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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2013년 대한민국 스포츠 이슈 TOP10 -①

 

글/ 이아영

 

2013년 한 해도 대한민국 스포츠 계에는 많은 역사가 쏟아져 나왔다. 어떻게 이 작은 나라에서 그토록 많은 스포츠 인재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스포츠둥지 이기자가 2013년 대한민국 스포츠 BIG 이슈 TOP10을 정리해보았다.

순위 기준은 스스로 매겼지만 놀랄만한 성적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스포츠 스타, 국보급 선수의 재기 소식, 국민을 들었다 놨다, 울리고 웃게 했던, 애국심 돋게 만드는 스타,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비인기 종목에서의 기적 같은 성과를 만든 선수들, 그리고 논란이 되지 말았어야 하는, 안타까운 관심을 받은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총 정리를 해본다. 한국인이라면 이 사실만큼은 꼭 알고 넘어가자! 하는 이슈들이 여기 다 모였다.

 

그러나 너~무 인기가 많아서 다른 언론 매체에서 충분히 많이 다룬 기사나 이미 알려진 내용은 이 곳에 없다.

김연아, 류현진, 추신수, 박지성, 박인비님 죄송합니다. 대박 소식이 터져나도 조명을 받기 힘든 곳에 불빛을 비추고자 나는 스토리가 있는 비하인드 기사로 준비했다. 나는 글을 어렵게 쓰지 않는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활자 위를 같이 걸어 보자.

 

 

■ 10위: 국보급 선수의 재기-역도 사재혁의 부활
사재혁
이 다시 일어났다. 2013년 전국체전 77kg급에서 3관왕 소식을 전해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역도 남자 77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디펜딩 챔피언 사재혁은 올림픽 참가 선수단 중 금메달 유망주로 손꼽혔던 선수였는데 안타깝게도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부상을 입었다. 남자 77kg급 경기에 출전하여 첫 번째 인상(넓게 잡고 한 번에 드는 동작) 종목에 도전하던 도중 팔꿈치가 꺾이는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그 사고로 밤잠을 설쳐가며 사재혁을 응원하는 국민들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사실 이 기사에 당시 사고 사진을 첨부하는 것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으나 사재혁 선수가 그 사진을 다시 보고 부상의 악몽을 떠올리게 되는 계기가 될까봐 첨부하지 않고자 한다. 그는 런던올림픽 사고 이후 그날의 장면을 단 한 번도 다시 보지 않았다. 다시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게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그 장면을 보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이건 그를 위한 배려다. 보고 계시죠?

 

사실 그의 부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전국체전을 한 달여 앞둔 당시 필자와의 통화에서 그 동안 힘들었던 심경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 놓았었다. 나는 그의 말투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그동안 심리적으로 얼마나 불안한 상태였는지를 말이다. 그와 동시에 사재혁은 다가오는 전국체전에서 큰일을 저지를 것 같은 사람처럼 보였다. 조금은 떨리는 그의 목소리와 음정, 그리고 다급하면서도 진정된 그 흥분의 음성이 전국체전에서의 금메달을 되찾아온 것이다.

 

사재혁은 사고 직후 한국으로 돌아왔고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은 가능하겠지만 역도선수로써의 재기는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패닉에 빠져있던 사재혁은 두 번 다시 역도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수술을 포기하려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돌린 것은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꿈에 대한 열정도 아닌 사재혁의 시합 바로 다음날 태어난 조카의 미소였다. 만약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두 번 다시 역도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 보다, 사랑하는 조카를 안아볼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이 더 충격적이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수술을 했고, 고독한 자취방 생활을 견디며 재기에 성공했다.

정상은 오르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세계 정상이었던 그가 부상으로 바닥을 쳤을 때 그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었지만 불명예 은퇴는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때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는 원래 바닥이었다.”

월드 클래스 챔피언 사재혁은 그렇게 스스로 고독하게 슬럼프를 견뎌냈다. 전국체전을 마치고 사재혁은 차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일그리며 울음을 토했다. 그 모습을 본 많은 역도인들은 그의 재기에 소름을 느끼며 진심 어린 격려를 쏟아 내었다.

 

 

2013 인천 전국체전 3관왕 모습 @ 사진 사재혁 선수 페이스북

 

 

사재혁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나는 나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이나 기업의 후원에 대해서 가슴 깊이 감사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냥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근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 이렇게 힘든 시간을 겪고 바닥을 치고 나서야 내 주변이 보이는 것 같아.”

 

그는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를 겪고 있을 때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주변의 시선이나 자신의 위치, 혹은 부상의 아픔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마음을 다 잡을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팔이 불편한 아들을 위해 매일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해주던 어머니 덕분에 사재혁은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위대한 어머니의 사랑과 갓 태어난 조카의 순수한 모습이 사재혁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놓았다. 나는 그의 가족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국보급 스포츠 스타 사재혁을 무대로 다시 이끌어 주었음에 말이다. 자신의 부상으로 가족의 마음이 다친 것을 생각하면 더 이상의 무리한 도전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필자는 알고 있다. 그의 참을 수 없는 도전 정신과 근질근질한 재능을 어디에 쏟아 부을 것인지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재혁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사람들의 예상을 엎어버렸다. 한 때는 월드 스타였던 그에게 전국체전을 앞두고 아무도 후원하지 않았을 때 닭 가슴살 판매업체에서 그에게 닭 가슴살을 후원했다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하게 생각 했을 사재혁은 전국체전 금메달 획득 후 그 회사에 전화를 걸어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후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고 한다.

