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문영광 (스포츠둥지 기자)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배드민턴 스타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이용대. 그의 이름을 딴 '이용대 체육관'이 지난 12월 3일 개관식을 가졌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 대리 455번지 일원에 준공된 이용대체육관은 사업비 97억 원을 투자하여 총 연면적 3,840㎡,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국제규격 배드민턴 코트 9면, 국내규격 12면, 관람석 953석 뿐 아니라 안내실, 샤워실, 휴게실 등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로써 이용대는 자신의 이름을 딴 경기장을 가진 유명인 대열에 이름을 올림과 동시에 그 중 최연소(만 24세)라는 기록도 남겼다. 가칭 ‘김연아빙상장’이 계획대로 건립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김연아빙상장 건립 계획은 두 번이나 무위로 돌아간 상태다.
이용대가 자신의 이름을 딴 체육관 개관식 참석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 화순군청
양정모체육관부터 이용대체육관까지
스포츠 스타의 이름을 딴 경기장 중 시초라 할 수 있는 것은 1985년 지어진 부산의 ‘양정모체육관’이다. 정식 명칭은 ‘양정모금메달획득기념 종합실내훈련장’이지만 일명 양정모체육관으로 통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를 기념하고자 부산 사직종합운동장 내에 건립되었다.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기 시작하면서 1994년에 ‘김수녕양궁장’, 1995년에는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이 각각 충북 청주와 경북 예천에 건립되었다. 신궁으로 불린 김수녕과 세계선수권 5관왕을 두 차례나 기록한 김진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두 양궁장은 이후 많은 국내 선수들의 훈련 장소로 각광을 받았으며 수차례의 국내외 대회를 치러냈다.
2010년 2월에는 경기 고양시에서는 고양시청 소속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장미란의 이름을 딴 ‘장미란체육관’을 건립했다. 장미란체육관은 영상분석기와 국제규격의 역도 연습장, 공인 바벨 등을 갖춘 역도 전문 시설이다. 같은 해 7월 대구 동구청에서는 율하체육공원 축구장의 이름을 ‘박주영축구장’으로 명명했다.
이듬해인 2011년 4월에는 전북 익산에 ‘김동문 배드민턴체육관’이 지어졌다. 배드민턴장과 게이트볼장으로 이루어진 배산실내체육관 내 배드민턴장의 명칭에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유일하게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김동문의 이름을 붙였다. 같은 해 12월에는 박치기왕 김일의 고향인 고흥군에서 ‘김일기념체육관’을 건립했다.
선수 이름을 사용한 경기장, 그 효과는?
양정모체육관부터 이용대체육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기장들의 가장 확연한 공통점은 해당 지역 출신 선수의 이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고양시의 장미란체육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신 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지어졌다. 장미란은 강원도 원주 출신이지만 고양시청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았다.
이같이 훌륭한 스포츠 스타를 배출한 지자체들은 “이토록 훌륭한 인물이 우리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경기장을 건립하고 해당 선수의 이름을 붙여 자신들을 홍보한다. 위에 제시한 경기장 외에 구미 박정희체육관, 천안 유관순체육관, 대전 충무체육관, 아산 이순신체육관 등도 스포츠 스타는 아니지만 같은 맥락에서 실존 인물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자체들은 경기장에 사용된 선수이름의 인지도를 적극 활용해 각종 국내외 대회를 유치하거나 전지훈련장으로 홍보하여 선수단을 불러들인다. 이것은 별것 아닌 듯 보일 수도 있지만 상당한 효과를 가져 온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여름 전국규모 배드민턴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전남 화순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숙소를 구하지 못해 2시간 이상을 헤맨 적이 있다. 전국에서 몰려든 선수단과 그 가족들로 인해 일대 숙소가 꽉 차버린 것이다. 식당과 편의점 등도 북적인다. 대회 기간을 전후해 약 일주일 간 이들이 몰고 올 특수는 상당할 것이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현역 선수의 이름을 딴 경기장이 ‘과분하다’는 의견이 담긴 내용의 기사를 보았다. 동기부여가 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향후 시설 관리의 미흡과 외국에서는 이런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며 부정적인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일부에서는 유행같이 번지고 있는 ‘선수 이름을 사용한 경기장 짓기’를 경계한다. 하지만 몇 년 간 3~4곳의 경기장이 지어졌을 뿐이다. 결코 ‘유행처럼’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한 명의 스타 선수로 인해 해당 종목이 눈에 띄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필자는 오히려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좋다 생각한다. 비록 지자체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더욱 많은 경기장이 지어져 비인기종목의 시설 확충에 도움이 된다면 결코 낭비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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