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배정호 (스포츠둥지 기자)
2013년 7월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동 아시안컵 한· 일전. 이날 경기는 축구팬들을 대단히 설레게 했다. 13년 정확히 4810일 만에 잠실서 가진 한· 일전 A매치 개최, 그리고 43,000명의 관중 입장.. 서울 월드컵 경기장 건설로 인하여 그 동안 열리지 않았던 잠실운동장은 정몽규 축구협회장 취임과 더불어 강한 의지로 인하여 다시 한 번 재조명 됐다. 긴 잠에서 깨어난 잠실종합 운동장의 현장 분위기를 관중석과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 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기장면 ⓒjtbc
관중석 - 추억 그리고 향수에 빠지다.
한일전이 열린 일요일은 한국프로야구 두산과 LG의 잠실라이벌 전이 있는 날이다. 2시간 전부터 잠실 운동장 근처는 야구 유니폼과, 축구 유니폼이 뚜렷이 구분됐다. 근처 패스트 푸드점은, 동 아시안컵에 맞추어, 한일전 팩, 동아시안컵 팩 등의 메뉴를 개발하여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날씨가 흐리고 이슬비가 내렸던 만큼 두산 유니폼을 입은 한 야구팬은 “빨리 두산이 5회까지 리드하고 경기가 우천 취소되어 축구장에 가서 오랜만에 한일전을 관람하고 싶다” 라고 웃으며 말했다.. 팬의 바램대로, 우천취소가 되지 않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이 경기 중간 혹은 종료 후 축구장을 찾아와서 열띤 응원을 펼쳤다.
축구팬들은 향수에 빠져들 수 있는 응원도구를 가지고 경기장을 방문했다. 태극문양이 박혀있는 98년 아시아 예선 유니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 깃발 등, 오랜만에 잠실운동장에서의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용품이었다. 일본응원단 울트라 닛폰 또한, 대규모로 경기장에 찾아 와서, 응원에 동참했다. 마치 90년대 한일전을 연상케 했다.
최근 정치상황과 맞물린 한일전이기 때문일까. 경기장 입구 게이트에서는 철저한 용품 검사가 진행되었다. 상대를 자극하는 응원문구가 있는지, 위협물품이 있는지 등 어느 때 보다, 긴장감 있게 진행됐다.
경기는 시작됐다. 하지만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붉은악마는 안중근 의사와, 이순신 장군의 걸개와 더불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는 플래카드를 내비쳤고. 이에 축구협회 직원들이 제지를 했다. 이에 항의를 하듯 붉은악마는 아쉽게도 응원을 중단 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한 팬도 욱일승천기의 깃발을 들고 와 한국 팬들을 자극시켰다. 정치적인 이유로, 오랜 만에 방문한 팬들에게 잠실운동장에서의 붉은악마의 뜨거운 함성을 듣지 못한 점은 옥 의 티였다.
한일전 전광판의 모습(좌), 한국선수들의 아쉬운 모습(우) ⓒ배정호
기자석 - 네 개국의 취재진의 모임과 더불어, 냉랭한 분위기.
이 날 미디어 존에는 수십 명의 중국, 일본, 한국, 호주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바로 우승팀이 결정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앞선 경기에서 호주를 4:3으로 격파했던 중국취재진은, 벌써부터 우승에 들떠 있었다.
일본 취재진은, 수십 명의 FUJI TV인력을 배치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취재진에게 배포할 TEAM GUIDE를 제작하여 외신 기자들에게 나눠줬다. 경기 후 믹스트 존에서, 한국 취재진과, 일본 취재진이 가장 궁금해 한 질문은 무엇일까?. 바로, 정치적인 문구에 대한 축구협회의 공식 입장이었다. 미디어 담당관은 홍명보 감독의 인터뷰가 있기 전 기자들에게 “오늘 발생한 문제에 대해 협회는 아직까지 명확한 공식입장이 없다. 나오는 대로 바로 표명 하겠다.” 라고 답했다.
하지만 도쿄 신문에서 온 일본 기자는 민감한 반응으로 “언제 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정확히 말해 달라. 그리고 우리가 그 공식 문서를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다. 경기 후 믹스트 존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과거의 역사가 개입된 정치적 문제가 언급되었기 때문에, 한국 기자들과 일본 기자 모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명보감독의 믹스트 존에서의 인터뷰(좌), 동아시안컵 좋은활약을 펼친 윤일록 선수(우) ⓒ배정호
한국의 1-2 패배로 경기가 끝났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오랜만에 열린 잠실경기장에서의 경기에 대체로 만족했다. 비록 정치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경기 후 많은 축구팬들은 일본 축구 팬들과 단체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쌓았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비롯한 월드컵 경기장 건설로, 축구 팬들에게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잠실운동장. 하지만 이곳에서 1985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지었던 곳, 우즈베키스탄 전 골을 넣고 AD보드에 올라탄, 최용수의 세레 머니.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황선홍의 시저 스킥 골에 이은, 빗물 세레 머니 등. 많은 기쁨이 시작됐다.
13년 만에 잠실 운동장에서의 팬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할, 극적인 스토리는 없었다. 하지만 축구 팬들에게 옛 A매치의 향수를 떠오르기 하기에 충분했다. 언제 다시 A매치가 잠실에서 개최될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축구팬들은 잠실운동장에서의 감동 있는 스토리텔링을 기대할 것이다.
AGAIN 잠실, Thank you!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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