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문수(경희대학교 연구교수)
뇌 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에서는 학생들의 동기를 높이기 위해 교사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제공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이상헌 역, 2009). 특히, 체육교육에서 학생의 동기와 긍정적 정서의 유발이 학습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지향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의 제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신경심리학자인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가 발견한 거울뉴런에서도 정서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엄마는 아이가 아프면 같이 아파한다. 수년 전 모 방송사에서 방영하였던 ‘다모’라는 미니시리즈에서도 유명한 대사가 있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인간은 어째서 이런 행동과 말을 할 수 있을까? TV에서 아이돌 그룹이 멋진 춤을 춘다. 나도 그 춤을 따라 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동작을 눈으로 슬쩍 한 번 보고 난 뒤 어느 정도 따라할 수 있다. 타인이 느끼는 것을 마치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한다. <김경일/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이야기 중에서>
학습자의 정서는 생성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특성이 강하다. 때로는 긍정적이고 때로는 부정적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들이 체육수업에서 긍정적인 정서를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교사는 역할모델이 된다. 교사들이 어떠한 움직임과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학습자들은 그대로 따라하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본 필자는 그동안 스포츠심리학 분야에서 제안한 5가지 성취동기 이론(자기효능감, 성취목표, 기대-가치, 자기결정성, 능력의 자기이론)과 성취정서 이론의 주요개념들이 학교 체육교육의 상황에서 적용된 연구결과에 대하여 스포츠교육학적 측면에서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였다.
학생의 성취동기를 높이자
동기는 움직임인 동시에 Approach이다. 학생들이 무엇인가에 접근할 수 있는 매력을 제공한다면 학습의 성취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체육수업에서도 학생들이 접근하여 몰입할 수 있는 지속적인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면 참여와 성취는 크게 나타날 것이다. 다만, 많은 연구에서도 제안하고 있듯이 교사의 중재가 많은 활동보다는 학습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높은 학습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이다.
그동안 스포츠심리학 분야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의 학생의 성취동기와 관련하여 각각의 개념과 결정 요인 및 결과의 가치를 토대로 학생의 성취동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 요소들을 새롭게 밝히기도 하고, 과거의 선행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결과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현장에서 교사들이 체육수업에서 학생의 성취동기를 가져오는 것이 수업의 효율성과 학습의 성취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필자는 성취동기의 결과를 토대로 학교체육에서 학생들이 그들의 학습을 성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학생들에게 다섯 가지 이론 중 어떤 것들을 적용하든지 간에 교사의 간섭을 배제하고, 학생들이 자율성을 높여서 성취동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들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교사나 주변 사람들의 간섭이 있을 때, 학생들의 동기는 일시적으로 높아졌다가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로 하여금 동기를 높이고, 지속성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자율성을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교수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최근 체육교육에서 창의성과 인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동기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산출과 신체활동에 대한 참여의 몰입성을 키워주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제공할 수 있다.
교사들은 체육을 어떠한 학습 환경에서 가르칠 수 있는지를 고민하여 학습자의 참여를 높이는 부분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과거 쥐 실험에서도 풍요로운(자유로운) 환경에서 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였을 때와 제한적인 조건(실험자의 의도에 따른 환경의 설정)을 마련하였을 때, 실험에 참여한 쥐들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졌을 때, 더 많이 움직이고 활동성이 활발함을 드러냈다. 여기서 풍요로운 학습 환경이란 영양가 있는 식사, 각종 감각기관의 자극, 스트레스 없는 상황, 새로운 도전 제공, 자율성과 선택권,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의 움직임이 제공되는 활동을 의미한다.
학생의 성취정서를 높이자
학생들이 체육수업에서 성취했을 때 느끼는 긍정적 정서는 수업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유발하는 중요한 귀인으로 작용한다(고문수, 2012). 특히,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개인의 믿음인 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은 긍정적 정서가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사들은 인지적 각성 요소로서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수업 방법과 절차를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스포츠 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대한 시사점을 체육수업 활동에서 적용한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동시에 수업 활동에도 적극성을 보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체육수업에서 간과된 부분이 학생의 정서의 이해에 관심이 집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성취정서의 선행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과제활동의 유인가가 긍정적이고 지각된 통제 수준이 높을 때 학생들이 과제 수행에 더 즐거움을 경험한다는 것은 스포츠교육학적인 측면에서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다만, 체육교육에서도 단순히 직접적인 체험활동만의 신체활동보다는 간접적인 신체활동이 포함된 내용을 통해 학습자들이 과제활동에 유인가가 될 수 있는 접근성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신체활동을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운동하는 것과 똑같은 활동을 하게 된다. 월드컵 축구게임에서 슈팅한 선수가 아쉬운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면 관중들도 똑같이 머리를 감싸면서 아쉬운 표정을 짓는 것이 바로 신체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의 현상도 거울뉴런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어려서부터 노출이 된 내용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체육수업에서의 교사의 부적절한 행동은 추후 학생들의 미래에 거울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동일한 연령의 학생들이라도 각기 성향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학습자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체육수업을 지향해야 한다.
학교체육에서 학생들의 동기와 정서는 수업활동의 참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학습자들이 동기가 형성되면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제가 된다. 물론 동기는 개인 내적 동기와 외적인 동기가 상호작용할 때, 그 참여의 지속성과 몰입성은 훨씬 높게 나타날 수 있다. 학생의 정서부분도 동기와 마찬가지로 수업에 대한 참여와 지속성을 유인할 수 있다. 학생들이 경험하는 긍정적인 성취정서는 개인의 행동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과 수행 및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생들이 체육수업에서 성취 정서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우리 학교 사회 속에서 심각성을 불러일으키는 이슈 중의 하나는 학교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노출된 부정적, 폭력적 내용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하는 것으로부터 만들어지게 된다.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앨버트 반두라가 실험한 보보 인형 실험(bobo doll experiment)은 대리적 관찰 학습의 효과를 명확히 보여준다. 즉 관찰 대상자의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를 관찰함으로써 자신의 다음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육수업 상황에서 교사는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이의 결과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체육수업은 동기와 정서의 고양 유무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성취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다섯 가지의 성취동기 이론과 성취 정서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스포츠교육학적 상황에서 바르게 적용된다면 체육교육의 가치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다만, 추후 연구에서는 성취동기와 정서에 대한 일반적인 경향성을 파악하는 양적 접근이외에도 연구 내용에 질적 접근을 포함하여 학생들이 느끼는 성취동기와 정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수업에서 무엇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측면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는 구체적인 물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고문수(2012). 초등체육수업론. 파주: 교육과학사.
이상헌 역(2009). 운동화 신은 뇌. 서울: 북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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