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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미국은 학생이 먼저, 한국은 선수가 먼저(2)

 

 

 

글 / 서우리 (스포츠둥지 기자)

 

 

       대한야구협회는 고교야구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지난 해부터 ‘고교야구 주말 리그제’를 시행했다. 과연 주말리그제는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학생 선수들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는 것일까?


이를 위해 올해 청룡기의 우승팀이기도 한 덕수고 야구부의 민동근 수석코치를 만나 한국 학생선수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민동근 코치는 덕수고에서 10년간 수석코치를 한 만큼 학생들의 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덕수고 야구부 민동근 수석코치 ©서우리

 

덕수고 야구부 학생들의 하루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정부 방침상 주말에만 리그를 진행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등교한 후에 전부 수업을 들으러 간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대회 때문에 수업을 빠지면 따로 야구부만 보충수업을 받는다. 요즘은 오후 2시 정도까지 수업을 받고 그 후엔 훈련을 한다. 훈련은 보통 11시~12시까지 받는다. 등교는 7시 30분까지 한다.

 

학생들은 12시가 넘어서 취침하고 또 아침 일찍 등교하나.
그렇다. 학생들이 너무 피곤해서 문제가 생긴다. 미국은 예전부터 클럽 스포츠화 되어있기 때문에 병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서야 시작한 것이다. 지금 고등학생들이 딱 과도기에 있어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이 학생들은 중학교 때 훈련한다고 제대로 수업조차 못 들었다. 이제 와서 교실에 앉혀 놓으면 공부가 되겠나. 기초가 없는데 무조건 수업 들으라고하면 학생들도 못 듣고 그저 잠만 자다가 나오기도 하고 그런다.

 

주말리그 시행으로 정규 수업시간을 채우게 되었나.
주말리그 하기 전에는 거의 수업을 많이 안 했다. 오전수업 정도만 하고 이후엔 훈련을 했다. 대회가 있을 때는 아침 조회만 하고 나와서 훈련을 받기도 했다.

 

주말리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되면  학생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다. 예전에는 평일에 경기하고 주말에 쉬었는데 지금은 쉬더라도 평일에 쉬어야 한다. 그러나 수업을 다 들어야 하니 쉴 수가 없다. 점점 지치는 것이다.

 

평일에 훈련시간을 줄일 수는 없나.
그렇게 되면 또 경기력이 저하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미국 애들처럼 공부해서 대학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량을 갖춰야 프로에 가고 아니면 대학이라도 갈 텐데 지금만큼 안 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직접 선수들을 만나 들어보지 않아도 이들의 고충을 느낄 수 있는 인터뷰였다. 수업에는 들어가지만 이후 약 10시간의 훈련을 받고 잠은 6시간도 채 못 자고 다시 등교를 한다. 게다가 초등학교 때 야구부에 들어가고 야구 특기자로 중학교에 진학한 후엔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학업에서 밀려나 있던 이들이 훈련에 지친 상태에서 일반학생들과 함께 듣는 수업은 평소 훈련 1000번을 받는 고됨과 맞먹을 듯 하다. 실제로 학교 선생님들 조차 야구부 학생들에게 수학이나 국어시간이더라도 그냥 영어단어나 외우라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선수들도 평소 수업시간엔 혼자만 이해하지 못해서 위화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약 10일간의 합숙훈련에 들어간 청소년 대표팀의 모습.

20명의 학생들은 대표팀 상비군 소집과정부터 합숙기간, 대회기간 동안 모두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서우리

 

 

그러나 선수들의 학업을 위해 주말리그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현재는 시행 초기인 만큼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를 보완하여 실질적으로 학생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고교뿐 아니라 중학교와 초등학교 선수들도 정규 수업시간을 모두 채우도록 제도를 확대하여 이들이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학업과 공부를 병행한다면 학생 선수들의 수업 적응에 대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학생 운동선수들에게 왜 학업이 필요하며 이들을 위해 학교와 부모가 어떠한 배려를 해주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100년이 넘었고, 한국 프로야구는 이제 막 30년을 넘겼다. 한국 프로야구 역시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중이지만 메이저리그와의 격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학생 운동선수들의 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시작이 늦었기 때문에 국내 학생 선수들이 미국의 선수들에 비해 더 힘든 환경에서 운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 차이를 당연하게만 여기고 인정한다면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야구계뿐 아니라 한국 스포츠의 장기적인 발전을 꾀한다면 적극적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내 ‘학생선수’들도 학생‘선수’가 아닌 ‘학생’선수가 될 수 있다. 

 

민동근 코치는 인터뷰에서 미국의 브랜트 단장과 똑같은 말을 남겼다. 바로 운동선수들에게 학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무조건 필요합니다. 주말리그는 비록 잘못된 점들이 많이 나타났지만 이런 것을 앞으로 수정해서라도 학생들의 학습권은 존중되어야 해요. 야구선수가 고등학교에서 프로에 가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나요? 10%도 안됩니다. 나중에 만약 야구가 제대로 안되면 지금 학생들은 아무것도 못해요. 그 이후 인생은 누가 보장하죠? 충분히 공부를 해 두어야 다른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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