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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피 인상은 골프인구 감소시킬 악재

 

글/ 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경기보조원(캐디)에게 지급하는 봉사료인 캐디피가 수도권은 물론 강원권 골프장까지 인상되면서 골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 골프장의 캐디피 인상이 주변 골프장까지 확산시키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면서 하강기에 접어든 국내 골프장산업을 더욱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골프인구도 감소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봄에 수도권 일부 고가 골프장에서 시작된 캐디피 인상이 수도권 주변 골프장은 물론, 인근 강원도 골프장까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팀당 캐디피를 12만원 받고 있는 골프장수가 지난해 5월에는 13개소에 불과했지만 올 3월에는 수도권이 25개소, 강원권이 6개소, 충북권이 1개소 등 32개소에 달하고 있다.

 

캐디피를 인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캐디의 이직을 막기 위한 조치이지만 문제는 캐디피 인상이 이들 골프장에 국한되지 않고 주변에 있는 골프장들까지 덩달아 인상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이용객수가 적은 고가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에는 캐디들의 수입이 적기 때문에 캐디들의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확보해주기 위해서 캐디피 인상이라는 악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일부 회원제 골프장들은 캐디피를 팀당 10만원씩 받게 하고 캐디 수입 부족분을 골프장에서 지원해 왔지만 경영적자가 누적되면서 골프장 지원을 중단하고 캐디피를 인상시켰다.

 

지난해 팀당 캐디피를 12만원으로 인상시킨 골프장들의 18홀 연간 이용객수를 보면, 해슬리나인브릿지는 2011년 19,910명, 휘닉스스프링스 38,486명, 잭니클라우스 32,203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곳에서 일하는 캐디들의 수입은 이용객수가 많은 다른 골프장들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이들 고가 회원제 골프장들은 회원수가 적고 회원 위주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골프장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해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이용객수는 18홀 기준으로 6만명 수준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이들 골프장 주변에 있는 고가 회원제 골프장들이 캐디피를 인상하고 있다. 올 3월 현재 캐디피를 12만원으로 인상한 골프장수가 32개소이지만 본격적인 골프시즌이 시작되면서 캐디피 인상 골프장수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새로 개장하는 골프장수가 30여개에 달하는 것도 캐디수급을 악화시키면서 캐디피 인상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우리나라 캐디라는 직업은 어느 직종보다도 높은 수입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직종이다. 캐디의 성수기 월수입은 450만~500만원, 연간 수입액은 3,000만~4,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겨울철에 휴장할 때에는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등 여가도 즐길 수 있다. 개인 면세사업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세금도 셀러리맨들보다 적게 내고 있다. 골퍼들이 캐디들에게 지급한 캐디피 총액도 지난해 6,620억원으로 5년전인 2007년보다 46%나 급증했다.

 

한편 올해부터 회원제 골프장 그린피에 붙었던 체육진흥기금이 폐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피를 인하한 골프장수는 47개소로 전체 회원제 골프장의 20.7%에 불과하고 오히려 그린피를 인상한 곳도 24개소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체육진흥기금으로 조성되는 450억원을 포기했지만 회원제 골프장들은 체육진흥기금 면제액 만큼 그린피를 인하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그린피를 인상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아는 골퍼들이 별로 없고 아는 골퍼들이라고 회원제 골프장에 항의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국내 골프장수가 500개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골프장들은 단기안적으로 옆에 있는 골프장이 캐디피를 올리니깐 어쩔 수 없이 올린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캐디없이 플레이하는 셀프 플레이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또 골퍼들도 ‘골퍼가 봉’이라고 한탄만 할게 아니라 캐디피가 비싼 회원제 골프장들을 찾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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