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서우리 (스포츠둥지 기자)
한국 선수 중 최다안타 1위,
대회 올스타 팀 유일 선정, 호주전 2개의 3루타-2타점까지
고교야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장충고 송준석(3학년, 외야수)의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바로 ‘윤형배에게 홈런 친 타자’라는 사실이다. 올해 고교야구 최대 투수로 꼽히는 북일고의 윤형배는(3학년, 우완) 2012 시즌 피홈런 0개를 기록한 투수이다. 그 윤형배에게 청소년 대표팀 상비군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때려 낸 타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송준석이다. 고교리그에서 3할을 웃도는 타율에 6할이 넘는 장타율, 게다가 9개의 도루까지 겸비한 호타준족의 송준석은 얼마 전 막을 내린 제 25회 청소년야구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으로 이름을 알렸다.
5-6위전(한일전)에서의 송준석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공식 홈페이지
한국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내며 득점 찬스를 만든 그는 대회 폐막식에서 발표한 올스타 엔트리의 외야수 한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활약했던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2타점 3루타에 이어 또 한번의 3루타로 한 경기에서 3루타만 두 번을 기록하는 진풍경을 만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꾸준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여 넓은 수비범위로 든든한 외야수비도 선보였다.
‘2013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4라운드로 지명되어 10월 4일부터 삼성에 합류한다는 송준석은 합류 전까지 몸을 만들며 장충 고등학교에서 훈련 중에 있었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언제, 어떻게 야구를 시작하게 됐나. 어릴 때부터 야구 잘하는 선수였나.
초등학교 3학년 말에 처음 야구를 시작했어요. 그때는 솔직히 하기 싫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 권유로 시작했죠. 원래는 체력 단련을 위해 운동을 시키려는 목적이었어요. 아무 운동이나 시키려던 참에 하필 학교에 야구부가 있어서 한 거죠. 그런데 좀 하다 보니 잘되고 또 포기하긴 아쉽고 그래서 계속 하게 됐어요. 중학교 1,2학년 때는 실력도 없고 형들한테 힘도 밀려서 그만 둘까도 생각했었는데 3학년 되니 신기하게 또 잘 되더라고요.
중학교 1,2학년 때는 왜 그만두려고 했었나.
운동도 힘들었고 또 전국에 저보다 잘하는 애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차라리 지금 포기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야구하면서 제일 힘들었을 때에요. 물론 고등학교 때도 힘든 건 있었어요. 더 잘하는 선수들끼리 모였으니까. 그런데 그땐 이제 와서 포기하기엔 너무 늦었단 생각 때문에 끝까지 할 수 있었죠.
전국에 잘하는 선수가 많아 그만두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그럼 본인이 국가대표 선수가 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나.
솔직히 힘들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꿈은 항상 꾸고 있었어요. 제 위에 대표팀을 했던 선배들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죠.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 인가.
고3 때 전국대회에서 준우승하고 상도 받고 했을 때 보람을 느꼈어요. 또 이번에 대표팀에 뽑혔을 때도 기뻤는데요. 그것보다 대표팀 되서 잘했을 때가 더 기뻤어요. 제일 기뻤던 순간 한 순간만 뽑으면 비록 5-6위 전이었지만 한일전에서 저희가 이겼을 때에요.
스포츠 둥지와의 인터뷰 중인 송준석 ©서우리
처음 상비군에 뽑히고 연습경기에서 홈런도 치면서 대표팀에 선발 됐을 때 심정이 어땠나.
명단 나오기 전에는 옆에서 너는 상비군 될 거라고 다들 그랬지만 저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고 있었어요. 근데 상비군에 들었고 연습경기를 했는데 그래도 고등학교에서 최고의 투수라는 형배한테 홈런 치고 나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한테 관심도 많이 쏠리고,’ 아 여기서 홈런을 쳤으니까 대표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대표팀 확정되고 나서 부모님도 축하해 주시고 여러 사람이 축하는 해주는데 한편으로는 가서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마냥 기뻐하진 못했어요. 그래도 자부심도 좀 생기고 평생 꼬리표처럼 청소년대표 출신이라는 말이 붙어 다닐 거라고 생각하니 그게 너무 기뻤어요.
대표팀 합류하면서 팀에서 이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다짐이 있었나.
다들 여러 학교에서 3,4번 치던 애들이고 잘하는 애들이니까 저는 상위타순 하위타순 상관없이 열심히 해서 무조건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어느 타순이든 경기에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강했죠. 이번 대회에서는 주로 7번 타자였는데 원래 학교에서는 3번 쳤거든요. 3번이 부담감이 더 크죠. 그런데 여기서는 7번 쳐도 다들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앞뒤로 있으니까 되게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시작은 좋지 않았다. 첫 경기에서 한승택의 3루타 때 홈에서 아웃 됐는데 그때 기분이 어땠나.
