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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500개 시대에 골퍼도 바뀌어야 한다

 

 

글/ 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국내 골프장수 500개 시대가 도래하면서 골프장이나 골퍼들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서비스를 최우선시하던 회원제 골프장들도 악화되는 운영수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이 때문에 회원 등 골퍼들에 대한 서비스 수준도 낮출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골퍼들 역시도 그동안 골프장의 과도한 서비스 제공을 당연시해 왔지만 이제는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기대하는 서비스 수준도 낮춰야 할 것이다.

 

회원제 골프장들의 당기순이익률이 흑자를 유지해온 2000년대에는 회원제 골프장이 전체 골프장의 70% 이상에 달하면서 다른 회원제 골프장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골프회원권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서비스 경쟁에 나섰다. 그렇지만 골프장 500개의 공급과잉시대 도래, 입회금 반환 사태, 수익성 악화 등으로 회원제 골프장들은 골프장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면서 지금껏 중시해왔던 서비스 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 골퍼들도 골프장 서비스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춰야 할 것이다. 비슷한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 수준이 좋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겠지만 골프라는 스포츠를 즐기는데 서비스 수준이 좀 떨어진다고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골퍼들의 마음가짐은 골프장이 회원제냐, 퍼블릭이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회원제 골프장들을 찾은 골퍼들은 회원과 동반하거나 회원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런지 캐디의 말을 잘 듣고 점잖게 행동하지만, 퍼블릭 골프장들을 찾은 골퍼들은 뜨내기 손님처럼 휴지나 침을 함부로 내뱉고 골프장 시설이나 캐디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다. 플레이하는데 큰 차이가 없는 골프장에서 골퍼들 스스로 자신들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행동들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회원제 골프장의 시설수준은 높지만 퍼블릭은 낮다고 인식하는 골퍼들도 적지 않는 것 같다. 200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해도 퍼블릭 골프장은 회원제의 부속시설로 수준이 낮았고 골프코스도 형편없었다. 그렇지만 스카이72와 베어크리크GC 등이 개장한 2000년대 중반부터는 퍼블릭 골프장의 수준이 회원제 수준으로 높아졌고 최근에는 퍼블릭의 수준이 회원제보다 나은 골프장도 만들어지고 있다. 굳이 4만~5만원 비싼 회원제 골프장에서 플레이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다음으로 골프라는 스포츠를 즐기면서 권위의식을 갖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난 가을 천안에 있는 골프장에 갔다가 캐디에게 꼴불견 골퍼들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고위직에 있는 골퍼들이 캐디가 라이를 잘못보는 등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플레이 도중에 캐디교체를 요구했고 새로 교체된 캐디에게도 반말로 골프채를 던지면서 위협했다고 한다. 아직도 사회적인 지위와 영향력이 있는 골퍼들조차도 골프장에서 조폭처럼 행사한다는 말을 듣고 일부 골퍼들의 수준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골프장 운영회사도 문제다. 골퍼들이 무리하게 요구할 경우, 골프장 운영회사는 퇴장조치를 취하면서 캐디를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고위직 골퍼들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이다. 골프장 운영회사는 힘없는 일반골퍼들에게는 ‘갑(甲)’이지만 힘있는 분들한테는 ‘을(乙)’인데, 이런 골프장의 행태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퍼블릭 골프장들의 서비스 수준은 회원제보다는 덜하지만 일부 고급 퍼블릭 골프장은 회원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골프장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집객하려는 의도가 있지만 대중화를 위해 만들어진 퍼블릭 골프장이 회원제처럼 서비스 경쟁을 하는 것은 조성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 골프장 500개 시대에 골프장도, 골퍼들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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