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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Interview] 대한민국 여자핸드볼의 든든한 수호신 주희!

 

 

글 / 김성수 (스포츠둥지 기자)

 

 

주희 선수 ⓒ스포츠투데이

 

             “왜 저에요?” 필자가 주희에게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자신이 인터뷰 대상이 된 것이 믿기지 않는 듯 했다. 그렇다 골키퍼에게 스포트라이트는 자주 비쳐지지 않는다. 최후방에서 외로이 골문을 지키는 이들은 많은 방어를 해도 주목받기 어렵고 어쩌다 실수를 하게 되면 골로 이어지기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공격수는 많은 골을 넣게 되면 주목을 받게 된다. 눈앞에서 날아오는 빠른 슈팅을 막아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하는 핸드볼 골키퍼들. 어쩌면 핸드볼 골키퍼라는 자리는 인생의 불공평함을 대변하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골키퍼가 없으면 경기 자체가 진행될 수 없기에 그들은 자부심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 주희 역시 골키퍼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선수 중 하나였다. 런던올림픽, 아시아 여자선수권 등 여러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며, 대한민국 여자핸드볼을 대표하는 골키퍼로 성장한 주희. 지금부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육상선수, 핸드볼을 만나다. 

 주희는 처음부터 핸드볼 선수는 아니었다. 그가 처음으로 시작한 운동은 육상이었다고 한다. “원래는 육상선수였어요. 그래서 육상대회에 출전을 했는데, 당시 핸드볼부 감독님께서 제 모습을 보시고 스카우트 제의를 하셨죠. 그래서 핸드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선호되지 않는 포지션인 골키퍼. 주희 역시 처음부터 골키퍼를 하려고 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저도 골키퍼를 안하겠다고 했어요. 날아오는 공을 막는 것이 무서웠죠. 그래서 감독님께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감독님께선 ‘너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고 하셔서 결국 골키퍼를 계속하게 되었죠” 만약 당시에 주희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있었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골키퍼 주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핸드볼 골키퍼를 하며 기뻤던 점. 힘들었던 점.

 고충이 많은 자리인 핸드볼 골키퍼. 주희에게 핸드볼 골키퍼를 활동하며 기뻤던 점, 힘들었던 점을 질문해 보았다. “기뻤던 점이라면..... 골키퍼라는 위치에서 국가대표로 계속 뽑힌 것이 제일 기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도 되었고요. 힘들었던 점은 항상 제가 공을 막아야 하다 보니 온몸이 아프죠. 그런 것들 때문에 ‘또 막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말만 들어도 핸드볼 골키퍼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골키퍼의 고충에 대한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핸드볼 골키퍼의 세계

 예전에 핸드볼 경기에서 슛이 골키퍼의 얼굴을 맞고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핸드볼 골키퍼는 빠르게 날아오는 슈팅을 막아야 하는 게 심적인 부담감으로 자리 잡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희의 말을 빌려 핸드볼 골키퍼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골키퍼는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무릎과 팔꿈치에 아대를 착용하죠. 착용하지 않으면, 착지 과정에서 무릎에 멍이 들거나 팔을 뻗어 슈팅을 막을 때 부상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슈팅이 워낙 빠르다보니, 순간적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막아지는 경우가 많죠. 아무래도 막는 순간에는 생각보다 본능적인 부분이 강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힘든 게 있죠. 잠을 자다가 꿈을 꾸기도 해요. 한번은 꿈속에서도 막는 꿈을 꾸다가 옆에서 자고 있는 동료에게 발길질을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경기 전엔 항상 마인드컨트롤을 하죠. 다음날에 경기가 있으면 자기 전에 ‘어떻게 막을까?’ 에 대해 생각하고, 경기 전에도 항상 생각하죠. 그렇게 생각했던 것들이 경기 중에도 그대로 나오게 되면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스포트라이트? 제가 해야 할일이 우선이죠.

 이렇듯 남다른 고충을 갖고 있는 골키퍼.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대부분 골을 많이 넣는 선수의 몫이다. 득점을 하는 선수가 양지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다면, 골키퍼는 음지에서 팀의 승리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늘 음지에 있는 주희. 한번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포지션이 부럽지 않을까? “골키퍼는 뒤에서 묵묵히 막는 자리이다 보니, 가끔씩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죠. 하지만 제 자리는 골키퍼고, 골키퍼 역시 정말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유명해 지는 것보단 ‘내 자리에서 내 할 일부터 잘하자’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이 크게 부럽진 않아요” 골키퍼라는 자부심이 한껏 느껴지는 말이다.

 

 

 주희는 런던올림픽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올림픽사진 공동취재단

 

 

국제대회에서의 성과

 화제를 돌려 다른 질문을 해보았다. 주희는 런던올림픽 4강, 아시아 여자 핸드볼 선수권대회 우승 등을 경험하며 국제대회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특히 런던올림픽에서는 신들린듯한 방어로 대한민국의 4강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대한민국 여자핸드볼을 대표하는 골키퍼로 자리 잡아가는 주희. 그에게 올해 국제대회에 대한 소감을 물어봤다.

“일단은 선생님들에게 감사하죠. 저는 런던올림픽이 첫 국제대회였는데, 저를 믿고 처음부터 출전시켜주신것에 대해 정말 감사해요. 올림픽 나가기 전에 운동도 정말 많이 했고, 선생님들께서도 제가 긴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셨죠. 경기 나가기 전에도 분석 다하고, 실점 할 때마다 호통을 치셨는데 그런 것들이 제가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언니들과 동료들이 앞에서 수비를 잘 해준 것도 방어하는데 큰 힘이 되었고요.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도 런던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고 해주셨어요. 저를 포함해 류은희 선수, 권한나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많은 발전을 했다고 칭찬해 주셨죠. 아시아 선수권 같은 경우는 제가 가기 전에 몸이 안 좋아서 운동을 많이 못했죠. 하지만 임영철 감독님께서 저를 믿어주셨고, 단합도 잘 되어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들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한 보람이 우승으로 온 것 같네요. 중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전반전에 스코어를 뒤졌던 게 잠깐 고비였지만, 이번 대회에선 대체적으로 잘 풀렸던 같아요.”

실제 대표팀은 이번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대만을 40-7, 인도네시아를 63-3으로 꺾는 등 7전 전승으로 우승했고 평균 득점 40.1골, 평균 실점 16.1골을 기록하며 아시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마지막으로 핸드볼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주희가 메시지를 남겼다. “핸드볼도 보면 되게 재미있는 종목입니다. 팬 여러분들도 핸드볼 경기때 마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네요. 한번 빠지면 정말 재미있는 종목이 핸드볼인 만큼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핸드볼 인기가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골키퍼는 고독하다. 하지만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수호신’ 이라는 별명은 골키퍼에게만 허락된다.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엔 주희라는 든든한 수호신이 있기에 아시아 최강 자리는 굳건해 보인다. 앞으로도 주희의 활약으로 대한민국의 최강 자리가 지켜지길 바라며, 오늘도 음지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는 골키퍼들을 응원한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