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양팔이 없는 것은 다소 불편할 뿐, 운동 가르치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어요” -무에타이 지도자 이기섭

 

글 / 황혜진 (스포츠둥지 기자)

 

 

                  의식하고 보지 않으면 의수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정상적인 운동 코치 같았다.  하지만 양팔 의수를 내 보이자 비정상적인 몸상황이 곧 드러났다. 양팔 없는 무에타이 지도자 이기섭씨. 그는 무에타이 지도자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지도자이자 일본의 국제 격투기 대회 K-1에 진출한 임수정을 길러낸 스승으로 유명하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만났을 때, 그가 양 팔이 불편한 1급 지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그는 비장애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지난 시간동안 그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양팔 없는 무에타이 지도자 이기섭 ⓒ 황혜진

 

 

그는 처음부터 무에타이를 했던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에는 축구 선수를 꿈꿨었다. “중학교 때 까지는 육상과 축구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 체구가 왜소한 편이어서 지속적으로 축구를 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죠. 고등학교로 진학할 당시에 축구부에 뽑히지 않았어요. 그래서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건축 분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죠.” 비록 운동 선수로 대학에 입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꾸준히 운동을 해 왔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더 이상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사고로 두 팔을 잃게 된 것이다. “대학에 입학해서 1년 정도 학교를 다니다가 사고를 당했어요. 당시에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아르바이트로 중국 음식점에서 일을 했었어요. 추운 겨울날이었어요. 여느 때와 같이 일을 하다가 연기가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해서 굴뚝 교체를 해야 하는 시점이 와서 교체를 하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전기가 모자라면 변압기를 설치했었는데, 변압기 안쪽에 굴뚝이 있었어요. 그곳에 들어가서 작업을 하다가 감전 사고를 당했죠.”


양 팔에 의수를 착용하며 생활하고 있는 그는 “처음에는 수정이도 제가 팔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거의 1주일이 지나서야 알았죠. 수정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요. 먹고, 잡고... 못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겠죠?” 이기섭씨는 선수들을 지도할 때와, 일상생활에서 요령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지도할 때 아무래도 요령이 많이 생겼어요. 남들은 미트를 두 손으로 잡아주지만, 저는 한 손으로 잡거나 배로 잡아야 하죠. 요령이 한두 가지가 생긴 게 아니에요. 지금은 발가락을 이용해서 당구도 300이나 치는 걸요.” 그러나 이기섭씨는 아픈 몸으로 지도자 생활을 한 탓에 몸에 무리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양 쪽 보조기의 무게는 합치면 족히 2kg은 나가기 때문에 팔에 무리가 많다고 한다.

 

 

환하게 웃고 있는 이기섭씨 ⓒ 황혜진

 

 

그는 지도 방식에 대해서도 철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강조하는 덕목은 바로 열정이었다. “저는 제자들을 모두 친자식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최대한 투자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전지훈련을 갈 때에도 사비를 아껴서 보내주곤 했었어요. 이렇게 해서 결국 제자들이 잘되면 그게 지도자로서의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이처럼 이기섭씨는 열정적인 지도 방식으로 일본의 국제 격투기대회 K-1에 여성으로 최초 진출한 임수정 선수를 길러냈다. “수정이는 무엇보다 끈기가 대단했어요. 저는 옆에서 서포트를 해 주었을 뿐이죠. 결국 훈련을 견뎌내고 경기를 뛰는 건 본인이니까요. 실제로 수정이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아침이 돌아오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라고 말했을 만큼 훈련은 강도가 높았어요. 그런데도 수정이는 그걸 다 이겨냈죠. 정말 대단한 선수에요.”

 

이기섭 관장의 모습 ⓒ 황혜진

 

 

 마지막으로 그는 이 글을 볼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꿈과 희망의 메시지였다. 이기섭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단순히 그가 양팔 없는 지도자여서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라 꿈을 심어주는 사람이기에 특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항상 사람들에게 도전을 하라고 말해요.

뭐든 도전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저 자신도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