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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운동과 학업의 병행, 우리학교를 통해 답을 찾아보세요.”

 

 

글 / 이병진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구로고 육상부실. 학생들이 모여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다. 이 학생들은 매일 저녁 일주일에 2번씩 자신이 수업 받은 내용들을 복습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훈련이 끝난 뒤 갖는다. 학생들은 자신이 목표한 분량과 단어시험을 도우미 강사에게 검사받는다.
이 학교는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비인기 종목인 육상부를 운영하면서 해마다 전국무대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명문교이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대다수 고교 운동부들이 그러하듯, 대학입학전형에서 졸업생들의 대학진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로고 육상부는 변화한 대학입시제도 흐름을 맞추고자 새로운 시도를 진행 중이다.

현재 구로고 육상부원은 2학년 2명과 1학년 5명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이 서울시 육상대표선수로 활약하거나 선발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로 체육특기자 특성상, 기초과목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못하여 고등학교 정규수업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이에 자신이 경험한 학습법을 토대로 운동부 학생들을 공부시키고 있는 이정진 지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교 운동부 선수들의 실태와 문제점등을 알아봤다.

 

 

 

 

- 구로고등학교 이정진 지도자와의 일문일답 -

 

- 학생들이 영어단어집을 손에 놓지 않고 있는데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 우선 해마다 기초종목 학생선수들에 대한 대학입학문이 좁아지고 있는 추세예요. 더구나 육상종목은 아무리 선수가 경기실적이 뛰어나도 대학에서 가산점을 주는 종목에서 제외해 일반학생들과 경쟁이 불가피하죠. 그래서 제자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욕심에 지난해부터 문희욱 감독님 지도하에 틈틈이 공부를 시키고 있습니다.

- 현재 학생들은 어떠한 수업을 받고 있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 매주 2회씩 영어과목을 공부하고 있어요. 처음엔 수준차이가 커서 애를 먹었는데, 매주 공부를 지도해주는 도우미 분이 실력이 다소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준별 수업을 진행해 지금은 모두 만족하고 있어요. 그러나 앞으로 더 확대하여야 될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 어떤 이유가 있나요?
▲ 고등학교 운동부는 우선 실적이 가장 우선입니다. 그래서 많은 지도자들이 대학에 특기자로 자신의 학생들을 한명이라도 더 입학시키기 위하여 불철주야를 가리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죠. 이러한 가운데 우리학교는 주축선수가 되어야 할 3학년 학생선수들이 없어 실적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 재계약에 문제 때문인가요?
▲ 학업성적이 뛰어난 운동선수가 있어도 운동부 지도자에겐 재계약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 선수가 학업성적이 우수한 대신 경기실적이 형편이 없다면, 특기자전형으로만 대학에 입학시킨 저로서는 진학상담을 하는데 어려움이 발생될 수밖에 없죠. 아직 고등부 체육특기자는 서울대를 제외한 상급학교 체육특기자로 입학한 실적만을 재계약에 반영하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명문대학에 입학시키기위해 지난해부터 나름 입시정보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 현 제도 상으로는 학생선수들의 기본권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 아시다시피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도입 등 학생선수들의 기본권만 중시할 뿐, 일선학교 현장에서 제도를 반영할 여건은 아직 조성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죠. 특히 특목고로 분류하고 있는 체육고를 제외한 일반고는 체육특기자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훈련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우수선수들이 일반고가 아닌 체육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 일반고와 특목고 간의 눈에 띄는 혜택차이가 있나요?
▲ 우선 고등학교는 정규수업이 50분입니다. 중학교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5분 정도(중학교 정규수업은 45분) 차이라 할 수 있으나 7교시 수업이면 35분 정도 늦게 끝나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고등학교는 수업이 끝나는 4시 정도가 되어야 훈련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고의 경우, 특목고와는 다르게 훈련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시설을 사용하게 되면 초저녁 즈음이 되어야 본격적인 연습을 진행할 수 있어요.
하지만 특목고의 경우, 정규수업 4교시만 받고 잘 갖춰진 학교시설을 사용하니 아무래도 일반고 입장에서는 당연히 형평성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특목고는 제도적으로 일반학교에서 금지하고 있는 합숙시설도 버젓이 학생들에게 제공되고 있잖아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구로고등학교에서는 우수한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는데요. 나름의 생존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제도상 특목고로 분류되어 있는 S체고보다 훈련여건이나 지원이 더 낫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죠. 그래도 학업과 연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나름 조성되어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하는 학교로 평가받고 있어요. 합숙기간 동안 자격증 준비(구로고 학생선수들은 매년 여름, 한국사능력검증 3급을 준비하고 있음)도 별도로 지도하고 있어 진학을 희망하는 전화가 자주 오는 편입니다.
또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외부장학기관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도 이러한 혜택들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차원에서 힘을 쏟고 있습니다.

