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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강한 정신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

 
글 / 김경원(서원대학교 레저운동관리학과 교수)



스포츠는 지난날 사회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수단에서
현재는 각 나라의 문화적 힘이나 경제적 능력 또는 기술력을 경쟁하는 장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각국은 과학적 훈련을 통해 선수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훈련의 과학화는 대부분 스포츠의학, 생리학, 역학, 트레이닝론 등을 중심으로 선수의
신체적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
을 두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훈련을 통한 신체능력의 향상은 한계가 있으며,
한계치에 다가갈수록 훈련
효과는 크지 않다.

한번 생각해보자.

기술이나 체력, 전술 활용 능력 등에서 비슷한 선수들이 시합 시 어려운 상황이나
모든 것이 고갈된 시합의 막판 시점에서 승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특히, 경기력 차이가 극미한 톱클래스 선수들 간의 시합에서 이러한 질문은 더욱 중요하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스포츠 과학자나 현장지도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집중력 또는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이나 스트레스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같은
‘선수의 정신력’
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러한 것의 중요성을 한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과거 냉전시대 동안 탁월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동독은 꿈나무 선발과 육성에 엄청난 지원을 했다.
스포츠과학을 총동원한 꿈나무 선발 과정에 흥미로운 ‘비과학적’ 과정이 하나 포함되어 있었다.
즉, 전체 꿈나무를 모아 며칠 동안 비정상적일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면서 각 종목의 경험이
풍부한 우수 지도자들로 하여금 관찰하도록 했다.

관찰의 초점은 개별 꿈나무들이 가진 스포츠에 대한 욕망이었다.
동독은 스포츠과학 못지않게 중요한 ‘지도자들의 눈’을 통해 체력적으로 견디기 힘든
훈련 상황에서 ‘울면서도 훈련을 끝까지 따라붙는 독종’을 가려내고자 했다.
스포츠 경쟁 상황에서 신체적 조건 못지않게 성격적 특성으로서 심리적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러한 성격적 특성은 일면 타고난 것으로 톱클래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며

또한 시합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훈련과정에서 다듬어져야 한다.
선수가 시합 상황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심신,
즉 신체적 기능(physical functions)과 심리적 기능(mental function)이 하나의
통일체로 높은 수준에서 균형
을 이루어야 한다.


오늘날의 훈련 내용은 대체로 체력과 기술훈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박빙의 경기상황이나 승리에 대한 중압감 또는 예상치 못한 상대선수의
뛰어난 경기력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 시합 등과 같이 훈련에서 완벽하게 준비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며, 승리를 위해서는 이를 극복해야만 한다.
박빙의 승부 상황일 때 냉정하게 대처해야 하며, 예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집중력과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하며, 매우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는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대처 능력이 톱클래스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심리적 능력이며,
이는 훈련을 통해 배양될 수 있다.

선수의 심리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선수에게 직접 적용되는 심리훈련 프로그램은 실현 가능한 목표설정 능력, 집중력을 통해
승리 중압감을 이겨내는 능력,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긍정적인 사고 능력,
기술훈련에 도움이 되는 심상기술, 경쟁불안 조절 능력, 부상과 그에 따른 심리적 상태를
극복하는 능력, 회복을 위한 휴식 능력 등을 선수들이 배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선수가 톱클래스로 성장하는데 있어 심리적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대화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악착스러움이 없어”, “정신력이 약해”,
“훈련에서는 펄펄 나는데 시합만 들어가면 절에 간 색시 같아...”, “저 선수만 만나면 맥을 못쳐”,
”저 선수는 국내용이야“ 등과 같은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선수의 심리적 기능과 관련이 있으며, 승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훈련은 극소수의 종목을 제외하고는 선수들의 훈련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스포츠 심리학의 현장 활용도가 낮은 주된 이유는 지도자와 선수의 이해 부족과 심리훈련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의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몇 년 전부터 심리훈련과
선수상담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오고 있으며, 점차 체계가 잡혀가면서
현장에 접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스포츠심리학의 지식체계가 스포츠 현장에서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고 선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기가 조만간 올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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