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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고생 끝에 낙이 온다. Eric의 싱가폴체육회 생존기(3)

 

 

글 / 이철원 (싱가폴체육회 인턴)

 

 

1) 출근 첫 날, 동료 Han이 나에게 ‘한국 코칭 라이센스 시스템’에 대한 보고서를 요청했었다. 사실 많이 의아했었다. 한국과 교류도 하고 있었고, ‘구글링’이나 국내 웹사이트의 영문버전을 통해 자체적으로 정보 수집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알게 됐다. 왜 Han이 나에게 부탁했는지. 영어 검색으로 한국의 코칭 라이센스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일본에서 출장 온 Dr Kenko와의 미팅 중 부서장 Lynnette이 일본의 코칭 라이센스에 관한 영문 웹사이트와 자료를 보여주며 계속 질문을 한다. 그런데 Dr Kenko가 “일본의 관련 웹사이트에는 최신의 자료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기 때문에 나도 몰랐던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며 당황하기 시작한다.

 

 

 

 

2) 오늘 출근하자마자 또 Han이 나에게 “내년에 싱가폴에서 개최할 포럼에 초대할만한 한국의 스포츠과학 ’Top’ 전문가를 몇 명 추천해줘. 그분들의 백그라운드까지 한꺼번에 정리해서 간단하게 보고해줘”라고 부탁한다. 또 의아했다. 한국의 유명 연구원 들이나 교수님들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글로는 관련 연구원들의 전공과 연락처 정도를 찾을 수 있었고, 영문 검색으로는 연구원에 관련된 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재단 이충미 과장님께 조언을 구해서 박사님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퇴근하려는 Han에게 “한글이 아니면 정보를 찾아볼 수 없는 시스템이다”고 말하자 “그게 내가 너한테 부탁한 이유다. 이미 영어로 검색을 해봤었거든”이라며 “너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일들이 몇 가지 있다”고 말하고는 웃으며 퇴근했다.

 

기분이 묘했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하는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을 즐거워해야하는 것인지, ‘한국인이 아니면 아무도 정보를 찾아볼 수 없는 국내 시스템’에 창피해져야하는 것인지.

 

영어로 된 관련 정보가 많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과 일본, 싱가폴 등 아시아의 많은 나라의 많은 종목에서 외국인 코치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에게 각 국 스포츠의 고유한 정보를 전달하고 교육을 시키려면 당연히 만국 공통어인 영어로 된 자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체류하며 느낀 거지만 세계적인 스포츠강국으로 떠오르는 한국에서 이론적인 부분을 공부하고 싶어 하거나 우리의 현장 시스템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분명 많다. 그들이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고 싶어 할 때 Han처럼 포기해버린다면, 그건 과연 그들에게 손해일까, 아니면 우리에게 손해일까?

 

아직 영어가 서툰 내가 한국의 코칭 라이센스를 소개하는 5p분량 영문 자료를 만드는데 5일 걸렸다. 영어에 능통한 사람들이 만들었다면 더 금방 만들었을 것이라 믿는다.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