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성수 (스포츠둥지 기자)
라이벌(rival). 사전적 의미로 같은 분야에서 일하거나 같은 목적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는 상대를 뜻한다. 스포츠에서도 라이벌은 존재한다. 경쟁이 필요한 스포츠의 특성상 라이벌이 생기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는 것도 단순히 비슷한 실력으로만 형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 탓에 라이벌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럼 이제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두 대상이 왜 라이벌이 되었는지 알아보자.
1. 보스턴 레드삭스vs뉴욕 양키스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들. 이 사진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들의 라이벌 관계가 어떤지 증명된다. ⓒ보스턴 레드삭스 페이스북 ⓒ뉴욕 양키스 페이스북
메이저리그 최고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두 팀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해 있으며 늘 치열하게 1,2위 다툼을 하고 있다. 실제 이들은 라이벌다운 꽤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예전 필자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보스턴에서 공부하던 시절 양키스 모자를 쓰고 거리를 다니다가 한 할아버지에게 당장 모자를 벗으라고 호통을 듣기도 했다. 이렇듯 팽팽한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양 팀 이지만 초창기 이들은 라이벌이라고 불리기 어려웠다. 아메리칸리그가 창단된 1882년부터 20년 동안 보스턴은 총 5회의 우승을 달성하며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기록했지만, 양키스는 단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1920년 양 팀의 역사를 바꾸고, 두 팀 간 라이벌 의식에 도화선이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보스턴 레드삭스 최고의 선수이자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아있는 베이브 루스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것이다. 루스의 합류로 양키스는 승승장구 했고 1923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루스가 은퇴한 1935년 까지 총 4회의 우승을 기록했다. 루스 역시 통산 714개의 홈런을 날리며,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1위에 올랐다. (현재는 3위 기록 1위는 배리본즈의 762개)
반면 보스턴은 이후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그들은 막강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늘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진 것이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뉴욕 양키스와 함께 늘 1위를 다투고, 한 팀은 지구 1위로 다른 한 팀은 와일드 카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양 팀 이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건 뉴욕 양키스였고, 보스턴은 늘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1918년 우승 이후 2000년대 들어서기 까지 보스턴이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하자, 이를 두고 밤비노(베이브 루스의 애칭)의 저주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보스턴이 드디어 그 저주를 깰 기회를 잡는다. 당시 보스턴 팬들은 베이브 루스가 연못에 빠트린 피아노를 다시 연주한다면 저주가 풀릴 것이라 믿고, 연못에서 피아노를 인양하는 등 강한 열망을 보여줬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만난 양키스와 보스턴은 초반 3경기를 양키스가 쓸어담으며, 또다시 역사가 반복되는 듯 했지만, 보스턴은 4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이후 거짓말처럼 4연승을 내달리며 양키스를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월드시리즈 에서도 세인트루이스를 4전 전승으로 물리친 보스턴은 결국 86년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3연승 뒤 4연패라는 믿을 수 없는 패배를 기록한 양키스는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보스턴과 양키스는 늘 치열한 경기를 펼쳤지만, 올해엔 재미가 다소 반감되었다는 의견이 있다. 그 이유는 보스턴은 올해 지구 최하위를 기록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시즌 부활을 위해, 선수단을 개편하고 있는 보스턴인 만큼, 예전 전력을 회복한다면, 보스턴과 양키스의 라이벌전은 예전의 재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레알 마드리드vs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장면 ⓒ바르셀로나 페이스북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관계는 스페인을 넘어 전세계적으로도 알려진 관계이다. 이들의 경기는 엘클라시코(고전) 라고 불리며, 경기가 열릴 때마다 많은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들이 라이벌이 된 이유는 스페인의 빅2라 할 정도로 강력한 스쿼드를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스페인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 내전에서 승리해 집권에 성공한 프랑코는 레알 마드리드의 열렬한 지지자였고, 독재자 답게 다른 지방의 팀들을 탄압했다. 레알 마드리드엔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대신 FC바르셀로나에는 영국식인 FC를 버리고 스페인식인 CF로 강제로 바꾸었고, 바르셀로나가 속해 있는 카탈루냐 지방의 국기를 흔들지 못하게 하는 등 탄압을 일삼았다. 그 결과 레알 마드리드가 1950년대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페렌치 푸스카스 등을 앞세워 유러피언컵(유럽 챔피언스리그 전신)을 5연패 하는 동안 바르셀로나는 그 시기에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1970년대 프랑코가 암살당하고 바르셀로나 역시 예전의 이름인 FC를 되찾으면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그 중심엔 네덜란드에서 날아온 요한 크루이프가 있었다. 1973년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요한 크루이프는 그 해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에서 그들을 5-0으로 이끄는데 일조한 모습은 바르셀로나 팬들을 열광시켰다. 또 그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입단 제의를 동시에 받았지만, ‘독재자의 지원을 받는 레알 마드리드에선 뛸 수 없다’는 말로 바르셀로나를 선택하며 라이벌 관계를 한층 더 격렬하게 만들기도 했다. 1980년대 레알 마드리드는 우고 산체스, 에밀리오 부트라게뇨 등을 앞세워 리그 5연패를 달성하지만 바르셀로나는 크루이프를 감독에 선임했고, 크루이프는 이후 레알 마드리드의 5연패를 저지하고 바르셀로나를 리그 4연패, 유러피언컵 우승 1회를 이끌며 자존심을 되찾기도 했다. 이래저래 라이벌 관계에 연관이 많은 크루이프다.
