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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당신은 해외 인턴십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글 / 이철원 (싱가폴체육회 인턴)

 

        많은 스포츠 인재들이 해외 유명 스포츠단체에서 일하는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업무 후에 전 세계에서 몰려온 스포츠 인재들과 맥주 한 잔 나누는 것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싱가폴로 반년 간 인턴십을 간다고 하자 주변에서 내가 해외에 취업하게 됐다며 부러워했다. 해외인턴이 끝나면 곧바로 정직원이 되는 것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보면 현실은 절대 녹록치 않다.

 

 

 

 

나는 현재 싱가폴체육과학연구원 코칭개발부서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더불어 업무 후와 주말에는 싱가폴 쇼트트랙 대표팀과 스페셜올림픽 지적장애아동들에게 스케이트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부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싱가폴 코칭 라이센스인 NCAP 획득을 위한 코스를 무료로 밟고 있으며, 내년 1월에는 싱가폴체육학교 2주 파견과 석 달에 걸친 NSA(National Sports Association) 교육을 받기로 되어있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역시 해외 스포츠단체는 달라’라며 부러워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내가 발로 뛰고 담당자를 졸라서 얻어낸 것들이다. 싱가폴 빙상관련 일은 이미 지난해부터 개인적으로 접촉했던 일이며, 스페셜올림픽은 올 초에 직원채용에 도전했다가 떨어진 것이 인연이 되어 연결이 된 것이다. 또한 NCAP 자격증 역시 싱가폴 코칭론을 이해하고 싶어 부서장에게 NCAP을 수료하고 싶은 이유를 글로 작성해 제출하는 등 간곡히 부탁해 이루어진 일이다. 싱가폴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밥 먹는 시간도 없이 아등바등 뛰어다니는게 안쓰러워보였는지 부서에서 싱가폴체육학교 파견과 NSA 교육을 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국제인턴’이라는 다소 거창해 보이는 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치열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싱가폴체육회에선 보통 인턴을 현지 대학생으로 구성한다고 한다. 기간도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로 짧은 편이며 월급도 한국 인턴보다 훨씬 적게 준다고 한다. 인턴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따로 없을뿐더러, 직원의 절반 이상이 계약직인 싱가폴체육회에서 자기 업무시간을 투자해가며 인턴을 가르칠 사람은 없다보니 이 대학생들은 자리배정도 되지 않은 채 매일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 집에 간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선진국이지만 스포츠는 아직 국가경제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적나라한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강국 한국에서 온 엘리트 선수출신이자 스포츠기자출신이라는 이유로 이곳 직원들은 나를 다소 신기해하며 대접해주는 편이지만 ‘인턴’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엔 아직 역부족인 듯 하다. 매번 나를 ‘칼퇴근’시키는 부서장 Lynnette에게 “남아서 일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하자 “왜? 너가 남아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니. 친구들이랑 맥주도 한잔하고 싱가폴 관광도 좀 해”라고 말을 한다. 싱가폴에서 인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자 “한 마디로 학생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를 시켜주기 위해 공부를 시켜줘야 하는데 이건 온전히 그 부서에 달려있다”라며 “만약 그 부서 사람들이 무관심하다거나 바쁘면 인턴은 그냥 방치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직원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정말 ‘Trainee(훈련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인턴을 거쳐 정직원이 된 김지호 선배가 “인턴시절에 정말 복사만 원 없이 했다. 그들의 눈에 띄려고 자진해서 많은 일들을 시도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또한, 미국대학스포츠연맹 NCAA 최종 면접을 볼 당시 면접관이 나에게 “여기서 무엇을 배우고 싶니? 우리가 스포츠 강대국이니 가르쳐 줄게”라는 말을 내게 한 적이 있다. 해외 스포츠단체에서 인턴은 ‘예비 직원’이 아닌 ‘학생’인 것이다.

 

그럼 우리가 인턴에 그치지 않고 세계 스포츠무대의 중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영어’라고 대답하겠지만 내 생각엔 영어가 생존수단은 아닌 것 같다. 영어는 그저 수많은 기본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단적인 예로 싱가폴을 살펴보자. 영어가 첫 번째 언어인 싱가폴에선 모든 스포츠 인재들이 한국의 ‘토익 만점자’보다 영어를 잘하는데 굳이 외국인 고용에 따른 비싼 세금을 물어가며 비영어권 외국인을 채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학위를 언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싱가폴체육과학연구원 직원의 대다수가 석·박사 소지자로서 싱가폴과 영국, 호주를 비롯한 세계유명대학교를 졸업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영어점수나 학력이 아닌,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출한 능력(Outstanding Skills)’이라는 것이다. 비싼 외국인 고용보험비용을 물어가면서까지 채용하고 싶은 그런 사람 말이다.

 

지금 나에겐 5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 안에 나만의 장점을 어필하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좋은 경험’만 쌓고 돌아오느냐, 아니면 세계스포츠무대에서 한국인으로서 당당히 한 자리를 쟁취해내느냐는 오로지 자신의 노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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