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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비만 학생’을 ‘정상 학생’으로 바꿔준다 - 방과 후 체육활동

 

글 / 윤영재

 

 

1년 전 다른 초등학교에서 전학 온 A군은 친구들과 겉돌며, 체육시간에 혼자 동떨어져 있던 비만 학생이었다. 유아시절부터 부모님의 과잉보호를 받아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모두를 할 수 있었던 A군은 초등학교 전학 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A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 만능 스포츠맨으로 불리며 학급 회장까지 맡고 있다. 방과 후 체육활동을 열심히 한 덕분이다. 전학 직후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었던 A군에게 방과 후 체육활동이라는 기회는 새로운 친구들과 스포츠를 통해 어울릴 수 있게 만들어줬다. 방과 후 체육활동 종목인 전통씨름을 통해, A군의 스포츠적인 능력을 발견한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씨름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고 이를 통해 A군의 자신감이 향상됨과 동시에 교우관계 또한 좋아졌다.

 

비만 청소년들은 운동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또래 친구들보다 몸이 무거워 재빠른 동작이 힘든 학생들을 운동으로 이끄는 방법은 흥미를 끄는 것이다. 민첩한 동작만이 아닌 신체 기술이 필요한 다양한 운동들을 지도하며 비만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방과 후 체육활동은 야구, 피구, 발야구, 배드민턴 등 기존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뉴 스포츠를 통한 체육활동을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비만 학생과 일반 학생이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사회성 또한 기를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필자의 학창시절, 놀이터는 항상 아이들이 붐비는 곳이었다. 야구와 축구, 다방구, 술래잡기, 얼음땡 등 다양한 놀이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찾았던 우리 세대와 요즘 아이들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스마트폰과 개인 PC로 게임과 인터넷 서핑 등을 하고 학원에 앉아 공부를 하며 바르지 못한 자세로 앉아 공부를 하는 등 놀이 활동이 아주 부족한 상태이다. 놀이 활동이 부족한데다 좋아하는 음식만 먹다 보니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어 청소년 비만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청에서는 청소년 비만문제와 청소년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과 후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12년 교육청의 활발한 지원을 통해 많은 학교에서 무료로 운영되어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들의 인적이 없는 텅 빈 놀이터)

 

(방과 후 체육활동 패드민턴 활동을 한 후 즐거워 보이는 초등학생들)

 

방과 후 체육활동은 학교 내 방과 후 교사, 지역문화센터, 아동복지시설, 돌봄 교실, 홈스쿨, 평생교육시설 등 다양한 기관에서 운영한다. 하지만 현재 교육청의 지원이 많이 축소되어, 무료로 운영되던 프로그램이 유료로 전환된 학교들이 대부분이고 (매월 3만원 수준) 이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참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과 후 체육활동의 문제점과 프로그램 운영 방법 등을 알아보기 위해 A 중학교 교사와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중학교 방과 후 체육활동 교사와의 일문일답

 

Q. 현재 학교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A. 교무실 내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안의 체육 수업을 진행하는 체육 선생님 역할과 동시에 방과 후 체육활동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방과 후 체육활동을 통해 비만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 및 스포츠 활동 참여, 학생들의 유대감 형성을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방과 후 체육활동 수업은 일주일에 몇 회나 진행되나요?

A. 현재 수업시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방과 후 체육활동이 주 20회 정도 진행되었는데, 올해는 주 13회 정도로 점차 수업시수가 줄고 있습니다. 교육청에서 해주는 지원이 줄어들면서 수업시수 또한 줄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좋은 스포츠 강사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나요?

A.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스포츠인 야구, 농구, 배구 등의 종목뿐만 아니라 야구에서 변형된 티볼, 프리즈비 변형종목인 플라잉디스크, 배드민턴에서 변형된 패드민턴 등 다양한 뉴 스포츠를 배워 학생들에게 체육활동을 친숙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요즘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은 커롤링입니다. 커롤링은 이번 동계올림픽 때 이름을 알린 컬링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종목입니다. 격한 신체활동이 아니고 전략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비만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 대부분 편하게 즐기면서 서로간의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Q. 수업은 어떤 종류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A.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기존 스포츠보다 뉴 스포츠를 통해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기존 스포츠보다 공간 활용도가 높고 격한 움직임이 없어 비만 학생들도 일반 학생들처럼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Q. 수업을 진행하면서 변화한 아이들의 사례를 말씀해주세요

A. 재작년 제가 이 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 체성분 측정결과 고도비만인 학생이 방과 후 체육활동 중 축구 종목에 참여했었습니다. 달리기도 느리고,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 기초체력도 약한 학생이어서 다른 학생들과 어울려 공을 차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방과 후 체육활동에 흥미를 점점 잃어가던 그 학생에게 저는 축구가 아닌 커롤링 수업을 권유했습니다. 간단한 놀이 활동과 전략 수립을 통해, 순발력과 스피드가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자신감을 갖게 하고자 했었는데 그게 잘 맞아들었습니다. 그 학생은 커롤링에 흥미를 느껴 다른 학생들보다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했고 지금은 커롤링 뿐만이 아닌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 흥미를 느끼고, 여러 종목을 주말과 평일 모두 골고루 하고 있습니다. 방과 후 체육활동을 통해 운동능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는 것이 보이고 또한 자신감까지 얻어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학급 회장까지 선출되는 등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의 신임을 받는 우수 학생으로 거듭났습니다.

 

Q. 방과 후 체육활동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을 느낀 것은 무엇인가요?

A. 학생 참여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방과 후 체육활동 교사가 많이 배치되어있지 않아 프로그램 운영이 힘듭니다. 방과 후 체육활동 뿐만 아니라 기타 서류업무 및 체육 수업까지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 어렵습니다. 또한 한 수업 당 학생 인원이 일정 인원 채워져야 수업이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모든 학년이 섞여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학년별 운동 수준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납니다. 수준 차이를 고려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신감 부여와 교우관계 개선 및 운동에 대한 관심도 증가로 이끌 수는 있지만, 자세한 기술 및 운동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따사로운 오후, 팀을 나눠 플라잉 디스크를 즐기는 송곡여중 학생들)

 

교육청의 지원 아래 방과 후 체육활동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학생들과 학부모들, 지도자들에게 확실한 개념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참여하는 인원이 적어 수준별 교육, 학년별 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학생 본인이 열의를 보이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참여 인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2012년 교육청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인지도를 높이고 비만 학생 및 일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친근하고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현수막 홍보, 가정통신문 공지, 홈페이지 운영 등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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