- 학생들의 공부를 지도하는 도우미 분에 대해 궁금한데요.
▲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병철 선생님으로 사실 저의 오랜 지기입니다. 캐나다에서 2년 반 동안 유학생활을 마치고 2년 전에 귀국하여 한 기업체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몸소 나눔을 실천하고자 주 2회씩 개인시간을 내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아주 영리한 친구로 학생들 사이에서 저보다 인기가 좋습니다.

-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제도적으로 학생선수들에 대한 혜택이 동등하게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체육특기자제도는 분명 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제도입니다. 물론 이들의 기본권 특히, 학습권에 대한 부분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특목고와 일반고 간의 불평등한 혜택들이 존재한다면, 앞으로 학교스포츠는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 구로고 조은지와의 일문일답


- 반갑습니다. 간략히 본인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구로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조은지입니다.

- 구로고를 진학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 지난해 코치님을 다룬 기사를 우연히 읽고 구로고로 진학결심을 하였어요. 당시에는 주위 분들이 체고진학을 권유하셨지만 저는 구로고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 확신은 유효해요.

- 운동과 학업, 병행하기 어렵지 않은가요?
▲ 물론 버거울 때도 있죠. 그래도 저보다 한참 나이가 든 코치님도 열심히 공부하시는데 학생인 제가 힘들다 포기하면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까요? 고등학교 진학이후, 자주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 우선 다가올 체전 선발전에 개인기록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에요. 아직 배우는 단계라 선발전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작년보다 좋은 기록을 낸다면 만족스런 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고등학교 이후, 첫 중간고사에 반평균을 넘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거든요. 너무 큰 목표인가요?

 구로고 이서호와의 일문일답 -
- 반갑습니다. 간략히 본인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구로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서호입니다.

- 학업과 병행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아무래도 통학거리가 늘어나 컨디션 조절하기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체고와는 달리, 훈련을 외부로 나가 해야야한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입니다.

- 구로고를 진학하게 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가장 큰 이유는 이정진 코치님 때문에 진학을 결정하였습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능력이 일품이세요. 특히, 단거리 종목과 허들 종목은 국내에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소 대화를 많이 하세요.
- 이정진 지도자분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가요?
▲ 운동 전, 30분 정도에 미리 나와서 대화를 하시는 편이에요. 미리 스케줄을 준비하셨다가 선수들 컨디션에 맞춰 스케줄을 내주세요. 억지로 운동을 강요하시는 편은 아니시거든요. 덕분에 운동에 대한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 도우미를 통해 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나요?
▲ 당연하죠. 처음 선생님이 우리들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려 무진장 노력하셨어요. 이를테면 우리가 잘 아는 브랜드인 나이키, 아디다스 등으로 영어단어 시험을 보거나 문법 특히, 8품사를 알기 쉽게 작문하는 연습들을 많이 가르치셨어요. 요즘은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교진도와 맞물려 이전보다 수업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구로고 문희욱 감독교사와 이정진 지도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선수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불철주야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학생선수와 학부모들 모두에게 신뢰와 확신을 줘 매년 우수한 학생선수들이 특목고가 아닌 일반계 고등학교인 구로고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정진 지도자는 인터뷰 내내 ‘실천’을 강조하였다. 그는 대학원 수업(현재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재학 중)이 없는 날에는 사비를 털어 학생들과 재미난 게임으로 학습동기를 높이고 있다. 늦은 저녁까지 남아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이 각성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고도 한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선수들을 바람직하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특목고와 일반고 간의 혜택들을 대폭 조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입시와 직결되는 고등학교의 경우 상대적으로 내신등급을 쉽게 높일 수 있는 특목고가 일반고에 비해 유리하여 수시와 정시 모두 체육고등학교를 졸업한 졸업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규수업시간과 훈련시설 등 모든 면에서 특목고 학생들과 일반고 학생들 간의 실력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따라서 건강한 운동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문희욱 감독교사와 이정진 지도자 같은 열정과 신념이 있는 이들이 가르칠 맛이 나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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