고난은 인간을 성장시킨다고 하더니 이렇게 사람이 변했다. 이제 막 서른을 찍은 사재혁 선수가 힘들었던 2013년을 계기로 2014년에는 더 성장하길 바라며, 그의 어머니에게는 죄송하지만 대 국민이 소망하는 월드스타 자리를 다시 노리기를 내심 희망해본다.

 

 

■ 9위: 세계 조정선수권대회 사상 첫 결승진출-김명신, 김솔지, 박연희, 정혜원

올림픽 다음으로 가장 큰 경기는 무엇일까? 바로 세계선수권이다. 2013년 대한민국은 메가이벤트인 세계선수권을 충주에서 개최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지난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소름끼칠만한 성적을 거두었다. 대한민국 조정 역사상 최초로 결승무대에 태극기를 붙인 배를 올린 것이다.

그 주인공은 김명신, 김솔지, 박연희, 정혜원 선수이다. 4명이서 양손에 노를 잡고 2000m를 가장 먼저 돌파하는 팀이 우승하는 종목인 쿼드러플스컬에서 거둔 성과였다. 사실 개최국에서 자국 선수들이 출전하여 메달을 획득하진 못한 것이 뭇 관중들에게는 아쉬운 결과일지 모르겠으나, 조정 역사상 세계선수권 결승에 진출한 것은 정말 소름 돋을 만큼 대단한 결과물이다. 대한민국 조정은 이제 세계무대에 한 걸음 더 높이 올라서게 되었다. 금메달은 어렵다고 예상한 수영과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박태환과 김연아가 혜성처럼 등장한 것처럼(사실 노력으로 일구어 낸 것이지만) 대한민국 조정에도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다.

 

그들이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패자부활전에서 6분 45초 65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맏언니 김명신의 거짓말이 없었다면 아마 한국팀의 결승전 라인은 베트남의 차지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패자부활전 경기 중 대표팀은 총 길이 2000m중에 1500m지점에 다다르기까지 베트남에 10m나 뒤쳐져 있었다. 경기 길이 4분의 3을 이미 지나온 체력이 고갈되는 그 상황에서 10m 앞서가는 팀을 따라 잡는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김명신은 동생들을 자극하기 위해

“다 따라잡았으니 힘내!”

라고 말했다. 결승선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육상과 달리, 결승선을 등지고 가는 조정의 특성을 이용하여 맨 앞에 앉은, 그러니까 가장 결승선에 가까이에 앉아 노를 젓는 김명신은 앞에 있는 동생들에게 우리가 베트남을 잡기 직전이라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동생들은 옆으로 봐도 뒤로 봐도 보이지 않을 그들이 바로 뒤에 있을 거라 확신하고 온 몸의 근육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정 사상 첫 결승 진출, 그것은 결코 선수들 4명만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결승점에 가까이 갈수록 한국인 관중들의 목소리를 듣고 알 수 없는 힘이 전해졌음을 느꼈다고 했다.

 

메가 이벤트를 자국에서 개최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의 발전이나 이벤트를 통한 수익금 그리고 국가 홍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벤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바로 해당 경기에 참가하는 자국 선수들의 기적 같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자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참가한다는 자부심, 부담감 그리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관중들로부터 큰 사기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나는 올해 국내에서 열리게 될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에 대한 기대 역시 긍정적이다.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역시 관중의 열정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지구 끝까지 올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정은 타 운동선수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인정할 만큼 힘든 운동이다. 안 힘든 운동이 없겠지만 조정경기를 육상으로 따지면 단거리와 장거리 달리기의 사이인 “중장거리”에 해당하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잠시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근육을 동원하는 시스템을 크게 2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무산소 시스템이다. 이것을 어려운 말로는 ATP-PC시스템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운동 동작을 할 때 산소가 개입되지 않고 눈 깜짝 할 사이에 기술을 쓰는 역도나 단거리 달리기가 대표적인 종목이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순간적으로 점프를 한다든지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나도 모르게 호흡이 멈춰진 상태로 행위를 하고 그 후 호흡을 몰아서 내 뱉는 그런 경우를 무산소 시스템을 동원해서 근육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장시간 동안 운동 능력이 가능하도록 운동 동작에 산소가 개입이 되는 유산소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마라톤이나 장거리 사이클 혹은 장거리 수영 등이 대표적인 종목이다. 우리가 트레드밀을 걸으면서 옆에 있는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도 운동은 동시에 하고 있을 때 근육을 동원하는데 산소가 개입이 되기 때문에 이 때 우리는 근육을 유산소 시스템을 동원하여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조정은 어디에 속할까? 잘 생각해보면 조정은 역도처럼 순간적으로 힘을 쓰고 끝난다거나, 마라톤처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그 중간 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수 있다.

 

사실 위의 두 개의 에너지 시스템 사이에는 젖산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는데 다른 말로는 해당과정이라고도 한다. 만약 우리가 100m를 전력질주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전력으로 달렸기 때문에 이미 순간적으로 힘을 쓸 때 동원하는 에너지를 고갈해버렸다. 그 에너지는 1~2분 사이에 자연적으로 재생성이 되는데 조정 종목은 특성상 도중에 휴식을 취할 수 없는 경기이다. 따라서 피로 물질이 생성된 상태로 피로 현상을 그대로 느끼며 남은 1900m를 계속 전력질주 해야 한다. 그 것이 조정 경기이니 훈련이 얼마나 고될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그 고됨이 얼마나 쓰다는 것을 알거 있기에, 서양인들의 우월한 체격과 체력조건 속에서도 “사상 최초 결승전 진출”이라는 역사를 쓴 대한민국 조정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해 재조명해보고 싶었다.

 

 

 하는데 까지 더 해보기 후회 없이 @ 사진 김솔지 선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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