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내가 사랑하는 팀이 생기다.
K리그 챌린지 지지자 모임 운영자 이종현씨는 2002년도부터 부모님의 손을 잡고 축구 경기장을 드나들었다. “너무 재밌었어요. 처음 갔을 때부터 축구에 흠뻑 빠졌죠. 대전이 집과 가까운 연고팀이고, 대전 시티즌이란 팀 자체에 매력을 느꼈어요. 대전이 제 마음의 고향 같아요”
(이종현씨)
K리그 챌린지 지지자 모임 스텝 유인욱(24)씨와 성아영(17)씨는 수원FC의 팬이다. K리그를 더욱 즐기고 싶어 수원FC 팬이 됐다. 팬 2년차 유인욱씨의 말을 들어보자.
“그 전까지 딱히 응원하는 팀은 없었고 축구를 좋아하는 정도였어요. ‘수원 삼성은 내 팀이다’라는 생각이 안 들고 해서.. 그냥 K리그 보는 것을 즐겼는데 수원FC가 생기고 나서 ‘이 팀이구나’ 하는 마음에 지금까지 응원하고 있습니다”
장지희(21)씨는 현재 고양HI FC의 서포터즈 회장을 맡고 있다. 그녀가 메가폰을 들고 경기장을 찾게 해 준 한 사람. 강릉시청의 윤성우였다. “가까운 곳에 프로축구팀이 생긴 것도 신기했고 좋아했던 윤성우 선수가 과거에 고양구단으로 임대를 오면서 계속 경기를 보러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지금의 고양 팬이 되었네요”라고 밝힌 그녀는 여자 회장의 고충을 토로한다.
“응원 할 때 목소리가 상대 서포터즈보다 작아서 더 크게 질러야 해요. 그럴 때마다 이 악물고 응원하죠”라며 웃었다.
임유리(20): “저는 학창 시절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길거리 응원하러 갔다가 축구에 푹 빠졌어요. 월드컵이 끝난 뒤, 선수들을 더욱 가까이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 온 곳이 충주 구장이에요”
축구는 일상적인 삶.
주변 사람들이 그들에게 묻는다. 왜 K리그 챌린지냐고. 유명한 해외리그도 아니고 K리그 클래식 팀도 아닌, ‘왜 K리그 챌린지 팀을 응원하냐’는 질문 공세가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장지희씨는 “우리 팀이 좋은 걸 어떡해요. 주위에서 자주 물어보긴 하죠. 차라리 해외 축구를 보라고 권유도 해요.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속상해서 오히려 제가 K리그 이야기를 많이 해요. 주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게 하려고요. 말로 안 되겠다 싶으면 경기장에도 직접 데려가요”
(장지희씨)
이종현씨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저 역시도 지인들에게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그럴 때 마다 경기장에 와보라고 하죠. 친구들에게 손수 티켓도 나눠주며 데리고 와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대전은 축구 전용구장이라 경기를 관람하기에 정말 좋거든요. 내 팀이 있고. 내가 응원하는 곳이 있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함께 하는 프로구단이 있다는 거. 엄청나게 행복한 일 아니겠어요?”
그들의 축구 열기는 대단하다. 원정응원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 것은 물론이고 모든 스케줄의 우선순위는 주말 프로축구 시간에 맞춰져있다. 이종현씨는 “주말에 경기가 대부분 잡혀 있잖아요. 홈이든 원정이든 일단 하루는 축구에 집중해야죠. 하하, 사실 저는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고 싶어요. 같이 축구도 보러 다니고. 대전 유니폼을 같이 입으며 원정도 다니고. 저는 응원이 내 팀을 위한 의무라고 봐요. 뭐, 가끔 부모님한테 잔소리는 듣죠”
저녁에 열리는 경기 일정 때문에 성아영 학생은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았다. 부모님께 혼나는 일도 다반사였다. “집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고 화도 내신 적이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수원 경기를 함께 보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 날 열정적인 함성으로 부모님께 제가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 느끼게 해드렸죠. 그 뒤로는 축구를 좋아하는 것에 혼내지 않으세요”
장지희: “저도 주말에 절대 친구들과 약속 잡지 않고요. 급한 용무나 꼭 저를 만나려 한다면 축구장에 오라고 해요”
(임유리씨. 오른쪽에서 두 번째)
임유리: “저는 대학생이라 시험기간이나 과제가 있을 때는 못 갈 때도 있어요. 하지만 서포터즈 인원이 별로 없어 대부분 제가 참여해요. 경기장이 눈에 밟히죠. 그리고 응원 때문에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지는 않아요. 성적도 만족스럽게 나오고..(웃음) 오히려 축구장에 가서 학업 스트레스를 풀어요”
그들이 생각하는 챌린지
팬들의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프로구단들도 받은 사랑을 팬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팬들은 구단과 함께 한 소중한 기억을 언제나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이종현씨가 먼저 대전 시티즌의 구단이벤트를 설명했다.
