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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U리그 개막, ‘밥상’ 차린 그들의 이야기

 

글 / 홍의택


  “60여 명 정도 되는 스텝들과 배우들이 이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러면 저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다 받아요. 그게 너무 죄송스러워요. 이 여자(트로피) 발가락 몇 개만 제 것 같아요. 스텝들한테, 그리고 감독님한테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

 

 

 

 2005년 제26회 청룡영화제 시상식,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황정민은 위와 같이 말했다. 이른바 ‘밥상 수상소감’으로 알려진 이 멘트는 영화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지난 11일 연세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2014 카페베네 U리그 개막전, 연세대와 인천대의 맞대결도 마찬가지. 양 팀 선수 22명이 뛰어논 ‘밥상’은 음지에서 땀 흘린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더 나은 판정을 위해 심판을 평가하는 ‘심판평가관’. 슈팅-도움 등 각종 기록을 정리하는 ‘경기기록관’, 부상당한 선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응급치료사’,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힘쓰는 ‘볼보이’의 이야기를 각각 육성으로 들어본다.

 

1) "더 정확한 판정을 위해 심판을 평가합니다"  박종규 심판평가관

 

 

심판평가관 박종규입니다. 경기감독관이 경기를 진행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한다면, 저는 심판의 판정이 어떠했느냐를 평가합니다. 예전엔 심판평가관이 정확한 직책으로 자리 잡지 못했어요. 경기감독관이 모든 역할을 맡았고, 심판에 대해서도 무난하게 점수를 주곤 했는데요. 전문성 있는 추세로 가면서 올해부터 이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유럽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던 부분을 잘 벤치마킹했지요. 협회에서 국제, 프로 심판 경험이 있는 분들을 약 40명 정도 소집해 매 경기 파견하고 있습니다. 저는 프로 심판을 20년 정도 했고요. 경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제 일이 시작됩니다. 오늘 경기에서 심판이 내렸던 판정에 대해 냉정하게 시비를 가리고, 그에 걸맞은 타당한 점수를 줍니다.

 

2)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기록해요."  김혜민 경기기록관

 

 

 연세대학교 체육교육과 12학번 김혜민입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협회에 기록지를 보내느라 정신이 없네요. U리그 현장에 나온 지는 3년이 됐습니다. 올해 처음 기록 파트를 맡았는데요. 순간적인 상황을 포착하고 표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옆에 계신 경기감독관님의 도움도 받았고요. 심판분들과도 협의해 정확히 기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겨우내 쉬었던 경기가 오랜만에 열려서인지 부산스러웠어요. 정신이 없어 많이 부족했고요. 연세대 운동장에서 열린 홈경기만큼은 제가 꼭 자부심 갖고 잘 해내고 싶어요. 다음엔 오늘 경험 잘 살려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죠.
 

3) "선수들이 다치지 않을까 늘 가슴 졸입니다"  김재경 응급구조사

 


  제일응급이송단 소속 1급 응급구조사 김재경입니다. 초중고 축구리그를 다니느라 U리그 현장은 올해 처음 찾게 됐어요. 선수들이 다치다 보니 밖에서 늘 마음 졸이며 지켜봅니다. 아까도 주심이 쓰러진 골키퍼를 곧바로 보지 못했거든요. 그럴 때면 엄청 급해지죠. 빨리 들어가고 싶어도 주심이 표시를 해줘야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 구릅니다. 제 경험상 아직은 신영록 선수(2011년 5월 8일,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은 뒤 50일 만에 깨어났다) 사고처럼 긴박한 상황은 없었어요. 하지만 언제든 재빠르게 치료할 수 있게끔 머릿속으로 순서를 그리면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라고요.

 

4) "경기의 일부가 된다는 기분이 좋았어요."  공루겸 볼보이

 

 

연세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14학번 공루겸입니다. 우리 학교에서 홈경기가 치러진 만큼 총학생회 체육부에서 이번 경기를 주관했어요. 평소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지원해서 경기의 진행을 도왔습니다. 역할 분담요? 그냥 가위바위보로 정해요. 제가 축구를 워낙 좋아하거든요. 경기의 일부가 된다는 기분이 좋아서 볼보이를 하게 됐습니다. 14학번 새내기로서 현장에 나온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U리그의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금은 긴장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공을 빨리 전달하면서 경기가 원활히 진행된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심판평가관, 경기기록관, 응급치료사 그리고 볼보이 외에도 밥상을 차리기 위해 뛰는 이들은 많다. 심판진은 선수들과 호흡하며 공정한 판정에 힘을 쏟고, 장내 아나운서는 득점 선수, 교체 선수 등 경기의 상황을 전한다. 경기 감독관은 진행을 위한 모든 준비를 총 책임진다. 시야를 조금만 더 넓혔을 때 U리그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 글 본문은 인터뷰이(interviewee)의 코멘트를 토대로 재구성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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