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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한 운동부 감독인 체육교사의 학교운동부 운영에 대한 변화과정(1)

 

  

글 / 임성철(원종고등학교 교사)

 

        필자는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고등학교에서 운동부 감독을 2년 동안 하다가 현재는 체육부 부장을 하고 있다. 다음의 글은 필자가 운동부 감독으로서 일하면서 학교운동부 운영에 대한 변화과정을 1인칭 화법으로 기술한 것이다.

 

전국체육대회 사격경기 모습

 

 

(1) 관리직 승진에 도움이 되는 점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운동부 감독직 수용 
  나는 2010년 A로 전입요청이 와서 오게 되었다. 2010년에 A로 근무지를 옮기는 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격부 감독으로 내정되었다. 사격부 감독직을 제의받았을 때, 나는 8년간의 교직생활 중에서 7년을 담임교사로 일을 했기에 새로운 업무라 두려움도 있었고 체육교사라면 한번은 꼭 경험해봐야 할 업무라는 가까운 체육교사들의 조언에 기대감도 갖고 있었다. 내가 알고 지내던 많은 선배 체육교사 출신 관리자들이 평교사로 근무할 때에 운동부를 지도했고 운동부를 지도하면서 전국체전에서 입상실적을 내서 승진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나는 A고에서 사격부를 지도하면 승진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사격부 감독직을 수용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승진 가산점에 대한 기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010년 초 당시 나는 교사 경력 8년 중에 7년을 담임업무를 했었기 때문에 사격부 감독이라는 새로운 업무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체육교사 운동부 감독은 자신이 맡고 있는 운동부의 학생선수가 전국체육대회와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월드컵 대회에서 1,2,3위(금, 은, 동)에 입상할 경우 입상실적에 따라 시·도 규모 연구대회 연구 실적으로 인정받는다(경기도교육청, 2011). 

 

 

<표 1> 운동부 지도교사의 연구가산점

해당 대회명

입상

연구가산점 등급

수상 대상

전국소년체육대회

전국체육대회

전국동계체육대회

1(금상)

1등급

당해 연도 지도교사

2011.03.01부터 적용

2(은상)

2등급

3(동상)

3등급

출처 : 경기도교육청 2011학년도 학교체육기본방향

 

 

운동부를 지도해서 전국대회에서 실적을 내어 연구가산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운동부에는 많은 체육교사들이 경쟁적으로 감독을 하고자 노력하지만, 전국대회에서 실적을 낼 가능성이 낮은 운동부에는 체육교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연구가산점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많은 운동부의 감독들은 학생선수 또는 해당 종목에 대한 열정으로 순수하게 운동부를 관리하고 있다. 나는 2년 동안 A고 사격부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연구가산점을 받지 못했다. A고 사격부는 전국 사격대회에서 2회 입상했으나 <표 1>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전국체육대회에 입상실적이 없기 때문에 가산점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체육교사 운동부 감독에게 있어서 학생선수는 어떤 존재인가? 학교 관리자로 승진하기 위해서 운동부 감독을 선호하는 체육교사가 많다. 나도 이러한 부류의 체육교사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체육교사들이 전국체전에서 실적을 낼 수 있는 팀을 선호한다. 전국체전과 국제대회에서의 실적은 체육교사가 관리자로 승진하는 데 있어서 매우 의미가 있는 승진 가산점을 제공한다. 마치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주인공 검투사가 주인의 부와 명예, 그리고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 목숨을 건 싸움을 하듯이, 나는 학생선수를 생각하면 로마시대의 검투사가 연상된다. 체육교사들은 전국체육대회나 전국소년체전에서 입상하는 운동부는 서로 감독이 되기 위해서 경쟁을 하고 전국체육대회나 전국소년체전 입상 실적이 저조한 운동부는 서로 그 운동부를 맡지 않으려고 경쟁한다. 입상 실적이 우수한 운동부 감독 자리를 차지한 체육교사 감독은 그러한 감독직 결정을 내린 학교의 교장에게 충성을 다하는 교사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누가 학생선수에게 가장 적합한 적임자인지를 고민하기 보다는 누가 그 운동부를 맡아서 승진점수를 받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현재 학교 운동부 감독과 관련된 나와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2) 학생선수의 훈련중심 생활에 대한 문제점 자각 