치열한 라이벌 관계인 만큼, 선수 이동 역시 민감하다. 루이스 엔리케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5년간 활동한 뒤 바르셀로나로 이적했고, 바르셀로나에선, 바르셀로나를 찬양하고, 골을 넣을때마다 바르셀로나 엠블럼의 키스를 하는 세리머니를 보여 레알 마드리드 팬들을 분노케 했으며, 2002년 레알 마드리드 100주년 기념 행사엔 초청장을 받고도 참석하지 않아 다시 레알 마드리드 팬들을 섭섭하게 하기도 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인 루이스 피구는 바르셀로나 최고의 스타였지만, 2000년 세계 최고의 몸값을 받고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이에 큰 배신감을 느낀 바르셀로나 팬들은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누 캄프에서 경기를 치를 때, 돼지 머리 등 여러 오물 등을 투척해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소속되며 라이벌 관계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이 두 선수는 최근 3년간 득점왕을 나눠가졌고, 올해도 치열한 득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마저 비슷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두 선수의 맞대결도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비록 스페인 리그가 이들의 라이벌 관계 외엔 다른 이슈거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어 고민중이지만,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여전히 전세계 축구팬들을 흥분시킬 요소임에 틀림없다.
3. LA 레이커스vs보스턴 셀틱스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경기장면 ⓒLA 레이커스 페이스북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는 NBA에서 최다 우승 1위(보스턴 17회),2위(LA 16회)를 달리고 있는 대표적 명문 구단이다. 비록 LA와 보스턴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이들은 과거 유명한 선수들을 보유하면서 NBA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두 팀의 경쟁이 정말 치열했던 해는 바로 1980년대. 당시 레이커스는 매직 존슨, 셀틱스는 래리 버드라는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고, 자연히 둘의 대결은 레이커스와 셀틱스의 라이벌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1979년부터 1989년 까지 NBA 파이널 기록을 보면 레이커스와 셀틱스의 이름은 빠진 적이 없다. 79~80시즌 신인이었던 매직존슨은 팀을 NBA 우승으로 이끌고 자신은 파이널 MVP에 오르자 다음 시즌엔 래리버드가 이끄는 보스턴이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다음 시즌엔 매직존슨에 레이커스가 다시한번 왕좌에 올랐고 이듬해에도 파이널이 진출하자, 와신상담한 래리버드는 83~84시즌 정규리그와 파이널 MVP를 석권하며 보스턴이 파이널에서 레이커스를 물리치는데 큰 공을 세웠다. 84~85 시즌에도 이 둘을 앞세운 레이커스와 보스턴의 맞대결은 치열했고 결국 두 팀이 다시 파이널에서 만났다. 우승은 레이커스가 했지만 보스턴은 래리 버드가 2년 연속으로 MVP를 수상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래리 버드의 활약은 끝나지 않았고 결국 다음해에 래리 버드가 또 다시 정규리그와 파이널 MVP를 석권하며 왕좌에 올랐다. 이번엔 레이커스가 반격했고, 매직 존슨이 래리 버드처럼 리그와 파이널 MVP를 석권하며 파이널에서 셀틱스를 누르고 다시 한번 자존심을 세우는 등 양 팀은 엎치락뒤치락하며 NBA 패권을 양분했다.
90년대엔 마이클조던을 앞세운 시카고 불스가 천하를 통일하고 2000년대 초반엔 레이커스가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를 중심으로 NBA를 지배하는 동안 보스턴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라이벌 관계가 약해지는 듯 했지만 2007년 보스턴이 거액을 들여 케빈 가넷, 레이 앨런 등을 영입했고 기존의 폴 피어스와 더불어 빅3라고 불리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거듭났다. 결국 이 강력한 멤버로 인해 보스턴은 파이널에서 레이커스를 물리치고, 옛 영광을 재현했다. 두 팀은 2009~2010 시즌 파이널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고,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레이커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에도 두 팀은 우승후보로 꼽혔다. 레이커스는 기존의 코비 브라이언트, 파우 가솔에 드와이트 하워드, 스티브 내쉬 등을 데려왔고 셀틱스 역시 레이 앨런이 떠났지만, 케빈 가넷, 폴 피어스 등이 건재하고, 주전으로 성장한 라존 론도가 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두 팀은 현재까지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저력이 있는 만큼 조금씩 경기력을 회복한다면, 치고 올라올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팀들이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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