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배정호 (스포츠둥지 기자)
또 다른 전쟁이다. 축구 서포터즈에게 원정경기 응원전은 전장에 나서는 전사들의 심정과 같다. 물질적, 정신적 부담을 안고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렬 서포터즈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응원팀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좋다.
FC 안양 서포터즈는 국내 프로축구 서포터즈 에서는 열성적인 자세와 충성심이 높기로 소문나 있다.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상주종합운동장 등 전국이 그들의 활동무대이다. 마침 K리그 클래식 상주 상무와 FC 안양의 경기가 열리는 7월14일 FC안양 원정버스 풍경을 취재해 그 열기의 현장을 느낄 수 있었다.
ⓒA.S.U RED
7월 1일
보통 원정경기의 신청은 2주전부터 ASU RED 홈페이지에서 시작이 된다. 현재 K리그 챌린지에 속해 있는 FC안양의 장거리 원정은, 충주,상주,광주로 이루어져 있다. 버스 1대 기준 최소 25명의 인원이 원정 신청을 할 경우, 단체 원정이 이루어진다. 원정경기장 까지 가격은 입장료 포함하여 성인 30.000원 학생 20,000원으로 개별적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7월 14일 14:00
FC안양의 홈경기장인 안양종합운동장으로 보라색과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즈 들이 모여 든다. 이들 중 먼저 온 팬들은 자발적으로 북을 챙기고, 깃발을 챙기고, 물을 챙긴다. 하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다만 상주종합운동장으로 마음이 향할 뿐이다.
14:30
ASU RED 홈페이지에 공지된 집결 시간이다. 약 40명의 서포터즈들이 출석체크를 끝내고 버스에 탑승하지만 역시나 지각자는 존재 한다. 유재윤 부회장이 착석한 서포터즈에게 웃으며 말한다. “지금 지각자가 오고 있습니다. 야유를 보내줍시다!”. 모두들 외친다. 짧은 순간에 40명의 서포터즈 들은 인간 부부젤라 소리를 생성한다. “우우우” 하지만 악의가 있는 야유가 아닌 단결을 만드는 촉매제의 느낌이다.
15:30
상주행 버스는 영동고속도로 마성IC를 지나고 있었다. 보라색과 흰색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지난경기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 우리 팀의 경기를 보면 극장이라고 생각한다니까.” “저번에 상주를 이겼으니 오늘도 반드시 이겼으면 좋겠다.” 등. 한 서포터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상주까지 먼 거리로 느끼겠지만 우리에게 장거리 버스 운행은 피곤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FC안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수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통 창구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16:00
서서히 버스의 속도는 높아지고, 유재윤 부회장이 일어나 마이크를 든다. “잠시만 주목해 주세요. 여러분들을 위해 저희 서포터즈 회원이 FC안양 팔찌를 제작해 왔습니다. 지금부터 나눠드리겠습니다.” 자신의 황금 같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FC안양이라는 팀을 위해 팔찌를 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진정으로 팀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 아닐까? 김준성 회장은 “제작되어 배부된 팔찌는 오늘 선수들에게까지 전해졌다. 이처럼 팀에대한 열정이 높은 팬들은 손수 기념품을 만들어 공유한다” 라고 말했다.
16:30
버스는 휴게소에 잠시 정지하였다. 상주경기장에는 마땅한 음식거리가 없어서 그런지. 휴게소에서 이른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3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삼삼오오 모여 라면, 돈까스 등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휴게소는 온통 보랏빛 색깔의 유니폼 밖에 보이지 않는다.
17:10
버스는 서서히 북상주 IC에 가까워진다. 운영진들이 다시 한번 마이크를 들었다. “여러분 드디어 결전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당부 말씀 드리겠습니다. FC안양을 대표하는 서포터즈로써 원정에 온 만큼 개인행동은 자제해 주시고, 신중한 행동 부탁드리며, 아무 마찰 없이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꼭 승리합시다.” 아무래도 최근 열정이 높은 FC안양의 서포터즈들의 행동에 대해 찬반논란이 있어서 그런지 모두들 주의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말로 대한민국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일 뿐이다.
