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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학생선수에게 여가시간을!

 

 

글 / 임성철(원종고등학교 교사)

 

           현재 전국사격대회 참가 회수가 연간 3회 이하로 제한이 되어있으나 예외 조항이 너무 많아서 이러한 제도는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국제경기대회, 전국체육대회, 국가대표선발대회, 방학 중에 참가하는 대회는 참가 제한을 받지 않는다. 현재의 전국대회 참가 횟수 제한은 ‘껍데기뿐인 참가 횟수 제한제도’, ‘눈 가리고 아옹식의 참가 횟수 제한제도’에 불과하다. 3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대부분의 전국사격대회가 국가대표선발대회이기 때문에 사격부 학생선수들은 거의 매달 전국대회에 아무런 제한이 없이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회에 한번이라도 더 출전해서 실적을 내어야만 대학에 체육특기자로 갈 수 있는 상황이라 대다수의 운동부 지도자들이 학생선수들에게 최대한 전국대회 참가 기회를 주고자 애쓰고 있다(임성철, 2012).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선수들은 1년에 8-9회의 지역대회 및 전국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대회는 화성, 임실, 나주, 대구, 창원 등의 장소에서 열린다. 한번 대회에 가면 보통 4-5일을 그 대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숙박을 하면서 머물러 있어야 한다. 대회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면 원종고 사격부 학생선수들은 밀렸던 공부를 해야 한다. 원종고 학생선수 학습도우미들은 학생선수들이 사격대회 참여로 참여하지 수업내용을 설명해주고 수행평가 준비를 도와주는 방법으로 학생선수들에게 학업적인 면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필자는 체육교사로 11년째 근무하는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축구부, 육상부, 검도부, 무용부, 사격부의 학생선수들을 지켜보았다. 원종고등학교에서는 2년 동안 사격부 감독을 하기도 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학생선수이든 그렇지 않은 학생선수이든 여가시간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학생선수는 ‘운동하는 기계’가 아니다. 운동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며 자신들만의 여가시간도 필요하다. 학생선수들에게 운동, 공부, 여가는 그들이 이 사회의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경험해야 할 중요한 활동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현실은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이 학생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운동만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시작되었으나 앞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 너무도 산적해있다. 여전히 많은 학생선수들이 여가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운동과 훈련에 집중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는 학생선수 관리와 학교운동부 운영에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이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처럼, 학생선수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권리도 반드시 보호해 주어야 한다.

 

필자는 운동부 감독을 하면서 원종고등학교 학생선수들에게 여가시간이 부족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서 그들에게 특별한 여행을 계획했고 그것을 필자가 감독을 하던 2011년 여름에 실행에 옮겼다.

학생선수들이 필자의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냈던 충북 영동

 

 

“나는 오늘 나주에서 있었던 전국사격대회를 마치고 아이들을 태우고 충북 영동으로 향했다. 영동에는 장인어른 댁이 있는데, 높은 산 중턱의 저수지 옆에 예쁜 집이 있고 자연이 살아있는 곳이다. 2010년에 충북 영동에 놀러 가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전국대회를 마치고 4명의 사격부 아이들을 영동으로 데려간 것이다. 영동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평생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를 너무도 가까이에서 보았다. 아이들도 그 무지개를 핸드폰으로 찍으며 감탄했다. 아이들은 영동으로 휴가를 가는 동안 행복으로 들떠 있었다. 영동에는 이미 나의 가족이 먼저 가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사격부 아이들은 영동에서의 2박 3일 간의 휴가를 나의 가족들과 함께 보내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영동에 도착하자마자, 계곡물에서 물놀이를 했다. 영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골에 온 것이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다음 날 저녁에는 아이들이 고대하던 바비큐파티를 원두막에서 했다. 아이들은 고기를 무척 좋아했다. 산위에서 계곡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바비큐파티를 마음껏 즐겼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밤하늘에는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세 아들과 사격부 아이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는 것을 본 장인어른께서 가로등을 꺼주셨다. 그러자 별은 더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돗자리를 깔고 땅바닥에 누워서 별을 보았다. 아주 가끔 휙 지나가는 별똥별을 보고 손바닥을 치면서 즐거워했다. 아이들은 가족에게 전화를 하면서 밤하늘에서 펼쳐지는 별들의 장관을 알려주기 바빴다.” 
(2011년 8월초 영동에서 2박 3일의 휴가를 학생선수와 함께 보내며)

 

바비큐파티를 준비하는 필자의 가족, 정원과 원두막

 

 

2박 3일간의 휴가를 함께 보내면서 필자는 학생선수들과 이전보다 훨씬 친해졌다. 그 기간에 아이들은 학생선수로 생활하면서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갖게 되었다. 학생선수들은 사격을 시작한 이후에 처음으로 여행을 해본다고 말했던 학생선수도 있었다. 필자는 그들이 학생선수로 살아온 세월 동안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짠해지는 것을 느꼈다. 필자의 장인어른께서 은퇴이후에 살고 계신 충북 영동에서의 2박 3일 꿀과 같은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코치는 전국에서 모인 중학생 유망주를 약 한 달 동안 지도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 학교 학생선수들에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필자는 4명의 사격부 학생선수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고 시골에서 휴가를 갈 수도 있었다.

 

 

물놀이하며 즐거워하는 학생선수들 

계곡에서 다슬기를 잡고 있는 학생선수들

 

 

필자의 둘째 아들과 함께 저수지를 배경을 찍은 사진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들, 학부모, 학생선수들 모두 사격대회에서의 입상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며 생활하고 있다. 전국대회의 입상실적이 대학이나 실업팀의 체육특기자로 진학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기에 모든 학교 운동부의 구성원들이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원종고 학생선수들은 대회의 입상을 위해서 평소에 방과 후에 교내에 있는 사격장에서 공기권총 사격훈련을 하고 방학에는 동계 및 하계집중훈련을 다니고 있고 1년에 8회 이상의 지역 및 전국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대회를 다녀와서는 밀린 학업을 보충하기 위해서 학생선수학습도우미학생들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를 한다.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학생선수들이 반복되는 훈련과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생활의 여유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선수를 지도하는 감독, 코치, 학부모들이 학생선수의 여가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필자는 충북 영동의 저수지 옆 시골집에서 발견했던 학생선수들의 행복한 표정과 밝은 웃음소리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학생선수들이 밤하늘을 별들을 보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필자의 귀에 생생하게 들린다.

 

 

“밤하늘에 이렇게 많은 별이 있을 줄을 상상도 못했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별을 본적이 처음이에요. 감독님! 저 별똥별을 봤어요! 너무 신기해요!”

 

 

 

참고문헌
경기도교육청(2011). 2011 학년도 학교체육 기본방향.
임성철(2012). 고교 운동부 감독의 공부하는 학생선수 만들기 실천과정. 박사학위 논문. 연세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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