2010년 초 A고 사격부 학생선수들은 내가 이전 학교에서 만났던 학생선수들처럼 공부보다는 운동에 집중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학생선수들은 또래의 친구들이나 교사들과 어울려 생활하지 않고 학생선수들끼리의 독립적인 운동부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러한 학교 운동부의 운영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학생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시켜야 할 지 스스로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과거에 몇몇 동료 체육교사 운동부 감독들이 학생선수들의 대회 실적에만 모든 관심을 갖고서 실적이 우수한 학생선수는 존중하고 실적이 미흡한 학생선수들은 무시하는 모습을 비판하곤 했다. 나는 학생선수들의 실력에 따라서 학생선수들을 차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학생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학습권을 보호해줄 수 있을 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3) 학생선수가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
  2010년 가을에 3학년 학생선수들이 사격특기자로 진학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체육특기자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2010년 한 해 동안 3학년 학생선수들의 대학진학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지 않다가 현실을 자각하고 나서 나는 스스로 나의 무지함에 화가 났고 3학년 학생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가슴이 아팠다. 좀 더 일찍 대책을 준비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였다. 나는 사격코치로부터 고등학교 사격부 학생선수들 중에서 1/3도 대학에 체육특기자로 입학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운동만 강조해서 시켜왔던 사격코치를 원망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렇게 되면서 나는 2010년 늦가을에 3학년 학생선수들이 체육특기자가 아닌 일반학생의 신분으로 체대에 진학시키기 위해서 수시 면접 공부를 집중적으로 시켰다. 다행히 그 과정을 통해서 체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4) 감독의 역할에 대한 고민 : 체육교사 운동부 감독 VS 운동부 감독
  나는 승진점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기적인 욕심으로 사격부 감독을 시작하였다. 40세가 된 내가 관리자로 승진하기 위해서 학교 운동부 관리를 통해 승진 가산점을 받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학생선수들을 단지 나에게 승진점수를 제공해 줄 존재 정도로만 생각했다. 다시 말하면 학생선수들은 나에게 고대 로마시대에 주인의 부와 명예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검투사’였다. A고 사격부 학생선수들은 사격대회에 나가서 좋은 실적을 내어 학교관리자, 운동부 감독, 운동부 코치에게 가산점과 직업적 안정성을 제공해주는 운동선수이었다. 나는 A고 사격부 감독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체육교사라기보다는 ‘운동부 감독’에 가까운 상태이었다. 내가 과거에 승진에 매여서 운동부 학생선수들을 혹사시켰던 동료체육교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운동부 감독’이었다. 학생선수들의 교육적 성장에 큰 관심을 갖지 못했고 그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에서 학생선수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호하라는 내용을 학교 현장에 최대한 준수시켜야 한다는 정도의 소극적 생각으로 학교 운동부를 운영하였다. 


  그러나 나는 사격부 감독으로 일하면서 학생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게 되고 그 학생선수들이 학교생활에서 ‘주변인’, ‘검투사’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이전 학교에서 운동선수로 훈련중심으로 생활하다가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도 못하고 졸업식장에 나타나지도 않고 소리없이 사라져 갔던 고교 체육특기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때 소리없이 사라졌던 체육특기자들이 당시의 운동부 감독을 원망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점차 학교 운동부 감독인 나 자신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 여름에 3학년 학생선수들이 사격대회의 실적이 저조해서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직면하게 되었다. 나에게 이것은 충격적인 일로 다가왔고 이러한 상황을 미리 대처하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했다. 이 일을 계기로 고등학교에서 사격을 하는 학생선수들 중에서 30%도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는 현실을 파악하게 되었다. 학교 운동부 감독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이렇게 중요한 현실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단순한 ‘운동부 감독’이 아니라 학생선수들의 삶, 교육, 성장을 고민하는 ‘체육교사 운동부 감독’이 되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내가 이전에 근무하던 고등학교에서 함께 체육교사로 일했던 선배 교사는 늘 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 선배 체육선생님은 나에게 관리자 승진에 대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한 때는 나도 그분의 조언처럼 관리자를 준비하기 위해서 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을 메모해가며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다. 그 선배 체육선생님은 관리자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언을 자주 해주셨다. 첫째, 운동부를 관리해서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따라. 둘째, 벽지근무점수를 받아라. 셋째, 연구대회에 참가해서 입상을 하라. 넷째, 근무평가점수를 잘 받아라. 그리고 체육교사로 50대가 넘어서 일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말씀하시면서 하루라도 빨리 승진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하라고 조언해주셨다. 난 아직도 그 선배님의 조언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최근에 승진을 준비하는 것이 나에게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승진을 위한 교사의 삶이라는 것이 너무나 많은 것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길을 가는 것이 두려워서 그러한 결론에 도달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나는 체육교사 운동부 감독으로서 나의 승진을 위해서 학생선수를 도구화시키는 일은 절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학생선수를 도구화시키기에는 그들은 너무도 소중한 존재이다.” 

 

 

참고문헌
경기도교육청(2011). 2011 학년도 학교체육 기본방향.
임성철 (2012). 고교 운동부 감독의 공부하는 학생선수 만들기 실천과정. 박사학위 논문. 연세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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