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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의 골프장 풍속도 ②


글/ 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평일 캐디선택제 일반화


5년전에 팀당 12만원으로 올리면서 골퍼들의 반발을 샀던 캐디피도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평일에 캐디선택(No Caddies)제를 도입하고 있고 골퍼들이 많은 주말에만 캐디동반의무제를 지속하고 있다. 접대골프가 크게 줄어드는 대신에 개인골프수요가 급증한 것이 노캐디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보이스캐디 등 셀프플레이를 도와주는 기기들이 많이 보급되어 있고 골프장들도 거리목을 50m 단위로 세워놓으면서 노캐디로 골프치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졌다. 


골프라는 운동에 경기보조원인 캐디가 도움을 준다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야 골프가 스포츠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하우스캐디가 크게 줄어드는 대신에 티칭프로 자격증이 있는 티칭프로캐디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하우스캐디의 팀당 캐디피는 10만원으로 내려갔지만 티칭프로캐디의 팀당 캐디피는 12만~15만원 수준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사회적 약자인 싱글맘, 이혼여성, 그리고 경력단절여성 등에게 캐디교육을 시켜 골프장에 파견하는 ‘캐디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장관의 인증을 받은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캐디를 공급하면서 캐디수급이 원활해지는 동시에, 팀당 캐디피도 9만~1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사회적 약자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월급도 식당 등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받으면서 캐디를 하려는 여성들이 대거 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골퍼들 역시도 사회적 약자인 캐디에게 캐디피를 지급하는 것이 간접적인 기부행위로 보고 1만~2만원 정도의 오버피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골프장 레스트랑, 맛집으로 변신


골프장이 캔커피나 음료수, 빵 등 간단한 요식거리를 휴대할 수 있게 되면서 짠돌이 골퍼들은 간식거리를 집에서 싸오거나 그늘집의 자판기에서 식음료를 사먹고 있다. 그늘집에 골프장 직원이 철수한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음식값도 시중가보다는 약간 비싼 수준으로 내려갔다. 한국골프소비자모임에서 조사 발표한 캔맥주·이온음료·삶은계란·캔커피 등의 그늘집 식음료 가격은 2013년에 14,917원으로 시중마트 가격(5,070원)에 비해 3배 정도 비쌌지만 2017년에는 8,000원 정도로 내려갔다. 경기침체 지속과 접대수요 급감 등으로 그늘집 장사가 안되면서 그늘집에 커피·음료수 등의 자판기를 설치하고 냉수·온수, 찬 수건·따뜻한 수건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늘집 장사가 안되면서 아예 그늘집을 없애는 골프장도 나오고 있다. 동남아 골프장들처럼 예쁘게 치장한 전동카트에 싣고 음료수와 커피, 초코렛 등을 파는 골프장도 있다. 이것도 비싸다고 간단한 먹거리를 대형마트에서 사오는 알뜰골퍼들이 늘고 있다.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접대문화도 사라져 선물용인 쌀, 과일 등의 상품매출도 크게 감소했다. 대신에 지역특산품은 시중가격보다 약간 싸고 품질도 골프장에서 보증한다는 점에서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클럽하우스 식당의 음식가격도 크게 내렸다. 그전에는 대형 외식업체에게 외주를 주기 때문에 음식가격이 높게 형성되었지만 최근에는 능력있고 참신한 전문인력들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형 외식업체들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체들의 위탁수수료도 과거 매출액의 20% 수준에서 최근에는 10%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음식가격이 낮아졌다. 


또 클럽하우스 식당이 ‘맛집’으로 변하면서 골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에 천편일률적인 메뉴가 사라지고 그 지역의 특색에 맞는 맛있고 차별화된 음식·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골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현지재료로 제철음식을 제공하면서 골프장을 음식맛 때문에 선택하는 골퍼들도 적지 않은데, 이 덕택에 골프장들이 줄어드는 이용객수를 늘릴 수 있고 골프장의 경영수지를 개선시키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형 외식업체와 5년간의 장기계약을 한 골프장들은 식당의 음식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양자합의하에 계약을 철회하고 능력있는 전문외식업체와 계약을 한 곳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전문외식업체의 등장으로 식당의 인력이 대폭 줄어들었고 식자재 조달과정에서의 비리도 사라지면서 원가절감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저비용 구조로 발빠르게 전환


골프장의 경영수지는 평일의 가동률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평일의 골퍼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그린피 할인혜택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할인제도를 도입하면서 골퍼들은 별로 늘지 않고 1인당 객단가만 하락하면서 경영수지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 골퍼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그린피 등을 내리면 당분간 손님이 늘어나지만 주변 경쟁골프장들이 자기 손님들을 지키기 위해 추가로 더 내리면서 주변 경쟁골프장들이 적(敵)으로 변하고 있다. 