“저희는 홈경기 시작 전에 남문광장에서 선수 4명 정도 사인회를 가져요. 경기가 끝나면 익사이팅존이라고 해서 선수들 타는 버스 구역에 내려가 선수들 이름을 부르죠. 요즘은 선수들을 비롯해 감독님까지 호응해 주셔서 너무 신나고 좋아요. 자연스레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 된 거 같아요”
함께 한 소중한 기억을 언제나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이종현씨가 먼저 대전 시티즌의 구단이벤트를 설명했다. “저희는 홈경기 시작 전에 남문광장에서 선수 4명 정도 사인회를 가져요. 경기가 끝나면 익사이팅존이라고 해서 선수들 타는 버스 구역에 내려가 선수들 이름을 부르죠. 요즘은 선수들을 비롯해 감독님까지 호응해 주셔서 너무 신나고 좋아요. 자연스레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 된 거 같아요”
(대전 구단 이벤트)
장지희: “고양HI FC는 홈경기 전에 서포터즈 입장하는 곳에서 선수 2명이 팬 사인회를 해요. 선수들 사진이 전시 되어 있는 사진회도 열어주죠. 경기가 끝나고 팬들은 선수단 버스 근처에서 선수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 됩니다”
성아영: “수원 FC는 포토존 이벤트라고 해서 홈경기가 끝나고 선수 한 명을 뽑아 포토존에서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찍은 사진들은 수원FC 홈페이지에 올라가고요. 경기도 보고 선수들이랑 사진도 찍을 수 있어 팬들이 추억거리 남기는데 좋은 것 같아요”
축구와 함께 하는 그들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챌린지의 문제점을 잘 알고, 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K리그 챌린지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챌린지 리그를 살펴보았다.
이종현: “저는 2년 만에 클래식과 챌린지를 다 겪어 봤잖아요. 제가 느낀 차이점은 경기장 분위기였어요. 먼저 서포터즈 수가 다르죠. 챌린지는 안양과 부천 서포터즈 분들이 홈 원정 가리지 않고 많이들 오세요. 지인분이 그러더라고요, 부천 서포터즈를 보고 오랜만에 축구장 분위기가 난다고. 그래도 소수의 팬도 또 하나의 매력인 거 같아요. 비록 적은 수의 팬들이 내 팀을 위해 목소리 내는 열정이 빛나 보였죠. 한 번은 충주와의 경기였는데 충주 팬 한 분이 오셔서 혼자 배너 붙이고 메가폰 잡고 끝까지 응원 하시던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유인욱: “작년에는 ‘우리가 꼭 이긴다’라는 팀이 몇 팀 있었는데 올해는 만만한 팀 하나 없이 비등비등해요. 그래서 더 재밌는 거 같아요. 3위부터 8위까지 승점차도 얼마 나지 않고요. 매 경기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네요. 지면 순위가 뚝 떨어지고 이기면 수직 상승 할 수 있는 스릴 넘치는 리그죠”
(유인욱씨)
장지희: “챌린지팀들의 전력이 비슷비슷해서 승점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요. 매 경기 흥미진진하죠. 승강 플레이오프에 어느 팀이 올라갈지 아직까지 짐작이 잘 안가요. 마지막까지 기대 되는 경기들이 펼쳐질 거 같아요”
챌린지 리그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아직 부족하다. 총 6명의 서포터즈를 이끌고 고양의 응원가 ‘비상하라 나의 고양’을 부르는 장지희씨.
그녀는 경기장의 텅 빈 좌석을 볼 때마다 팬들의 응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저희 팀의 경우, 서포터즈 수가 적기 때문에 제가 직접 모집 홍보를 하고 있는데.. 아직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필요하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중계가 많이 필요한 거 같아요”
(스포츠는 언제나 팬들과 함께 한다)
이종현: “챌린지. 즉 2부 리그잖아요. 아무래도 언론의 노출을 덜 받고 있어서 지역민과의 밀착이 적은 거 같아요. 팬들이 직접 나서서라도 구단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해요. 프로구단들은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팬들과의 소통 마케팅도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죠”
유인욱: “제 생각에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한 몫 하는 거 같아요. 막연히 국내축구는 재미없다. 못한다. 편견이 들어있는.. 대부분 경기장 한 번 찾아오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요. 직접 경기를 즐기고 함께 축구를 공유 했으면 좋겠어요”
사랑한다! 우리 팀!
축구를 가족 혹은 동반자라고 그들은 말한다. 잠시 어느 선수가 최고냐 혹은 어느 팀이 우승 할 것이다를 두고 논쟁을 펼쳤던 학창시절을 떠올려본다. 우리는 오늘도 응원 할 것이다. 경기장을 가보면 안다. 축구장에서 우리가 보는 게 경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종현: “내가 살고 있는 곳이나 인근지역에 축구팀이 있다는 건 행복한일이에요. 전 항상 대전 시티즌과 함께 합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언제나 푸른 잔디위에서. 그리고 저와 더불어 서포터즈도 골대 뒤에서 항상 팀을 응원하거든요. 변하는 건 오직 우리들의 나이겠죠. 저 이종현. 대전과 함께 늙어가겠습니다”
성아영: “수원FC의 18번 정민우선수! 많이 응원하고 있어요.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는 민우선수 모습이 너무 멋있습니다. 항상 옆에서 응원 하니 앞으로도 멋진 활약 보여주세요! 언제나 부상조심! 사랑한다는 말 처음 해보는데..사랑합니다 정민우 선수”
정민우 선수와 성아영 학생(우))
장지희: “저도 우리 팀을 위해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어요. 먼저 윤동헌 선수. 고양의 고참급 선수이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항상 감동 받아요. 지금처럼 늘 멋진 모습 보여주세요. 그리고 배민호선수 신인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경기력 감사합니다. 다른 선수들도 부상 없이 좋은 모습 많이 보여주세요”
'K리그 챌린지 지지자 모임'은 세상을 향한 도전(Challenge)이다. 그들은 당당하다. 열정적이고 정열적인 사랑이 있기에. 그리고 희망으로 가득한 내 팀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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