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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어느 한 운동선수의 삶과 그 의미(6)

 

 

글/ 김동현

 

 

      이 글은 “어느 한 운동선수의 삶과 그 의미”를 전제로 시작한 마지막 이야기이다. 이 글에서는 학생선수로서 살아온 그의 마지막 견해를 담고자 한다.  

 

 

 

 

이야기를 마치며.......
비록 운동선수였던 삶의 의미를 삼포세대에 버금가는 삼(삶)포 학생, 겉은 엘리트·속은 마이너리티, 차안대를 하고 달려온 10년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들로 표현하였지만, 나의 삶을 돌이켜볼 때 비단 부정적인 삶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각종 대회에서의 입상을 통한 기쁨(喜)을 만끽하기도 하였고, 열심히 준비하고 나간 시합에서 터무니없이 지고 나왔을 때는 분하고 순간 화가 치미는 감정(怒)을 느끼기도 하였으며,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향후 진로에 대하여 수없이 고민을 거듭하며 정신적인 고통(哀)을 느끼기도 하였다. 반면에 동기나 선·후배들과 함께 뒹굴고 부대끼며 살아온 시간은 유쾌한 추억(樂)으로 기억되어 있었다. 이렇듯 운동선수로 살아온 지난 10년간의 삶은 희로애락이라는 사자 성어를 빗대어 묘사할 수 있으며, 복잡다단한 관계를 지니는 네 가지의 감정은 상호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비록 어쭙잖은 끝을 맞이하긴 했지만, 운동선수로서의 삶은 나에게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고, 운동은 나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긍정적인 것이 되었든, 아님 부정적인 것이 되었든 간에 운동이라는 것은 나의 삶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편, 나는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깊은 상상에 빠지게 되었다. 만일 운동을 안했더라면 지금 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고등학교 때에만 운동을 그만 뒀다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만일 대학에 들어가서 운동을 하지 않고 미래의 삶을 위해 노력했더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나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치는 말 한마디가 있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그때로 되돌아가도 다시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선택하시겠습니까?”라고 물으면 난 단호히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운동을 시작하던 중학교 때가 아니라면 고등학교 때로, 아니면 대학에 입학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나의 삶을 다시 그리고 싶다. 보다 희망적인 삶으로.......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나는 중학교시절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인해 선택한 운동선수로서의 삶에 대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나와 같은 학생선수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들의 현실적인 미래보다도 이상적인 미래를 기대하며 운동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우연히 만났던 한 학생선수의 꿈도 내가 학창시절에 지니고 있던 꿈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 잘 지냈냐? 열심히 하네.
학생: 네, 오랜만에 오셨네요.
나: 그런데, 넌 운동이 좋아?
학생: 네.......
나: 넌 왜 운동을 했니?
학생: 좋은 대학교 가고 싶어서요.
나: 그럼 넌 꿈이 뭐야?
학생: 지금은 xx 대학교 들어가는 거예요. 그게 제 꿈이에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올림픽 나가서 1등하는 거요.

 

아마도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을 바라는 꿈은 여느 학생선수들이 지니는 공통적인 꿈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하여 이 시간에도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다른 일반학생들이 꿈꾸는 공무원, 의사, 변호사, 회사원 등과 같은 현실적인 직업이 아닌,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극히 이상적인 꿈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운동’이외에는 어떤 것도 꿈꾸지 않으며, 올림픽 금메달만 획득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운동만을 자신이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것은 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이, 운동선수로서의 삶에서 도태되고 나서야 자신의 미래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급기야 자신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하여 후회에 이르게 된다.

 

나: 야, 윤xx 아직 운동하고 있어?
친구: 아니, 그만두고 놀고 있다던데.
나: 운동 그렇게 잘해도 소용없네. 근데, 넌 요새 뭐하냐?
친구: 야 뭐하고 살아야 될지 모르겠다. 지금 시작하기에는 모든 게 다 늦은 것 같다. 공부하기에도 그렇고, 무슨 일을 하기에도 그렇고, 명문대 졸업장만 있으면 뭐해?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진짜 운동 안하고 공부했으면 지금 뭐라도 됐을 텐데.
나: 나도, 누가 나 대학 결정할 때, 한마디만 해줬더라도 내가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건데, 대학 졸업하고 뭐할 건지 한번이라도 물어봤더라면, 고민을 한번이라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는 안됐을 건데....... 왜 그땐 나한테 아무도 그런 말을 안 해줬을까? 왜 그땐 그런 생각을 못했지? 

 

그러한 그들에게 이제는 물어봐줄 필요가 있다. 자신이 운동을 통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운동을 그만뒀을 때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운동만을 독려할 것이 아니라, 올림픽금메달 외에 자신들이 살아갈 목표를 생각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100명의 아마추어 선수로부터 1명의 엘리트 선수가 배출된다.”는 쿠베르탱의 말처럼 현실적으로 운동선수로 성공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강신복, 2003). 하물며, 운동선수로 평생을 살아 갈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그들이 운동을 그만두고 난 뒤에 무언가를 해주려하기 보다는 그들이 운동을 하고 있을 때에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 알려주어야 한다. 운동을 그만두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가르쳐주어야 하고, 운동이외에 것을 통하여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학습권, 인권, 신체의 소중함을 포기하는 삼포(三抛)학생이 아니라, 세 가지 모두를 포함한다는 의미에서 삼포(三包)학생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부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학생선수들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운동선수들의 이야기가 비춰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 이 글은 <김동현(2012). 나에게 운동은 무엇이었나?: 운동선수로서의 삶과 그 의미에 관한 내러티브 탐구. 체육과학연구, 23(2), 343-359.>의 내용을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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