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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2012 KOVO 남자배구 신인 드래프트> 최고의 신인으로 꼴찌의 불명예를 씻는다.

 

 

 

글 / 황혜진 (스포츠둥지 기자) 

 

         프로스포츠는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이다. 이긴 팀이 우승의 영예와 돈을 모두 가져간다. 여기서 예외인 것이 있다. 신인 선수선발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우승팀이 최고의 선수를 가져갈 수 없다. 꼴찌팀이 최고의 선수를 지명한다. 이는 다음시즌 전력 평준화를 이뤄 프로스포츠의 경쟁을 적극 유도하려는 고도의 프로스포츠 마케팅 전략이다.


올해 프로배구의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예년과 다름없이 꼴찌팀이 신인 대어를 낚는 광경이 연출됐다. 지난 22일 강남구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2012-2013시즌 남자배구 신인 드래프트는 새 이삭줍기의 뜨거운 현장이었다.

 

 

지명받은 선수들의 모습 ⓒ 한국배구연맹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의 영예를 얻은 선수는 경희대 이강원 이었다. 1라운드에서 전체 1순위로 LIG 손해보험이 지명을 한 이강원은 199cm, 89kg의 라이트 공격수로 대학 무대에서도 큰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이다. 장신을 이용한 강한 공격력을 가진 그는 지난 달 아시아 배구 연맹 컵에서 대표 팀으로 활약한 바 있다.
 이번 신인배구 드래프트 전체 지원자는 30명이었다. 그중 25명의 선수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정규 라운드에서 선발된 선수는 단 14명, 나머지 11명은 수련 선수로 지명되었다. 이번 남자배구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 지명의 영예를 안은 이강원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1라운드 1순위로 만족하지 않겠다."  경희대학교 라이트 공격수 이강원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이강원(가운데) ⓒ 한국배구연맹

 

 

Q. 이번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되었다. 소감은?
A.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되어서 정말 영광이다. 감독님과 뽑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무엇보다 어머니께서 혼자 고생하시면서 뒷바라지를 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하다. 또, 항상 어느 팀에 가던지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1라운드 1순위가 되니 부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1순위 1라운드라는 것에 연연 하지 않을 것이다. 1라운드 1순위라도 해도 나중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것은 그날의 영광일 뿐이다. 2순위든 3순위든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훗날의 영광을 위해서 더 열심히 할 것이다.

 

Q. LIG로 가게 되었는데, 평소 LIG와 본인의 스타일이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A. LIG 이경석 감독님의 훈련 방식은 힘들고 엄격하다. 하지만 나도 학생 시절 때, 비슷하게 훈련을 해 와서 큰 어려움은 없다. 또, 감독님의 방식이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이해가 쉽고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Q.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어렸을 때부터 운동 신경이 좋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일주일 동안 운동을 해 보았는데, 감독님께서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너무 잘해주시더라. 그래서 배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운동을 시작하니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그만두려고 고민하던 중에 어머니께서, “강원아 여기서 이렇게 포기하면, 너는 나중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남자가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하지 않겠냐.” 라고 말씀하셨다. 마침 그 당시에 프로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선배님들이 스파이크하는 모습이나 어려운 볼을 받아내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 게다가 그 당시에 가정 형편이 어려웠는데, 내가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는 운동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시 먹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장/단점은?
A. 어려운 토스나 공격수가 처리하기 어려운 볼이 있어도 자신감 있게 경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술적인 것 역량 보다는 자신감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단점은 몸이 다소 뻣뻣해서 유연해졌으면 좋겠다. 또 기본기를 더욱 탄탄하게 해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Q. 배구를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A. 지금이다. 지금 1라운드 1순위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뽑혀 프로에 와서 어머니께 기쁨을 드릴 수 있기 때문에 제일 보람찬 순간 인 것 같다.

 

Q. 배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는지
A. 매 순간이 다 힘들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은 순간은 없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를 생각한다. 나는 어머니와 여동생과 살고 있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내가 배구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하는 이유도 어머니 때문이다. 힘들 때도 어머니를 보면 힘이 나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나에게 가장 큰 의미이자 이유이다.

 

Q. 드래프트가 끝난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A. 아무래도 신인이다 보니까 운동을 정말 많이 한다. 너무 힘들어서 가끔은 “공부 좀 할  껄...”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웃음).

 

Q. 중고등학교 시절은 어땠는지?
A. 걱정이 없는 선수였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서 무서울 게 없었다. 과감한 플레이를 하다 보니 포인트도 많이 얻었는데,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처럼 이렇게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Q. 경희대 주장이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A. 나는 초중고 내내 주장이었는데, 경희대 배구부 친구들은 특히 착하고 여리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실수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악당 역할을 자처했다.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했는데, 그럴 때 마다 동료들과 멀어지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조금 손해를 보고 희생을 해서라도 그 때 그렇게 엄하게 대한 것이 잘한 것 같다. 후배들도 “형이 왜 그때 저희에게 그렇게 무섭게 행동 했는지 알 것 같아요.”라고 말하더라. 정말 고마웠다.

 

Q. 배구 선수로서 목표는?
A. 다른 사람들이 날 봤을 때, “역시 이강원이다.”라고 말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또, 각 구단에서 욕심을 내는 선수가 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A. 항상 웃으면서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 이강원, LIG, 배구. 모두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2012-2013시즌 남자배구 신인선수 드래프트 결과>

 

1라운드
LIG손해보험 이강원(경희대,라이트)
러시앤캐시 박진우(경기대,센터)
KEPCO 양준식(인하대,세터,3학년)
현대캐피탈 송준호(홍익대,레프트,3학년)
대한항공 김은섭(인하대,센터)
삼성화재 박윤성(성균관대,라이트)

 

2라운드
삼성화재 고현성(홍익대,센터)
대한항공 공재학(인하대,레프트,3학년)
현대캐피탈 조근호(경기대,센터)
KEPCO 안요한(한양대,레프트)
LIG손해보험 황성근(홍익대 09년 졸업,센터)

 

3라운드
LIG손해보험 김강선(중부대,레프트)
현대캐피탈 임진석(경기대,세터)
삼성화재 윤동경(경희대,리베로)

 

수련선수
LIG손해보험 이수황(인하대,센터,3학년) 김민제(명지대,세터) 김진수(조선대,리베로)
러시앤캐시 김다빈(한양대,리베로) 유보영(경희대,세터) 오병관(한양대,세터)
KEPCO 이우주(조선대,레프트) 임형진(충남대,센터)
현대캐피탈 홍태희(성균관대,센터)
대한항공 공태현(성균관대,리베로) 권용석(홍익대,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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