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문영광 (스포츠둥지 기자)
지금은 ‘자출’시대! ‘바이크버스(Bike Bus)’로 안전하게!
최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로 인해 생긴 신조어가 ‘자출족’이다. 지난 5월 취업포털 커리어는 직장인 중 18.8%가 자출족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직장인 10명 중 2명은 자출족인 셈이다. 건강과 교통비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자출족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안전 문제도 커지고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의 규정 속도는 ‘시속 20Km’이지만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전거도로를 주행해 본 사람이라면 20Km라는 속도가 그다지 빠른 속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 급증하는 로드바이크는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30~40Km에 쉽게 도달한다. 이렇게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은 채 자전거 주행을 하다가 사고가 나게 되면 자칫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바이크버스(Bike Bus)가 대안이다!
바이크버스를 알고 있는가? 자출족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용어지만 대다수에게는 분명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바이크버스는 말 그대로 자전거(Bike)와 버스(Bus)의 합성어이다. 출근 경로와 시간이 비슷한 자출족들이 무리를 지어 정해진 노선과 시간에 맞춰 이동하는 것이다. 바이크버스는 자출족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인터넷 카페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약 4~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바이크버스는 노선버스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류장을 통과하면 원하는 곳에서 해당 노선 무리에 합류한다. 이 때, 바이크버스 맨 선두에서 이끄는 사람을 ‘차장’이라 하며 무리에 합류하는 것을 ‘탑승’, 탑승한 사람들을 ‘승객’이라 부른다. 버스와 똑같다.
탑승 완료! 힘차게 운행 중인 바이크버스 ⓒ 조용석 (자출사 카페)
바이크버스에 탑승하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바이크버스는 자전거도로 이외의 차로에서 자전거 한 대로 다니는 것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생겨났다. 무리를 지어 차로에서 자동차와 동등한 공간을 점유한 채 이동함으로써 자동차 운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어 안전성이 향상된다. 자신이 다니는 직장의 입구까지 자전거도로가 닿아있지 않는 이상 차로를 이용해야 하는 자출족. 이들에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대안이 바로 바이크버스인 것이다.
단지 안전하다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은 보기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고 혼자 타면 외롭기도 하다. 때문에 바이크버스의 일원으로 탑승해서 함께 출퇴근하면 심심하지 않고 즐겁게 출근할 수 있을뿐더러 자전거나 안전에 관한 정보 공유도 할 수 있다.
차로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바이크버스 ⓒ 조용석 (자출사 카페)
바이크버스는 현재 서울지역 7개 노선(중랑천바이크버스, 안양천바이크서스, 성동바이크버스, 강동바이크버스, 낙성대바이크버스, 역탄천바이크버스), 경인지역 6개 노선(김포바이크버스, 탄천바이크버스, 수원바이크버스, 안양바이크버스, 일산바이크버스 남부선, 인천바이크버스)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탑승객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대구경북지역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운행 중인 바이크버스 노선이 있다.
“안양 710버스”
현장감 있는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안양천에서 활발하게 운행 중인 안양 710버스의 탑승객 조용석씨(34, 경기도 시흥)와 인터뷰를 가졌다. 안양 710버스는 기점인 안양천 자출사공원에서 오전 7시 10분에 출발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용석씨는 매일 안양 710버스를 타고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직장까지 왕복 약 70Km를 출퇴근한다고 한다.
안양 710버스 노선도 ⓒ 언플럭 (자출사 카페)
Q. 자전거 출퇴근의 장점은 무엇이 있나?
A. 먼저 심신을 단련할 수 있다. 나는 원체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출 말고도 다른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직장인이라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약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자출을 시작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의 매일 자출을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자출을 하지 않는 날은 꽉 막힌 도로 위 차 안에서 또는 만원버스나 지하철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출근한다. 건강도 챙길 수 있지만 이런 러시아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자출의 큰 장점인 것 같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패턴으로 체중감량에도 큰 득이 되었다.
건강 뿐 아니라 교통비도 절감된다. 자가용이 있기는 하지만 주말 외에는 특별히 운행을 안 하다 보니 주유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평소 20~30만원씩 들던 주유비가 많이 절감되다. 계산해보면 1년 주유비절감액이 250~300만원은 되는 것 같다. 지하철요금이나 버스요금도 많이 절감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술자리를 좋아한다. 그런데 자출을 시작한 이후부터 안전 문제 때문에 술자리를 일부러 피하게 되었다. 약속을 잡더라도 비가 오는 날이나 자출하기 상황이 좋지 않은 날을 선택한다. 결과적으로 가정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Q. 자전거로 출근을 한 후 자전거 보관은 어디에 하나? 다른 사람들의 자전거 보관 여건은 어떠한가?
A. 사무실 내부에 보관한다. 다른 직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보관한다. 전용보관소가 있으면 참 좋겠지만 그런 환경이 마련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특별히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Q. 안양바이크버스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주행하나? 이 속도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가?
A. 나는 집을 나와서 710버스 출발지에 도착하기까지의 거리가 16Km 정도 되는데 혼자 탈 때는 조금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지만 버스에 합류한 이후부터는 25~30Km속도를 유지한다. 안양바이크버스 승객들이 단체로 이동할 때 인원이 8~10명 되는데 이렇게 무리를 지어 고속으로 달리게 된다면 만약에 발생되는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승객들 모두가 숙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단체 라이딩의 적정속도는 25Km~30Km라고 생각된다. 아마 이 속도는 자전거를 오래 타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Q. 바이크버스에 탑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시간 맞춰 나가서 탑승하면 되는지?
A. 특별한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원하면 탑승할 수 있다. 안양 710버스의 경우에는 매일 등록되는 자출사 까페 내 노선별 자출 후기에 댓글 정도 남겨준 후에 버스 시간에 맞춰 탑승하면 된다. 한 번 탑승을 하더라도 다음부터 의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혼자 출근하면 된다. 자유롭게 탑승하면 된다. 나는 바이크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혼자보다 안전한 것을 절실히 느꼈기에 일부러 꼭 탑승하고 있다.
많은 인원을 태우는 중랑천 620버스 노선도 ⓒ Cool J (자출사 카페)
바이크버스 탑승 전 안전수칙 먼저!
자전거도 엄연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수칙이 있다. 안전수칙을 숙지하지 않은 채 바이크버스에 탑승한다면 자신 뿐 아니라 함께 탑승한 타인의 안전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현재 50만 회원을 바라보고 있는 자출사 카페(http://cafe.naver.com/bikecity)에서는 자전거 이동 중 수신호와 안전수칙에 대한 동영상을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유포하고 숙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자동차의 정지등, 방향지시등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자전거 수신호를 서울에서 제주까지 표준화시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안전수칙은 지킬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다. 자동차 운전자 중에도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차선 변경을 함으로써 사고를 유발하는 일이 종종 있다. 자전거는 안전수칙을 숙지하고 않고 있으면 자동차보다 훨씬 위험한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탑승 전에 안전수칙이나 수신호, 고장 시 수리방법 등을 사전에 학습하여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안전한 라이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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