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편집자 주) 이 글은 앞으로 5년 후 국내 골프장산업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필자가 가정해 쓴 글로, ①편과 ②편으로 나뉘어 게재될 예정입니다.
국내 골프장산업이 골프장 공급과잉으로 ‘갑’이었던 골프장이 ‘을’로 바뀌었고 많은 돈을 내면서 홀대받아왔던 일반골퍼들이 ‘갑’으로 자리바꿈한 지 오래다. 골프장당 이용객 수가 줄어든 골프장들은 고객유치를 위해 그린피나 카트피, 식음료비 등을 대폭 낮추고 있지만 골퍼들은 값싸게 플레이하면서 제대로 대접받는 골프대중화 시대에 살고 있다. 그야말로 골프장들은 ‘아! 옛날이여~’라는 노래를 부르게 되지만 골퍼들은 ‘진작 그렇게 하지!’하면서 희희낙락하고 있다.
골프장 수 560개소로 공급과잉 심화
지난 2017년말 국내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수(18홀 환산)는 550개소를 넘어서 2012년말의 468개소보다 82개소 늘어났다. 2013년말에 500개소에 육박하면서 국내 골프장산업은 이미 골프장 공급과잉시대에 진입했다.
입회금을 반환하지 못해 부도난 회원제 골프장들이 속출하면서 회원제 골프장산업의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대부분의 골프회원권값이 이미 분양가를 밑돌면서 입회금 반환 청구가 줄을 잇고 있지만 반환할 돈이 없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골프장이 부지기수다. 돈을 한푼도 내지 않고 인수하라고 해도 인수하는 사업자들이 없다. 왜냐하면 당장 골프장을 공짜로 인수할 수 있지만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자금이 터무니없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던 안성에 있는 회원제 골프장 때문에 회원들을 물론 회원제 골프장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이 골프장의 회원수는 478명이고 입회금은 797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9월 수원지방법원은 입회금의 17%만 상환하고 나머지 83%는 출자전환한 후 감자(減資)를 통해 무상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회원들은 큰 재산상 피해를 입었고, 골프장에서 회원대우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새로운 골프장 인수자가 기존 회원들을 인수했지만, 이번에는 ‘체육시설법’이 무시되었다. 2006년 4월부터 시행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체육시설법’의 上位法으로, ‘체육시설법’의 회원승계의무 조항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 골프장의 영향으로 회원들은 회원권 분양대금의 17%밖에 돌려받지 못하고, 회원대우도 없어진다는 소식에 크게 당황했다. 골프장에도 입회금 반환 청구가 이어지면서 회원들과의 갈등이 깊어졌다. 골프회원권 시장도 크게 냉각되었는데, 회원권을 사면 되돌려 받을 가능성도 낮고 되돌려 받더라도 1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회원권값이 계속 떨어져왔다.
이 골프장 덕택에 회원들의 입회금을 주식으로 전환해주는 ‘주주회원제’가 크게 늘어났다. 입회금을 주식으로 전환해주면 골프장 운영회사는 입회금 반환할 필요가 없고 회원들도 자기 골프장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원제 골프장들의 회원들은 분양가의 20~30% 수준의 입회금을 받고 회원권리를 포기하면서 회원제에서 세금이 저렴한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한 곳도 빠르게 늘어났다. 퍼블릭 전환 골프장들은 1년만에 흑자로 전환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한편 국내 골프장중에서 퍼블릭 골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2017년에 절반을 차지했다. 퍼블릭 골프장의 비중(홀수 기준)이 2001년말 15.9%에서 2012년말에는 35.4%로 높아졌고 2017년에는 48.3%로 높아졌다.