아 그때 홈에서 죽었죠. 심정은 딱 ‘게임 진짜 안 풀린다. 죽겠다.’ 였어요. 팀에서도 주루사가 계속 나오고 안 풀려도 진짜 안 풀린다 했는데 그냥 끝나고 나서 첫 경기라 긴장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넘겼어요. 제일 큰 거 같아요. 진짜 너무 긴장 했던 게 가장 컸어요. 근데 야구에서는 무조건 적극적으로 뛰고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다음 경기 부부터 긴장감 사라지고 나니 잘 뛸 수 있었어요.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경기는 호주전인가. 그 때 심정과 비결은 무엇이었나.
타격만 보면 호주전에서 가장 잘 쳤다고 생각해요. 결과까지 보고 가장 잘했다고 하고 싶은건 마지막 한일전이고요. 그 때 경기 끝나고 처음으로 많은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전국 대회나 큰 대회 때 개인인터뷰 한 번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날 할 수 있어서 기분 진짜 좋았어요. 아무래도 경기에서 소극적으로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덤빈 것이 좋은 결과를 냈던 것 같아요.
한국선수 중 최다안타 1위와 유일하게 올스타로 뽑혔는데 소감을 밝힌다면.
다른 선수들도 부러워하고 축하도 많이 받았는데 저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뭘 특별히 잘해서는 아니고… 타격은 많은 훈련 양 때문에 잘할 수 있었어요.. 장충고에서 운동할 때 보다 대표팀 합숙훈련 할 때가 훨씬 힘들었거든요. 훈련 양이 진짜 많았어요. 북일고가 운동 힘들기로 소문난 팀인 만큼 정말 훈련 많이 하더라고요. 물론 팀플레이 맞추고 하는 부분은 부족하긴 했는데 개인 연습양만 보면 진짜 많았거든요. 그리고 이정훈 감독님이랑 코치님들께서 타격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셔서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호주전에서 3루타를 치고 3루에 나가 있는 송준석 ©서우리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뛴 소감이 어떤가.
솔직히 명단만 나왔을 때까진 그냥 기쁘기만 했는데 현실로 다가오고 나니까 부담도 되고 책임감도 느껴졌어요. 그런데 뭔가 내가 나라를 대표하고 있구나 라는 그 느낌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냥 나 혼자 뛰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한 번 달아보고 나니까 자부심도 느끼고 또 한번 달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크게 느껴졌죠.
혹시 야구인생의 목표에도 변화가 생겼나.
네. 꼭 다시 태극기를 달아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꼭 달아서 이번에는 5,6위 결정전이 아닌 결승전에 뛰어서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이번 대회에서 저희가 5위를 했는데 우승팀인 미국이랑 준우승 캐나다 둘 다 저희가 크게 이긴 팀이거든요. 그게 너무 아쉬웠어요. 저희가 더 잘했는데 5위로 마감했다는 게. 다음 번엔 꼭 우승하고 싶어요. 이번 선수들끼리도 지금 멤버 그대로 다시 국가대표되서 만나자고 당차게 다짐을 했죠.
프로에 가면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일단은 삼성에 훌륭한 외야수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니까 가서 많이 배우고 싶어요. 몸도 더 키우고 해서 1군에 올라가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목표입니다. 아무래도 삼성이 우승팀이다 보니까 부담이 있긴 한데 가서 잘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임할 거에요.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나.
추신수 선수요. 추신수 선수도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인데 저도 그런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송준석에게 ‘야구란 OOO다’을 채운다면. 또 야구가 가진 매력을 꼽는다면.
(잠시 고민하다) 야구는 저의 인생이에요. 물론 제 인생의 전부이기도 하고 또 인생이랑 비슷하잖아요?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하듯이 야구도 9회까지 하다 보면 그런 흐름이 있어요. 항상 잘 풀리기만 하는 인생은 없잖아요. 야구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야구가 가진 매력은 이런 거죠. 타자는 3할만 쳐도 잘 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 열 번 중에 세 번 치는 안타가 어쩔 땐 역전을 만들고 또 승리를 만들고 할 때 그 짜릿한 기쁨이요. 언제 그게 터져 나올 지 모른다는 긴장감도. 드라마 같아요.
잘 치고 잘 달리고 잘 잡는 선수 그러나 누구보다 겸손한 선수
인터뷰를 마치며 혹시 별명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질문에 외모에 대한 별명과 성격에 대한 별명이 있다고 했다. 외모는 격투기 선수 추성훈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부끄러워했지만 성격에 대한 별명은 쉽게 얘기하려 하지 않았다. 망설이다 그가 답한 별명은 가수 리쌍이 부른 노래 ‘겸손은 힘들어’ 였다. 아무리 잘하고 좋은 상을 받아도 항상 겸손한 그에게 친구들이 “네가 그러면 우린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며 “겸손~ 겸손은 힘들어~ 겸손~” 이라는 노래로 놀린다는 것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가 보여 준 겸손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바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별명이었다. 겸손한 만큼 성공하고 교만한 만큼 실패한다는 말이 있다. 누구보다 자신을 낮추며 노력하는 그이기에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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