수익성이 급락하면서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돈이 안되는 인력들을 외부에 아웃소싱하는 골프장이 크게 늘어났고 핵심인력만 채용해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코스관리 등 아웃소싱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면서 용역비가 싸지고 있다. 


특히 골프장 정문에 들어가면 경비가 인사를 하는 곳은 명문이라는 몇몇 골프장을 제외하고 모두 없앴다. 또 손님이 줄어들면서 혼자서 많은 일을 하는 다기능 정직원들이 많다. 예컨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직원이 밖으로 나와서 골프가방을 내리고 락커나 프론트를 보는 경우가 지방골프장을 중심으로 많다.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외부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대거 골프장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그동안은 골프장에서 오랜 동안 근무하면 전문가로 대접받아 CEO가 되곤 했지만 이제는 돈을 벌지 못하면 자리를 지킬 수 없는 시대다. 또 비용절감을 위해 CEO가 없는 대신에 지배인 체제로 운영되는 골프장들도 적지 않다.


골프장 문턱 크게 낮아져


지역사회의 고립된 섬으로 존재해왔던 골프장들이 골프장을 지역사회에 개방하면서 지역사회와 상생경영하는 곳이 늘고 있다. 지방에 있는 한 골프장은 비수기 시간대에 지역사회의 학생골퍼들에게 무료 라운드를 시켜주고 클럽하우스에 비골퍼들이 와서 식사나 모임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하며, 어린이들을 위해 골프장을 전동승용카트로 타고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골프장을 웨딩촬영장소로 개방하면서 많은 예비 신혼부부들이 골프장을 찾고 있고 월요일 같은 비수기에는 결혼식장으로 개방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밖에 크리스마스 때에는 클럽하우스와 그늘집에 조명시설을 설치해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고 연말연시에는 골프장 인근 산에서 일몰·일출을 구경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이런 이벤트 덕택에 골프장에 접근도 할 수 없었던 비골퍼들이 골프장을 찾으면서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동시에 골프인구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골프장들도 비수기에 비골퍼들이 많이 찾으면서 식음료 매출이 크게 늘어났고 골프장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지역사회와의 갈등도 사라지게 되었다.


골프장처럼 훌륭한 시설과 조경을 갖춘 곳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골프장들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커뮤니티 장소로 탈바꿈하는 동시에, 지역의 중요한 관광자원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초·중·고등학교 교과목에 골프과목이 추가되었고 골프써클도 활성화되고 있다. 골프장들도 정규홀이 끝난 후 트와일 라이트시간에 무료 라운드를 돌게 배려하고 있다. 政府에서는 예방의학 차원에서 정년퇴직한 시니어 골퍼들에게 골프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65세 이상 시니어 골퍼들의 그린피는 정상 그린피보다 20% 저렴하다. 


비즈니스의 한 축이었던 접대골프는 거의 사라졌다. 사회가 투명하게 되고 국내경기도 부진하면서 일부 고급골프장에서만 접대골프가 이루어지고 있는 정도다. 개인골프수요가 위축된 접대수요를 대체하고 있고 이용료가 개인지갑에서 지출되면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골프코스에 페어웨이 빌라 조성 가능해져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내륙의 택지를 제외하고는 페어웨이 빌라(fairway village)를 만들 수 없도록 규제해왔지만 ‘회원제 골프장 활성화’ 차원에서 지난 2017년부터 대도시권 이외의 지방 골프장에게 허용하고 있다. 


그전에는 값비싼 택지 이외에는 페어웨이 빌라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골프코스 밖에 골프빌리지를 지어왔다. 코스속에 빌라를 지어놓으면, 골프공이 날아들어 유리창이 깨지고 사람이 다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런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골프공이 인근 페어웨이 빌라로 날아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OB(Out of Bound) 지점에 큰 나무를 심어 놓았고 주택의 울타리에 촘촘하게 쇠기둥을 설치해 놓아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페어웨이 빌라에서 살면, 정원이 푸른 잔디로 조성되어 있어 경관이 뛰어나고 며칠전 예약으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강남에 수백억을 갖고 있는 자산가는 충북 제천에 있는 페어웨이 빌라를 구입했는데, 빌라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면 조용한 페어웨이에서 푸른 잔디를 밟으면서 라운드가 가능하고 저녁에는 지역의 명품주를 먹으면서 바비큐 파티도 할 수 있다. 산속 별장에 살 때에는 뜸했던 자식들도 페어웨이 빌라를 자주 찾고 있다. 손자들이 편하게 뛰어놀 수 있고 자식들도 편하게 쉬면서 라운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라는 1970년대 유행했던 ‘님과 함께’란 유행가 가사의 일부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처럼 국내 골프장산업은 하강기를 맞으면서 골프장들이 빠르게 변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변신하지 않고 있다. 커다란 대세 흐름에 적응하면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골프장들의 발빠른 변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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