17:30
버스에서 내려, 역시나 누가 시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나서서 짐을 들고 정돈을 한다. 운영진 한명은 상주매표소에서 단체 입장권을 구입하였고 이들은 골대 뒤 원정석 으로 입장하였다. 현지합류 서포터즈까지 포함하면 대략적으로 50명이 넘지 않았을까? 웬만한 K리그 클래식 인기구단 팀보다 많은 숫자이다.
18:00
경기시작 전, 이들은 자체회의를 진행하였다. 앞으로의 서포터즈 운영방안과, 다음주에 있을 MT에 관한 이야기가 논의 되었다. 버스에서의 익살스러운 행동은 없어지고 회의 할 때 만큼 이들의 모습은 진지하였다. 한창규 서포터 팀원은 “때로는 서로의 의견이 안 맞을 때도 있지만 FC안양에 대한 충성심이 크다는 증거이며, 서포터즈를 잘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모두들 열정적으로 회의에 참여한다” 라고 설명했다.
19:30
드디어 경기는 시작되었다. 버스에서 조용하던 서포터즈들도 경기가 시작되자 소리높여 FC안양을 응원한다. 대표적인 구호 ‘수카 바티 안양! ’이 상주종합운동장에 울려 퍼지고, 이들의 열정 높은 응원은 쉴틈이 없다. FC안양 최진수는 “정말로, 웬만한 K리그 클래식 팀들의 서포터즈들 보다 인원도 많고 원정에도 참여해주니, 힘이 난다.” 라고 말했다. 다시 한번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A.S.U RED
21:30
후반 추가시간의 극적인 김병오 선수의 동점골로 경기는 비겼다. 승리할 수도 있었던 경기였지만, 이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선수들도 경기가 끝난후 서포터즈에게 달려가 감사의 인사를 표시하였다. 한창규 서포터는 “경기내용을 압도하였는데 비겨서 아쉽다. 하지만 다시 한번 FC안양의 극적인 경기를 직접 보게 되어 기쁘다. 장거리 버스의 피로감도 오늘과 같은 극적인 경기를 보면 잊혀진다.” 라고 말했다.
22:00
안양행 버스에 탈 시간 이다. 피곤 할 법도 한데,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스포츠 뉴스로 오늘 경기 요약본과 기사를 찾아보고 경기 주요장면을 시청한다. 정말로 열정을 막을 수 가 없다. 도대체 이렇게 먼 거리임에도 원정경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한 서포터즈는 다음과 같이 설명 했다. “비록 홈경기보다는 거리도 멀고 시간도 많이 뺏기지만, 더욱더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며 무엇보다도 한 팀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친해질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라고 설명했다.
00:47
안양종합운동장에 도착을 한 시간은 00:47분. 이미 달력의 날짜는 월요일이 되어버렸다. 출근을 할 직장인도 있을 것이며, 등교를 해야 하는 학생도 있었다. 피곤할 법한데도 웃음을 잃지 않고 다음 홈경기가 있는 그날까지 아쉬움의 작별인사를 한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홈경기가 내일이었으면 좋겠다.” “다음 원정 하루빨리 가고 싶다”. 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들의 열정은 정말로 최고다.
김준성 회장은 ASU RED 서포터즈를 대표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록 2부 리그에 있는 저희 팀이지만, 많은 아픔을 겪고 재창단한 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먼 거리일 지라도 FC안양이 가는 곳 어디든 저희 ASU RED가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의 꿈인 1부 리그 진입과 함께 과거 안양 축구열기가 부활하는 그날까지 축구 1번가 FC안양의 ASU RED는 소리 높여 외치겠습니다!” 그는 YOU GO, WE GO (FC 안양이 어디에 있던지 우리 RED 서포터즈가 함께할 것이다) 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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