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Interview] ‘그대에게 한국여자 핸드볼 10년을 건다’ -코리아 리그 챔피언전 MVP 류은희

 

 

 

 

글 / 김성수 (스포츠둥지 기자)

  

 

             

                  런던 올림픽 당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보여줬던 투혼을 기억하는가.

여자 핸드볼의 최종 순위는 4위였지만, 선수들의 부상이 많은 와중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남기기에 충분했으며 우생순 시즌2 라는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올림픽 종료 후 재개된 SK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선 평소보다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러한 핸드볼의 인기를 불러일으킨 주역 중 하나는 바로 인천시 체육회 소속의 류은희다.

 

 류은희는 런던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코리아리그에선 인천시 체육회를 2년 연속 정상으로 이끌며, 챔피언전 MVP를 차지했다. 게다가 아직 22세 밖에 되지 않은 젊은 선수기에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류은희 선수 ⓒ류은희 선수 제공

 

 

운동을 좋아한 소녀. 핸드볼에 입문하다.

 운동 선수들에게 그 운동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유를 물어보면,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오지만 대개는 그 운동이 좋아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류은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운동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리고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핸드볼부가 있었죠. 그래서 지원을 하게 된 것이, 핸드볼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어요.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 이었죠.”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팬에겐 다소 평범하게 느껴질 법한 답변이다. 하지만 이후 류은희가 핸드볼에서 보여준 모습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임을 보여준 류은희

 류은희는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2002년에 열렸던 제30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기 전국 중고핸드볼선수권 대회에서 팀을 1위로 이끈 류은희는 2005년엔 청소년대표에도 발탁되어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 U-17 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도 팀을 1위로 이끌었다. 그 덕에 류은희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국가대표에도 발탁되는 영광을 누린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팀에 발탁 되었죠. 그래서 태릉 선수촌에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당시의 기쁨은 핸드볼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남아있죠. 이후 베이징 올림픽에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아쉽게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죠. 지금 생각해도 그건 좀 아쉬워요” 하지만 류은희의 활약은 계속되었다. 2009년 중국에서 열린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 대회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류은희는 2010년엔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 대표팀 주장을 맡아 팀을 4강으로 이끌었고, 그해에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며 대표팀에서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 나갔다. 그리고 류은희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그 대회가 찾아왔다.

 

 

류은희는 런던올림픽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런던올림픽 홈페이지

 

 

런던올림픽.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류은희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대회는 런던올림픽이다. 류은희는 대표팀의 주전 라이트백으로 전 경기에 출전해 43골로 득점랭킹 3위에 올랐으며 어시스트도 20개나 기록했다. 대표팀은 불운한 조편성,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험난한 여정을 겪어야 했지만, 류은희의 분전으로 4강에 오를 수 있었다. 이러한 류은희에게 런던올림픽은 어떤 의미였을까? “런던올림픽은 저에게 첫 올림픽 무대였지만 생각보다 긴장은 안됐어요. 경기 때도 평소처럼 마음 편하게 경기했던 기억입니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김)온아 언니가 부상을 당했고, 올라갈수록 다른 언니들도 부상을 당하니까 그땐 긴장이 되더군요. 비록 4위를 기록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세대 교체도 잘 되었고,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거든요. 정말 돈 주고도 못살 경험이죠.”

 

 

임오경 감독님의 칭찬. 부응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필자는 임오경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 런던올림픽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선수를 꼽아 달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임오경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류은희를 꼽았다. 이에 대해 류은희의 생각을 물어봤다. “임오경 감독님께선 예전에 훈련장을 방문하셨을때도 저에게 ‘주목하고 있다’, ‘잘할거라고 믿는다’ 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사실은 좀 부담스럽기도 해요. 감독님의 기대 만큼 플레이하지 못할까봐요. 하지만 생각해주시고, 칭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부응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류은희는 올해 핸드볼코리아리그 내내 관심의 대상이었다. 사진은 챔피언결정전 이후 인터뷰 중인 류은희 모습 ⓒ김성수

 

 

2연패에 성공한 SK핸드볼 코리아리그

류은희의 소속팀인 인천시 체육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삼척시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류은희는 올해 챔피언전 MVP를 차지하며, 팀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잊지 못할 시즌을 보냈을 류은희에게 이번 시즌에 대한 소감을 물어봤다. “후반기 리그땐 좀 힘들었어요. 올림픽이 끝난 뒤 바로 리그가 시작되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하지만 올림픽으로 인해 팬들이 많이 생겨서 경기가 끝나고도 많이 즐거웠어요. 후반기 리그 마지막 경기인 원더풀 삼척에게 패해서 1위를 내주고 2위로 마감했는데 그땐 참 속상했죠. 평소에도 지는 걸 안좋아 하는데, 제가 또 그 경기에서 잘 못해서 속으로 엄청 이를 갈았죠. 결국 챔피언결정전에서 원더풀 삼척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죠. 특히 (김)온아 언니가 올림픽때 당한 부상 때문에 후반기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우승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난 아직 멀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류은희. 지금의 모습만 유지한다면, 앞으로 여자 핸드볼은 ‘류은희 천하’ 가 될 듯 하다. 그렇다면 류은희 본인은 자신의 현재 모습을 어떻게 평가할까?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해요 그 전에 비해 슈팅 감각이나 경기 운영면에서는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키가 크다보니 순발력과, 민첩성에선 부족하죠. 또 포지션 특성상 몸싸움이 많다보니 체격과 체력에서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제가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서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린 선수 답지 않은 자신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퍽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해외진출? 훗날 기회가 온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여자 핸드볼에선 임오경, 김차연 등이 해외 무대에서 뛰어본 적이 있다. 대부분 운동선수들이 한번쯤은 꿈꾸는 해외진출. 류은희 에게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은 당연히 저도 있어요. 어릴 때 부터 생각해 왔죠.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도 있지만, 해외 무대도 경험해 보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해요. 좀 더 경험과 기량이 쌓여야 겠죠. 시간이 지나면 기회가 올 듯 해요. 해외에서 뛰게 된다면, 독일이나 노르웨이 같은 핸드볼이 인기 있는 국가에서 뛰어 보고 싶군요.”

 

마지막으로 핸드볼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류은희가 메시지를 남겼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TV를 통해 핸드볼 경기를 보시는 것도 좋지만 핸드볼이 열리는 경기장에도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경기장에 오신다면, 최고의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2014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가 있는데, 그때마다 대표팀도 많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류은희는 향후 여자핸드볼의 10년을 책임질 재목이다. 선수 본인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류은희에게 거는 기대는 그 어느 선수보다 크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통할 재능을 가지고 있는 류은희. “전 세계가 너를 주목해!” 라는 소녀시대의 노래가사처럼, 전 세계가 류은희를 주목할 날이 올지 지켜보자.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