이처럼 퍼블릭 골프장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골프회원권 가격 폭락에 따른 입회금 반환 사태에다, 신규 회원권 분양난, 경영적자폭 확대 등으로 회원제의 퍼블릭 골프장으로의 전환이 급증했고 신설 골프장들도 대부분 퍼블릭 골프장으로 개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골퍼들이 국내경기 침체, 가처분소득 정체 등으로 4만 5천원 정도 비싼 회원제보다는 퍼블릭 골프장을 선호하는 것도 회원제의 퍼블릭 골프장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 대부분 누적적자폭 확대
한편 골프장들의 경영수지는 골프장 공급과잉 현상 심화, 골프장당 이용객수 감소 및 이용료 하락 등으로 회원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악화되었다. 재산세, 개별소비세 등 중과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회원제 골프장들의 그린피는 퍼블릭 골프장보다 4만 5천원 정도 비싸 비회원들의 이용이 크게 줄어들었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접대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회원 10명중 6명이 세금만 내고 치는 사실상 무료회원이기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이 적자내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골프회원권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한팀 4명의 그린피가 10만~20만원 정도에 불과한 무기명회원권을 남발게 되면서 주말에 붐벼도 돈이 되지 않는다. 회원권 분양을 촉진하려는 마케팅 전략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회원제 골프장업계는 골프가 2016년 올림픽 종목에 추가된 것을 계기로 개별소비세 폐지를 위해 정부를 설득했지만 퍼블릭 골프장과의 세율 불균형, 세수(稅收) 부족 등을 이유로 무산되었다. 회원제 골프장으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사실상 대기업 소유 골프장 몇군데에 불과하고 나머지 회원제들은 입회금 반환 사태, 영업적자 누적 등으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골프대중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회원제 골프장에는 회원모집 혜택을 주는 대신에 중과세율을 부과하고 있고 퍼블릭 골프장에는 일반세율을 적용하는 대신에 회원모집을 금지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되는 중과세율을 보면, 재산세는 4%(퍼블릭 0.2~0.4%), 그린피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21,120원 등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7년에 영업흑자를 기록한 곳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2년 3.3%에서 2017년에는 -20%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그나마 일반세율을 적용받으면서 그린피가 회원제보다 4만원 정도 싼 퍼블릭 골프장들은 2012년 33.7%에서 2017년에는 20%대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그린피 등 이용료는 하락세 지속
골프장수가 2014년초에 500개소를 넘어서면서 골프장이 공급과잉상태에 접어들었고 호황기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골프장수는 꾸준히 늘어왔지만 국내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골프인구가 줄어들면서 한 골프장당 이용객수가 5년전보다 평균 20% 정도 감소했다. 퍼블릭 골프장보다는 회원제가, 수도권 골프장보다는 지방 골프장 이용객이 더 많이 줄어들었다.
줄어든 이용객수를 확보하기 위한 골프장간의 가격인하 전쟁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되었다. 골프장 그린피는 5년전보다 20~30% 떨어진 곳이 대부분이고 평일에는 한끼 식사를 공짜로 주고 있다. 골퍼들의 원성의 대상이었던 카트피도 팀당 8만원에서 1인당 1만 5천원으로 내려 받는 지방 골프장들이 적지 않다. 1인용 전동카트가 등장하면서 골프인구가 적은 지방의 골프장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는데, 1인당 카트 대여료가 5천원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카트피 수입이 골프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수도권 등 대도시권 골프장들은 기존 5인승 카트를 고집하고 있다. 9홀 퍼블릭 골프장들은 그린피에 카트피를 포함시켜 받고 있고 대부분 노캐디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는 골프장에서 1∼3일후에 남은 부킹시간을 할인된 그린피로 부킹을 대행해주는 ‘반값골프’가 등장하면서 그린피가 부담되는 골퍼들이나 시간이 많은 자영업자·가정주부 골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런 업체들이 여러 군데 등장하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골프장에 나가길 꺼려하는 골퍼들이 대거 필드에 나가면서 골프인구 감소폭이 미미해졌다. 골프장들도 손해보는 게 아니다. 이 부킹제도가 시행되면서 골프장 측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는 부킹권을 일부 금액이라도 받고 팔 수 있고 여기에 카트피, 식음료수입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저가 항공사가 등장하면서 대형 항공사와 시장을 양분하는 것처럼, 골프예약시장도 시간대가 좋지 않고 그린피가 저렴한 골퍼들이 찾는 저가(低價)시장과 그렇지 않은 고가(高價)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처럼 국내 골프장들의 이용료가 크게 하락하면서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등지의 골프장과 가격경쟁력이 확보되었지만 해외원정 골퍼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여행과 골프를 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반면에 골프붐이 일고 있는 중국골퍼들이 대거 국내 골프장에 들어오면서 2~3년전부터 홈페이지에 중국어판을 신설하는 곳이 크게 늘어났다. 또한 패키지상품에도 골프가 포함되면서 골프치는 게 필수항목이 되고 있다. 골프장 매출중에서 중국인들의 기여 비중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지만 시끄러운 중국인 골퍼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골프장수가 560개소에 달하지만 골프붐이 시들해지면서 추운 겨울철과 무더운 여름철에는 아예 휴장하는 골프장이 대부분이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영업일수는 큰 변동이 없다.
- 다음 ②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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