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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100년을 준비하는 싱가폴의 스포츠정책, 과연 그 결과는?

 

 

 

글 / 이철원 (스포츠둥지 기자)

 

 

 John Lyle교수와 SSI chief Bob Gambardella

 

 

지난 27일, 싱가폴체육과학연구원(이하 SSI) SPEX house에서 싱가폴체육회 산하 모든 가맹단체의 대표 코치들을 위한 ICCE(International Council for Coaching Education) John Lyle교수의 코칭론 개발과 의의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를 위해 일주일 내내 SSI 코칭부서와 매일같이 회의를 거듭했던 John Lyle교수는 이번 강의를 통해 이상적인 코칭방법과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사전 회의를 통해 SSI가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코칭 라이센스 시스템 개발에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이전까지 SSI가 사용하던 코칭 라이센스 시스템은 생활체육이 선진화된 캐나다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하지만, 싱가폴 국내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최근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돌입했고, 세계적 권위자인 영국의 John Lyle교수를 초빙하게 된 것이었다.

 

생활체육지도자자격증과 경기지도자 자격증이 분리된 한국과는 달리 싱가폴은 현재 하나로 통합된 코칭 라이센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어떻게 하면 삶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인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비전 2030’운동을 시작했다. 스포츠를 통해 국민들의 삶을 더욱 건강하게 하려면 좋은 코치를 육성하거나 초빙해야 하고, 그들의 자격을 검증하기 위해 SSI 코칭부서에서는 향후 20년을 책임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속한 SSI 코칭부서와 John Lyle교수, 일본 조정 국가대표 코치이자 조정연맹 연구원인 Dr.Kenko는 한자리에 모여 싱가폴의 코칭 라이센스의 문제점과 향후 비전에 대한 회의를 가졌었다.

 

이 자리에서 John Lyle교수는 다른 나라에선 크게 신경쓰지 않는 ‘Safe(선수들의 안전을 위한 코칭론)’항목을 강화하길 권장했다. 또한, 일본의 Dr.Kenko는 시스템의 개발에 앞서 우선은 좋은 코치를 해외에서 초빙해 싱가폴 자체 코치를 육성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발표를 했다.

 

부서장인 Lynnet이 한국 선수출신으로서의 생각을 묻길래 필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외국인 코치를 위한 싱가폴 코칭 라이센스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외국인 신분으로 싱가폴 쇼트트랙 팀과 스페셜올림픽 팀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느낀 것을 어필한 것이었다. 영어권이 아닌 곳에서 온 필자나 중국인 헤드코치 입장에서는 영어로 필기시험을 치고 코칭실습을 통해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 헤드코치 Sun은 영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에 직면해있다. 물론 아직까진 싱가폴 코칭 라이센스가 없더라도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지만 조만간 의무사항이 될 것이기 때문에 능력있는 외국인 코치를 초빙해올 때를 대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었다.

 

이에 외국인 코칭 라이센스를 담당하는 동료 Han이 “싱가폴에는 매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코치들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오는 코치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우리는 이것을 해결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NCAP Lv3을 따기까지 소요되는 3년은 외국인 코치들에게 너무나 긴 시간이기 때문에 커리어가 인정되는 외국인 코치에겐 6개월 정도의 특별단기 연수를 거쳐 국가대표 지도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다시 제안했다. 이 토론을 통해 코치가 반드시 Lv1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필요한 단계를 선택해서 이수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현재 싱가폴은 NCAP(National Coaching Accreditation Programme)라 불리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코칭을 할 수 있는 SB(Sports Buddy) - 지역 커뮤니티를 가르칠 수 있는 NCAP Lv1 – 스포츠 클럽을 가르칠 수 있는 NCAP Lv2 – 프로 선수나 국가대표를 지도할 수 있는 NCAP Lv3 – 아시아 지역 내 국제대회를 코치할 수 있는 MC(Master Coach) – 올림픽 같은 전 세계적인 시합에서 지도할 수 있는 SM(Senior Master) - 국가대표급 코치들에게 코칭지도를 할 수 있는 MCT(Master Coach Trainer) 등의 7단계로 나눠진 프로그램은 현재 NCAP Lv1 ~ 3까지만 운영되고 있다. 이 레벨 역시 아직은 개발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은 역시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코칭론 개발’이다. 또한,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John Lyle교수 말처럼 ‘Safe’파트와 응급조치(First Aid)파트를 강화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또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5년 싱가폴에서 개최되는 SEA게임(동북아시안게임)을 거쳐 2017년까지 싱가폴 내 모든 코치가 NCAP Lv3을 이수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회의가 끝난 후 부서장 Lynnet에게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내려면 엘리트 코치 부분을 따로 분리시켜서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Lynnet은 “우리의 목표는 ‘비전2030’이다”라며 “우리에겐 20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다. 우리의 목표는 향후 100년간 시스템을 수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라는 답변을 내게 줬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이룩하기 위해 움직이는 SSI의 행보를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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