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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이름, 쉽게 지으면 안되나

 

 

글/ 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국내 골프장을 이용하는 골퍼들이 대부분 내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이름이 외래어 일색이다. 외래어에 익숙하지 않은 50~60대가 핵심 골퍼층이라는 점을 감안해 알기 쉬운 이름으로 간결하게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골프장 이름은 지명(地名)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1990년대 들어 ‘밸리’, ‘힐(스)’, ‘레이크’ 등 영어로 바꾸는 경향이 유행했고 2000년대 후반에는 고가 회원권을 분양하기 위해서 시설 못지않게 ‘최상․최고’, ‘고품격’, ‘귀족’, ‘낙원’ 등의 이미지를 포함한 명칭을 선호하고 있다. 일본 골프장 이름에도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 골프장 이름에 도산한 일본 골프장의 이름을 똑같이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골프장 이름에 비슷한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면서 골퍼들은 적지 않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필자 역시도 몇년전 골프장 이름이 헷갈려 고생한 적이 있다. 레이크힐스CC에서 운동하는데 레이크사이드CC로 가서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다행이 일찍 갔기 때문에 골프백을 찾아 예약한 레이크힐스CC로 가서 플레이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일반 골퍼들도 골프장 이름이 헷갈리기 때문에 예약내용을 문자로 주고 받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회원사로 등록된 골프장은 2013년 6월말 기준으로 모두 266개사인데, 이 중 180곳이 골프장 이름에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다. 개장 당시의 골프장명과 다른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골프장도 102개소에 달한다. 골프장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대부분 골프장 매각 등에 따른 경영권 변동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 차원에서 이름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일부 골프장들은 옛 이름을 다시 사용하는 곳도 있다. 성원건설(주)이 운영하던 상떼힐CC가 전주샹그릴라CC를 운영하는 광산관광개발(주)로 넘어가면서 이름도 중원스카이뷰CC로 바뀌었다가 2011년 11월에는 다시 상떼힐CC로 환원시켰다. 또 클럽900CC는 화순에서 대주, 클럽900으로 바꾸었다가 2012년 5월 다시 화순CC로 되돌렸다. 안양CC도 안양GC에서 안양베네스트GC로 바꾸었다가 다시 안양CC로 환원시켰다. 골프장 이름에 지명을 다시 쓰고 단순화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하는 골프장은 해비치CC, 우리CC, 솔모로CC 등 3곳 정도에 불과하다. 해비치CC는 남제주CC에서 제주다이너스티CC로 바꿨다가 해비치CC로 다시 바꿨는데, ‘해비치’의 의미는 ‘가장 먼저 해가 비치는 곳’이라는 순 우리말이다. 그리고 우리CC는 (주)퍼블릭개발이 2003년 9월에 개장하면서 순 우리말로 이름을 지었다. 한일CC의 새로운 이름 ‘솔모로’는 여주․이천 지역의 옛 지명으로, 소나무를 뜻하는 ‘솔’과 ‘무리’를 의미하는 ‘모로’를 합쳐 ‘소나무가 많은 곳’을 이르는 순수 우리말이다.

 

반면 골프장 이름을 길게 해서 부르기도 힘들게 지은 골프장도 있다. 건국대학교에서 만든 '스마트쿠골프 파빌리온', 두산중공업에서 인수한 클럽모우골프&라이프스타일은 이름이 길고 어려워 인터넷 검색할 때도 어려움을 겪는다. 골프장을 이용하는 골퍼들이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아니라 골프장 운영주체를 알리기 위한 이름이란 생각이 든다. 또 골프리조트는 골프장과 숙박시설이 함께 조성된 곳으로, ○○○골프리조트하면 될 것을 ○○○골프&리조트, ○○○골프&온천리조트 등으로 길고 어렵게 지은 곳도 적지 않다.

 

골프장 이름에 외래어를 사용하거나 이름이 수시로 바뀌면서 골퍼들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우리 경제가 세계화되고 있지만 국내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은 대부분 내국인이고 주된 골프층이 50~60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외래어를 지양하고 우리 고유의 말을 활용해 간결하고 알기 쉽게 골프장 이름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군산CC, 안양CC 등은 지명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지 않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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